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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기준 May 27. 2020

영어의 절반은 동사다(1)


대학 시절, ‘한일의 기초 영문법(EBS)’을 즐겨봤다. 영문법 독파를 외치며 선택한 수업이었다.


전체 분량 120회차의 긴 호흡의 강의였는데 지금 생각해도 선생님의 이야기와 설명법이 절묘하게 잘 어우러진 수업이었다. 그중 하나를 소개하려 한다. 지금도 필자의 지도에, 그리고 영어 학습에 있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강의였기에 관련 내용을 자주 꺼내어 쓰곤 한다.


‘여러분 시간이 없는데 단기간에 성적을 올리고 싶으시다면 ‘동사’를 먼저 외우세요’


필자가 지금도 기억하는 문장이며 배움이다. 심지어 아이들을 지도할 때 유념하는 핵심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영어는 우리말과 어순이 다르다.


‘나는 피자를 좋아해’(우리말)

‘I pizza like’


‘나는 좋아해 피자를’(영어)

‘I like pizza’


우리말은 여러 가지가 어울려 오밀조밀하다. 영어는 동작과 행위를 강조하는 언어다. 영어는 실용주의 언어라고도 하는데 이는 '누가 무엇을 했는데 그것이 무엇이다'라는 식이다.


단순히 동사 학습이 말하기에만 한정된 공부가 아니다.


동사의 활용을 잘하는 친구들은 글의 뜻을 이해하는 힘이 좋다. 또한, 영어의 명사는 한정될 수 없다.


오죽하면 영문법의 ‘부정사’ = ‘한정하여 정할 수 없음’이라 고 하겠는가. 단어를 아무리 외운다고 한들 모든 명사를 다 알 수는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동사는 어떨까? 명사보다 수가 제한되어 있으며 현지인들이 쓰는 동사 위주의 학습이 함께 이루어진다면 영어 학습에 있어서 더 설명할 것이 없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나는 좋아해 피자를’(영어)

‘I like pizza’


위의 문장에서 ‘좋아해’를 제거해보자.


‘나는 ( ) 피자를’


듣는 입장에서 전혀 이해할 수 없다. 그렇다면 ‘피자’를 제거해보면 어떨까?


‘나는 좋아해 ( )’


'무엇을 좋아하긴 하는데 그것이 무엇이다' 듣는 사람에게 최소한의 이해를 전달할 수 있다. 말을 시작할 수 있다는 말이다.


영어 읽기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읽는 글에 동사만 이해하더라도 자녀는 내용의 뜻을 알 수 있다.


필자는 동사의 활용능력이 영어 실력을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영문법의 비중은 동사의 활용을 배운다고 생각해도 과한 해석이 아니다.


필자가 고등학생 때였다. 필자는 수능을 앞둔 해 영어 과외 수업을 받고 있었는데,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항상 강조했던 것이 있었다. 동사에 삼각형을 쳐보는 것이었다. 그 시절 필자는 마구잡이 식의 공부를 할 때라 본문만 외우면 다 되는 줄 알고 학습했던 시절이었다. 그 당시엔 왜 그렇게 공부를 해야 하는지 이유를 몰랐었다.


글의 의미 파악을 하려면 명사도 중요하지만, 동사가 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전체적인 맥락, 즉 글의 목적을 파악하려는 것은 명사만으론 불가능하다. 하지만 동사로는 가능하다. 


‘나는 먹었다, 놀았다, 뒹굴었다, 웃었다, 씻었다’


‘나는 피자를, 친구와 거실에서, 방끗, 얼굴을,


위 문장은 동사만, 아래 문장은 동사를 제외한 단어들로 문장을 구성했다.


어떤 문장이 파악하기가 쉬운가? 첫 문장은 흔히 볼 수 있는 일기이다. 아래 문장은 추측하기가 어렵지 않은가?


어른이 되고, 교육자가 되면서 비로소 영어 학습에 대해 흩어져 있던 퍼즐이 맞춰지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선생님은 왜 그렇게 삼각형을 받아 적으라고 했을까에 대한 답을 찾게 된 것이다.


영어는 훈련이다. 지식을 많이 쌓고 또 쌓다 보면 언젠가는 영어를 잘 구사하겠지라는 마음가짐은 막연하지 않은가? 배경지식 물론 중요하다. 배경지식을 영어로 쌓는 것에 대한 비중은 고민해 봐야 한다.


지식을 많이 쌓으면 유식해질 순 있다. 하지만 영어를 사용하는 활용성 측면에서는 조금 다르다. 중학교 이후 교과 관련 영어 공부는 시험에 비중이 맞춰져 있다. 그리고 초등생과 비교해 봤을 때 정답을 선택하는 능력에 중점을 둔다. 사용성보단 정확성에 비중을 두고 있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광합성 하다 = photosynthesize'라는 동사의 뜻만 알아도 전개될 글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 파악 할 수 있지 않은가


정리하자면, 영어를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언어 구조의 이해를 돕는 틀을 만들어 주려고 해야 한다. 여기서 틀이란 '동사의 사용을 바탕으로 흐름을 볼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핵심은 동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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