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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구하는 실천가 Aug 07. 2020

엄마의 편안한 집은 어디일까

" 여기가 어디고? 내 집이 아닌데? 뭐라고? 니는 나를 바보로 아나? 여기가 어떻게 내 집이고! 내 집에 갈 거다. 경비실에 물어보면 가르쳐 준다. "

한참을 나와 투닥거리던 엄마는 그렇게 자정이 넘은 시간에 집을 나섰다.  그제야 나는 심상치 않은 사태임을 깨닫고 헐레벌떡 일어났다.  엄마는 어느새 현관문을 나가 엘리베이터와 앞집을 번갈아 두드리고 있었다.

"이 보이소. 문 좀 열어 주이소. 경비실에 나 좀 데려다 주이소. "

나는 급하게 남편을 깨워보았으나, 술에 취해 곯아떨어진 남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나는 대충 옷을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

 앞집 사람들이 난감한 표정으로 문 앞에 서 있었다.

"할머니, 무슨 일이세요."

"나 좀 경비실에 데려다 주이소. "

"할머니, 문 다 부서지겠어요. 따님 나오셨네요. 따님한테 말해 보세요."

"아니요. 아니요.  아저씨가 나 좀 경비실에 데려다 주이소."

나는 고개를 몇 번이나 숙이며 죄송하다 말하고 엄마를 잡아끌었다.

하지만 엄마는 그런 나를 세차게 뿌리치고, 방금 닫힌 앞집 문과 엘리베이터를 계속 두드리며 소리를 질렀다.  

"보이소. 내 좀 경비실에 데려다 주이소."

 이러다가는 온 동네 사람을 다 깨울 판이었다.


  나는 결국 엄마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새벽별 하나 없는 새까만 하늘은 내 마음처럼 막막해 보였다.

엄마는 지나가는 사람을 붙들고 다시 경비실을 물어보았고 나는 속수무책 그 뒤를 따를 뿐이었다.  그렇게 엄마는 경비실을 찾아갔다.  그리고 본인의 집을 물었지만 경비 아저씨는 동 호수를 알아야 도와줄 수 있다고 말하 뒤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고 내심 분위기를 파악하는 눈다.  엄마는 낙심한 표정으로 경비실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시간이 느리게 느리게 흘렀다.  나는 몇 번이나 엄마에게 들어가자고 했지만 엄마는 가라고만 했다. 나는 얼른 아침이 되어 주간보호센터 차가 와서 엄마를 모셔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뿐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렇게 시 새벽 2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친구와 놀다가 제야 집에 들어온 아들은 내 전화를 받고 경비실 앞으로 왔다. 그리고 나를 들여보내고 할머니 옆에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앉아서 오랜 시간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눈 후 할머니를 모시고 집으로 돌아왔다.  역시 딸보다 손자인가 보다.


  엄마는 자신이 누구인지 요즘 헷갈려한다. 어떨 때는 자신이 딸이고 내가 엄마이다.  어떨 때는 자신은 어린아이이고 이미 돌아가신 부모를 어린애처럼 찾는다.  그래서 우리가 사는 이 집은 엄마의 집이 아닌 낯선 곳이 된다.  엄마의 머릿속 집과 가족은 엄마의 어릴 적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엄마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그립고 아름다웠던 그 시절 그곳, 그리고 그때의 사람들. 그 속에 아련히 남아있는 시간들.  그 속에서 엄마는 살고 싶고 그래서 지금 살고 있다.


  그 일을 겪고 나서 나는 무서워졌다.  또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집을 나가고 나는 그런 엄마를 찾아 헤맬 것만 같다.  그래서, 결국 엄마의 집을 찾아주기로 했다.  비록 엄마가 꿈꾸는 그곳은 아니지만 새로운 집이 될 그곳을 준비하는 쪽으로 마음을 먹었다.  그 새로운 집이 엄마에게 어떤 집이 될? 가족과 떨어져 또래 할머니들과 지내는 그 집이 엄마에게는 어떤 의미가 될까?  그 걱정에 나는 요즘 잠을 설치고 있다.  오늘도 잠결에 쟁쟁 울리는 것만 같은 엄마의 외침 선잠이 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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