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회피와 자만심의 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by 이시영

358. 자만심의 징후로서의 동정심의 요구-화를 내고 다른 사람을 모욕하면서 처음에는 자신을 나쁘게 여기지 않기를, 두 번째에는 자신이 극심한 발작에 지배당하고 있으므로 동정해 주기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인간의 자만심은 이렇게 멀리 나아간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19. p.306)


나는 가끔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을 마주할 때가 있다. 분명 자신이 잘못한 일인데도, 오히려 화를 내거나 남을 탓하며 자신을 불쌍히 여겨달라고 요구하는 이들 말이다. '내가 왜 이 지경이 됐는지 알아? 다 너 때문이야!' 혹은 '내가 지금 얼마나 힘든지 알아? 그러니 날 좀 이해해줘!' 같은 말들을 들을 때면,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진다. 니체는 이러한 행동이 바로 인간의 '자만심'이 얼마나 멀리 나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징후라고 말한다. 자신이 극심한 발작에 지배당하고 있으니 동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모습 속에서, 나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니체는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책임을 지기보다는, 오히려 남 탓을 하며 동정을 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자만심이 얼마나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나는 최근 팀에서 일어난 일을 통해 니체의 말에 깊이 공감하게 되었다. 동료의 잘못된 행동을 지적했을 때, 그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나를 비난하며 팀 전체의 분위기를 망쳤다. 마치 자신이 피해자인 양 행동하며, 자신의 잘못은 전혀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그의 말과 행동 속에서 나는 니체가 말한 자만심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았다. 그는 자신이 나쁘게 평가받지 않기를 바라면서, 동시에 자신의 감정적인 격정 때문에 동정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듯 보였다.


왜 사람들은 이렇게 자만심에 빠져들까? 그 이유는 다양할 수 있다. 어릴 적부터 과도한 칭찬을 받으며 자란 사람들은 스스로를 과대평가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낮은 자존감을 숨기기 위해 겉으로 강한 척하며 자만심이라는 가면을 쓰기도 한다. 그들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대신, 외부의 시선과 인정에만 매달리며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다. 이러한 자만심은 우리를 고립시키고 성장을 방해하는 독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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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철학은 우리에게 자만심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진정한 자기 성찰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 모두는 완벽하지 않은 존재이며,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자만심을 버리고 겸손한 태도를 유지할 때, 우리는 더욱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화를 내고 다른 사람을 모욕하면서도 동정심을 요구하는 행동은 인간의 복잡한 자만심을 드러내는 징후다. 이는 단순히 상대방을 조종하려는 의도를 넘어, 자신의 불완전함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내면의 방어 기제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어는 결국 자신을 더 깊은 고립과 불행으로 이끌 뿐이다.

나는 오늘, 나 자신에게 묻는다. 나는 혹시 자만심이라는 그림자 속에 숨어 타인의 동정을 구하고 있지는 않은가? 나의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지는 용기를 가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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