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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기준 May 09. 2020

오감(五感)으로 하는 영어공부


영어공부, 꾸준함이 중요할까?


'한결같이 부지런하고 끈기가 있다'


영어공부에 꾸준함을 적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조건 매일 공부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까?

격언처럼 느껴지는 ‘엉덩이는 거짓말하지 않는다.’라는 말처럼? 다른 과목은 모르겠지만 영어는 엉덩이 공부법이 정답이 아닐 수 있다.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했는데, 헛고생

꾸준함에 대한 경험을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었다. 바로 필자의 사례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학창 시절을 보냈다. 그 시절 대부분의 학생이 그랬듯이, 효과적인 영어 공부를 위해 여러 시행착오를 통한 언어를 습득한 세대라는 것이다. 영어라는 언어에 대한 막연함을 가진 체 토익 만점을 목표로 단어장을 외우고 문제를 풀고 암기하곤 했었다.


토익은 좋은 시험이다. 유익한 내용이 많고 무엇보다 영어 사용의 정확성을 측정하는 면에 있어서 실용적인 시험이다. 언어 구사가 아닌 지식 습득의 측면에서 보면 말이다.


필자는 대학 시절 방학을 이용하여 ‘토익점수 800점 만들자’하는 목표를 세웠었다. 2개월 남짓한 방학 기간 동안 도서관에 살다시피 했다. 토익 단어 정복을 위한 ‘단어장 씹어 먹기’까지 했었으며 시험 기출문제와 예상 문제집도 마르고 닳도록 공부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열심히 영어공부를 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결과는 어땠을까? 다행히 원하는 성적을 얻고 목표 달성을 할 수 있었다. 엉덩이 공부로 달성한 결과가 ‘이 정도면 영어를 잘하는 거겠지?’라고 스스로 위로하며 새로운 학기를 맞이할 수 있었다.


이후 가을학기에 좋은 기회가 생겨서 교내 프로그램인 ‘언어교환학습’(서로 다른 언어를 가진 학생들과 교류하며 공부하는 것)을 하게 되었다. 필자와 함께 한 학기 동안 함께 공부했던 친구는 베트남에서 온 ‘응언’이라는 친구였다. 엉덩이로 획득한 토익 성적의 자부심과 함께 기대하던 첫 수업을 하게 되었다.


수업의 목표는 필자는 응언에게 한국어를, 응언은 영어회화를 서로 도와주기로 했다. 하지만 첫 수업에 내 영어 실력은 부질없이 드러났다. 머릿속을 지나갔던 수많은 영어단어는 목덜미와 입가에 한 시간가량 맴돌기만 하였고 결국 제대로 된 문장 한번 말해보지 못한 채 끝이 났다. 허탈했다. 내가 소화했다고 생각한 많은 단어는 어떤 의미가 있었나? 라고 수십 번 자신에게 물었다.

결과적으론 필자에게 진짜 영어 공부란 무엇일까 에 대한 궁금증을 가졌던 계기가 되었지만 말이다.


흔히, 띄엄띄엄 단어로만 말하는 행위를 외국인들은 ‘베이비 잉글리시’라고 표현한다. 아기가 한글로 옹알이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필자는 아직도 대학시절 언어교환학습 수업을 떠올린다. 그 시절 느꼈던 답답함과 무기력함을 생각하면 지금도 부끄러움에 이불을 걷어차곤 한다.


영어공부는 책상에 앉아서만 하는 것이 최선은 아니다. 온몸으로 공부하는 언어이다. 입말과 동시에 몸짓도 섞어가며 실제로 두뇌가 말하는 상황이라 판단할 수 있는 환경으로 공부해야 한다.

필자는 학생과 부모님들께 공통으로 말한다. 영어는 온몸으로 하는 공부라고. 단지 읽고 단어를 암기하여 정답을 찾는 '단방향' 공부가 아니라 상대에게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말하기도 하고 의견을 듣기도 하며 배움이 이뤄지는 '양방향' 공부라고 말이다.


