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를 피하다 보니 아무것도 안 하게 된다.
민원이 모든 것을 놓아버리게 만든다.
사소한 빌미가 민원으로 이어진다. 별것 아닌 일들이 부풀려져 결국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것을 지켜보게 된다.
리스크가 있다 싶으면 안 한다. 분명 교육적으로 효과가 있음을 알지만 직을 걸고 할 만큼 위험을 감수할 생각은 없다.
새로운 프로그램은 이미 머릿속에 고안된 상태였다. 개략적 얼개도 잡았다. 세부적 다듬기만 하면 시작할 수 있을 만큼 진척시켰던 일을 멈추었다.
깊이 있는 사고를 요하는 학습모형이다. 힘든 건 회피하고 보는 학생들 특성상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아이가 징징거리면 보호자는 꼬투리를 잡아서 민원을 제기한다. 이 학교에서 이미 겪은 일이며 다른 학교라고 다르지 않음을 안다.
훤히 가시밭 길이 보임에도 발을 딛었었는데. 이젠 그렇게 무모함을 택하지 아니한다. 시간이 한참 흘러 고마움을 표시하는 제자들도 간간이 있지만, 그것만으로 리스크를 감내하는 것은 힘들다.
할까 말까 개학 이후 보름 남짓 망설이다가 결국 손을 놓았다. 아무것도 안 하기로 결심이 섰다.
학부모들의 패기 넘치는 민원 덕분에 의욕은 사라졌다. 더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이와 같은 걱정들로 지워졌다.
아직 어떤 민원이 있는 것이 아님에도 언젠가 등장할 민원을 예방하는데 주력한다.
올해는 또 어떤 민원이 골머리를 쓰게 할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