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으로 무슨 득을 취할 수 있을까?

민원이 불러올 일은 거리두기

by Aheajigi


작년에 민원으로 비어버린 교실에 수업을 들어가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교내에서 누구도 그 반에 들어가기를 원하지 않기에 얼마나 전화를 많이 돌렸을까 알고는 있었다. 한번 거절했다가 사정하길래 할 수 없이 보결수업을 한 시간만 한다고 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난리다. 어쩌면 이렇게 시골 5일 장날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지 신기했다. 수업시간이 되어도 아이들은 칠판과 책꽂이에 매달려 있다. 의자에 엉덩이를 대고 있는 8살 아이들은 댓 명 남짓뿐이었다.


뭘 가르칠까 싶어 체육실로 데리고 갔다. 가는데만 10여분 허비했다. 도통 이야기를 듣거나 모이지를 않는다. 아수라장이다.

천속에 풍선을 불어넣은 공 두 개를 들고 라인스틱으로 간이 피구경기장을 만들었다. 간단한 규칙을 설명하고 게임을 시작했다. 예상은 했지만, 게임 규칙은 산만한 아이들 덕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고 엉망진창 던지고 달리기 경기가 되어가고 있었다.


뭘 하기가 겁나는 반이었기에 민원이 나오지 않는 것만 최우선시할 뿐이었다. 수업시간이 되면 의자에 앉는 것, 선생님 설명을 듣는 것, 정해진 규칙을 지키는 것 등 최소한의 사회생활과 학습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이 민원 덕에 전혀 갖춰지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에서 계속 진학하면 어떤 현상을 드러내는지 교사들은 경험으로 알고 있다. 학부모들은 모르겠지만 교사들은 이 아이들을 담임으로 맡는 것을 상당히 기피했다. 나 역시 올해는 이 아이들을 잘 피했지만, 앞으로는 장담할 수 없기에 내년에는 이 학교를 떠나겠다고 교감에게 구두로 통보한 상태이다.


자유분방함을 아이들이 마음껏 누릴 때는 신이 날지 모르겠다. 양육자들도 내 새끼 건드리지 말라 으르렁 거리니 원하는 대로 내버려 둔다.

민원제기 학부모들은 학교란 공간에서 자녀의 학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을 개의치는 오판을 하고 있다. 성적이 기록으로 남지 않는 초등학교는 자유로이 지내도 괜찮을지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이런 아이들 성향이 중고등학교로 이어진다는 사실이다.(사교육이라고 아이들 태도가 다를까?) 갑자기 중고등학교에서 각 교과 전담 교사들의 설명을 잘 듣고 내준 과제를 성실히 수행할리 없다. 제멋대로 아이가 성실한 아이로 개과천선한 사례를 20년 교직 경력 통틀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일 또다시 언제 있을지 모르는 민원 팽배한 학교로 출근해야 한다. 하루하루 학생들과 물리적 거리뿐만 아니라 정서적 거리도 최대한 멀리 하려 한다. 외줄 타기 심정으로 학생을 대하도록 만드는 학부모들의 행태가 과연 자녀들에게 무슨 도움이 될지 참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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