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heajigi Mar 29. 2023

대면 상담은 민원의 전초전

양쪽 모두 서로를 파악하는 중요한 시간.


 대면 상담이 적잖이 신경 쓰이는 것은 양쪽 모두 상대를 파악하는 보이지 않는 탐색전이기 때문이다. 학부모는 담임교사의 성향을 파악하고 교사 또한 학부모의 특성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한다.


 이 시기에 무엇인가 어그러지면 한해 내내 학부모는 교사의 모든 언행에 온 신경을 집중하게 된다. 결정적 민원 폭발의 기폭제는 다름 아닌 아이가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학부모의 가슴에서 한번 작동한 시한폭탄은 언제 터지느냐의 문제만 남게 되는 것이다. 좋게 올해을 넘긴다하여 결코 멈추지는 않는다.

 아이가 1학년이면 학부모는 초등학교 교사에 대한 선입견은 아직은 없다. 하지만, 해가 거듭할수록 겪어온 담임교사를 통해 교사에 대한 선입견은 누적된다. 이것이 쌓여 자신만의 교사 판단 기준의 척도로 자리 잡기 마련이다. 자녀에 대한 긍정적 칭찬이 차곡차곡 쌓였다면 좋을 테지만 그와 반대의 경험만 지속되었다면 잔뜩 경계의 날을 세우고 아이 담임교사의 실수를 꼬투리 잡아 반격 카드로 준비하게 된다.


 무슨 자신감에서 남의 아이에 대해 확고하게 예단하는지 난 그런 교사들을 이해할 수 없다. 교육의 영역이라 할지라도 1년 동안 아이의 특성과 재능을 온전하게 파악할 수 없다. 아이는 계속 성장하며 발전하고 재능은 깊숙이 숨어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부정적 행동도 있을 테지만, 그것이 아이의 전부는 아니기에 발전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하물며 치료의 영역인 ADHD를 너무 빈번하게 꺼낸다. 이건 의사의 영역임에도 교사가 쉽게 입에 올리니 할 말이 없다. 그들은 스스로 무면허 의사를 자청한 듯싶기도 하다.

 어리지만 사람에 대해 말하는 것이기에 교사는 아이에 대해 주양육자인 학부모에게 말을 꺼낼 때는 각별히 유의해야만 한다. 그럼에도 섣불리 아이를 단정 짓고 학부모에게 자기의 짧은 견해를 진리인 양 읊어버리니 한숨만 나온다.


 대면상담 대부분의 주목적은 아이에 대해 말하고픈게 아니라 교사를 파악하고픈 학부모의 본심이 더 크다. 학부모에게 신뢰를 심어주는 것이 민원을 미연에 방지하는 일이다. 교사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아이의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야만 한다.


 올해 1학기 학부모 대면 상담은 오늘로써 모두 끝났다. 신경을 쓴다고 했지만 나 역시 상담에 잘 대응했는지 알 길은 없다. 민원의 전초전이기에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직전까지도 학부모가 내 본심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파악할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학생들만 가르치는데 신경 쓰면 좋으련만 이런 곁가지에 에너지를 허비하는 게 낭비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내 작은 바람은 학부모와 신경을 곤두 세우거나 이기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아예 관심을 두지 않았으면 싶은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