감성 꽃 필 때
가을이면 어김없이
발걸음 주는 귀한 손님이 있다
내 안으로 오는 꽃 손님
그래서 나만 볼 수 있는 내 꽃
그 이름 감성 꽃이라고 하지
아직은 다물고 있는 봉우리
감성을 먹어야만 피는 꽃
나섰다
가을 따라 꽃길 따라
그 길 따라
감성 꽃 먹이사냥을
여름이 밟고 지나갔을
그 길을 끝없이 나도 밟는다.
나를 보러 가을이랑
하얀 발자국 오는 날엔
첫눈 보는 날 겨울하고 걷는 날
간간이 와 몸을
꼬집는 새침데기바람
스웨터가 머플러가
숨통 막을까 봐
겁먹어 급히 달아난 걸까?
미처 전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바람이 흘리고 간
가을 주워
휴대폰에 그날을 준다.
가을 물고
가는 길 동행해 주는
흰구름 먹구름 두 남매
칼칼하게 쏘아주는 가을볕은
행여 나 몰래 들어와 있을
시끄러운 세상사 바이러스
햇빛주사로 살균된 새 몸
갈아주니 개운한 몸 받아
사부작사부작 가을 길을 걷는다.
줄까 말까
갈등하는 맘 보이는
덜 핀 단풍 꽃은 또
왜 그렇게도 사랑스런 거니
바스락 소리에
가던 길 끊고 돌아보니
욕심 한가득 물고 있는
눈 마주친 애기다람쥐
그 욕심 뺏길라 줄행랑을 친다.
귀여운 그 모습도 내 꽃에 추가
하얀 면사포를 두른
머리 큰 이름 모를 들꽃
눈길 맘길 주니
살 냄새 훑어 한 줌을
내손에 꼬옥 쥐어주는
후한 꽃심 받아 수혈주니
빨강이던 감성
파랑으로 충전만땅 되네
극적 감성생존 성공일세.
후하게 받은 감성꽃향기
나눔 하려 부친다.
글 친구가 있는
가슴 뛰는 놀이마당
브런치스토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