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나 가을이나 기온은 엇비슷하다. 기분 탓인지 아니면 몸이 먼저 겨울을 준비해서인지 가을바람은 차게만 느껴진다.
살랑이는 바람 소리도 물론 봄과 가을은 다르다. 바싹 말라가는 입들이 부비대가 떨어진 낙엽까지 굴러다니니 가을바람은 봄바람보다는 요란스럽다.
나무는 나이테로 우리네 인간은 깊어지는 주름으로 세월의 흐름을 각인한다. 나무도 대화를 한다. 뿌리와 잎으로 말이다. 특히 마더트리라 불리는 고목은 지나간 경험을 통해 다양한 위험 시그널을 다른 나무들에게 알린단다. 나무도 이렇게 기억을 하건만 난 어찌 살아왔나 기억이 없다. 변수나 위험 요인들만 주시했다. 쓰러지면 다시 일어서기 위한 베이스도 없거니와 육체적 정신적으로도 그닥 강하지 못함을 자각하고 있기 때문에 더 조심스레 살았다.
또 한 해가 흘러가고 있다. 흰머리 가득, 늙어가는 피부로 50년 언저리 살아왔음을 깨달을 뿐이다. 허망 내지는 잘못 살아왔음을 말하는 건 아니다. 그냥 그렇게 살아왔구나 짧게 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