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6. 친구에 대해서-가장 가까이 알고 지내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감정들이 얼마나 다르며 의견이 얼마나 분분한지를 자신의 경우를 가지고 한번 숙고해 보라. 똑같은 생각들조차도 네 친구의 머릿속에서는 너의 머릿속에서와 얼마나 완전히 다른 입장과 강도를 가지고 있는지, 오해하고 적대적으로 와해하게 되는 동기가 얼마나 많은가에 대하여 숙고해 보라. 이 모든 것을 하고 난 후에 너는 너 자신에게 말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모든 동맹과 우정들이 서 있는 이 땅은 얼마나 불안정한가, 차가운 소나기나 험악한 날씨가 얼마나 불안정한가, 차가운 소나기나 험악한 날씨가 얼마나 가까이 다가와 있는가 그리고 모든 인간은 얼마나 고독한가! 말이다....... “친구들이여, 친구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 죽어가는 현자가 이렇게 외쳤다. 친구들이여, 적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살아있는 어리석은 자, 나는 외친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19. p.317)
가장 친하다고 생각하는 친구들 사이에도 사실 많은 오해가 있고,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같은 일을 겪고 같은 말을 해도 서로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이렇게 보면 친구라는 건 사실 불안정한 관계이다. 마치 맑은 날씨가 금세 비가 올 수 있듯이, 친구 사이에도 언제든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결국 인간은 혼자라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떤 현자는 '친구라는 건 없다'라고 말했고, 다른 사람은 '적도 없다'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사람 사이의 관계는 항상 변하기 때문이다.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적이 될 수도 있고, 적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친구가 될 수도 있다.
맑은 날씨에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는 것처럼, 친구 사이에도 예상치 못한 갈등이 갑자기 생길 수 있다. 오랜 시간 함께해 온 친구라 할지라도, 가치관이나 생활 방식의 차이로 인해 서로 멀어질 수 있다. 심지어 한때 사이가 좋지 않았던 사람과도 다시 가까워질 수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관계를 맺고 또 끊어내며 살아간다. 어떤 철학자는 이러한 인간관계의 불안정성을 보고 '친구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즉, 절대적인 우정이란 없고, 모든 관계는 상대적인 것이라는 뜻이다. 니체 자신은 '적이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인간관계는 유동적이기 때문에 적이 될 수도 있고 친구가 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친구와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면서도, 동시에 변화하는 관계에 대한 유연한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