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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역마살 Sep 14. 2019

더 아픈 순간들이 올 까봐 두려웠다


수술 날짜를 잡고 나서부터 증상은 빠르게 악화되기 시작했다. 내 목 경추 신경 속에 뭔가가 있다는 것을 알기 전에는 밤낮으로 나를 괴롭히던 목의 묵직한 통증만 느껴졌었다. 그 통증은 대학병원에서 새로 처방해 준 강력한 진통제의 도움으로 더 이상 느끼지 않게 되었다.


오랜만에 목의 통증이 없이 아주 가뿐했다. 그러나 내가 아프다는 사실을 자각해서인지 그냥 넘겼을 증상들이 자꾸만 신경 쓰이게 되었다. 예를 들어, 하루는 친구를 만나 가로수길에서 쇼핑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다리에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면서 앞으로 고꾸라져 넘어졌다. 또 하루는 물건을 들고 있던 왼 팔의 기운이 없어 도무지 왼 손으로 물건을 들 수 없을 것 같은 약한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목부터 시작되어 왼 팔을 따라 내려오는 기분 나쁜 저림이 자꾸 신경 쓰였다. 


무서웠다. 1년 넘게 나를 괴롭히던 내 목은 통증이 느껴지지 않아 가뿐했지만, ‘혹시 이렇게 기적적으로 나아버리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지도 못 하게 몸의 다른 부분들에서 내 병의 증상들이 점점 드러나고 있었다.


결국, 수술 날짜를 앞당기게 되었다. 병원에 연락을 하고 거의 곧바로 수술 전 필요한 검사들을 하기 위해서 병원에 입원했다. 입원 수속을 밟고, 수술을 위한 검사를 시작했다. 검사는 끝도 없었다. 검사 중에는 신경이 근육에 얼마나 잘 전달되고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신경전도검사라는 것이 있었다. 정말 고통스러운 검사였다. 생전 처음 느끼는 종류의 통증이었다. 나는 통증을 잘 참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도 의사가 내 몸에 바늘을 꼽고 그 바늘을 이리저리 돌릴 때마다 너무 아파서 처음엔 손바닥에, 그리고는 온몸에 땀이 났다. 검사를 끝내고 검사실을 나와서 결국 울었다. 아파서 운 것이 아니라, 앞으로 더 이렇게 아플 날들이 앞으로 많을 까 봐 그게 너무 두렵고 서러워서 눈물이 났다. 그 순간들을 버텨야할텐데, 어떻게 버텨야할 지 잘 모르겠었다.


이틀을 꼬박 검사를 하고, 입원한 지 삼일 째 되는 날 새벽, 드디어 수술을 받으러 내려갔다. 목 수술이기 때문에 꼴사납게 머리를 양갈래로 묶고는 누군가를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칠까 창피해하며 수술실로 내려갔다. 어차피 수술이 잘못될 확률은 매우 낮다고 했으니 내 수술이 잘 될 것이라는 확신은 있었지만, 그래도 몰려드는 두려움은 어쩔 수 없었다. 수술실도, 전신 마취도, 모든 것이 다 처음이고 낯설어서 더 무섭게 느껴졌다.


침대에 누운 채로 수술실에 들어갔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공기가 차서인지, 공포감에 의해선지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간호사가 다가와 긴장하지 말라며 내 혈관에 바늘을 꼽았다. 마취를 할 것이라며 코에 공기가 나오는 고무 기계를 가져다 댔다. 숫자를 천천히 세라고 했다. 숫자를 세기 시작함과 동시에 채 셋까지 세지도 못 하고 잠이 들어버렸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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