목적에 따라서 영어가 달리 활용되겠지만 필자는 영어 공부의 본질은 의사소통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입말을 하려면 의사소통에 필요한 최소한의 지식이 학습된 상태여야 가능하다. 그리고 시간과 꾸준한 노력이 채워져야 한다. 영어공부에 있어서 꾸준함을 강조하는 이유는 언어의 특성상 계속 사용해야 언어 사용에 적합한 두뇌 활성화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영어는 입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영어 말하기 수업을 지도했을 때였다. 영어 말하기는 암기학습이다. 학생 스스로 문장을 구사하는 능력이 충분하다면 어렵지 않다. 그러나 많은 학생이 그렇지 않기에, 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훈련이 필요하다.

필자의 개인적 경험이지만 말하기 대회에 필요한 출력물에 집중한 나머지 선생님의 문장으로 아이들에게 암기를 시키는 경우가 있었다. 이럴 경우 말을 해야 하는 학생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배운 내용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작용이 생긴다. 즐기지 못할 거면 안 하니 만 못하기 때문이다. 말하기 수업은 기본적으로 말하는 사람의 진짜 이야기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말하는 학생도 지도하는 선생님도 어색한 영어 말하기를 하지 않을 수 있다.


필자는 우선 말하기 대회에 참여할 3명의 학생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적어올 수 있게 지도했다. 그다음 아이들의 수준에 맞춰서 문장으로 만드는 작업을 했었다.


영어 말하기에 필요한 첫걸음을 떼었다. 진짜 연습은 그다음부터다. 자신의 글을 영어로 익히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때 가만히 않아서 계속 쓰기만 하면 효율성이 떨어지고 집중하는 시간도 떨어진다. 무엇보다 재미가 없다. 필자는 말하기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말했다. 원고를 들고 소리치며 힘껏 낭독하라고. 반드시 의자에 앉아서 할 필욘 없으니 말하기 상황과 최대한 비슷한 환경에서 연습할 수 있게 말이다.

여러 사람이 듣고 있다는 전제하에 말하기에 필요한 몸짓, 손짓을 지속해서 지도하였다.

앉아서만 공부했을 때 보다 훨씬 유의미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즐거워했다.


틀려도 실수해도 괜찮다. 내가 공부한 과정이 즐거움으로 남으면 당장 좋은 결과가 아닐지라도 다음의 도전이 한결 수월하기 때문이다. 첫 도전부터 결과물에 너무 집착하면 즐기기가 어렵다.

즐겨야 한다. 좋은 경험이 함께해야만 다음 단계의 도전에 대한 망설임을 줄여준다.


올리브, 오감(五感) 영어로 최고 레벨이 되다

필자가 지도했던 학생 중 ‘올리브’라는 친구가 있다. 당시 근무했던 어학원의 중간 수준에서 공부하고 있었던 학생이었다. 아이가 밝고 친구들과 붙임성도 좋아서 좋은 기운을 퍼뜨리는 학생이었다.

필자가 근무한 어학원에선 학생들의 모든 학습 결과물이 데이터로 관리가 되는 구조였다. 어느 날 올리브의 학습 결과물을 보게 되었는데 필자가 판단한 학생의 성향에 따른 결과물의 상관관계가 꼭 일치하지만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정보를 바탕으로 ‘올리브’와 대화를 나누었고, 올리브의 학습에 큰 애로사항을 발견하게 되었다. 올리브는 영어로만 이루어지는 수업에 심리적 부담감을 느껴 입이 떨어지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로 인해 수업에 참여하지 못했고, 마음의 부담과 함께 학습 성취율도 떨어졌다.

필자는 올리브가 학습량이 부족하여 힘들어하는 것인지, 또는 수업의 어울림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스스로 생각해 보라 당부했다.


동시에, 아침저녁으로 몸동작을 이용한 영어 낭독이라는 오감 영어에 필요한 숙제를 내주었다. 수업에 필요한 최소한의 학습은 채워가면서 책상에 앉아서 할 필요 없이 손짓, 발짓 그리고 몸동작을 이용해서 낭독하라고 했다. 많은 분량의 숙제가 아니더라도 올리브에게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대신 시간이 필요하여 실천해야 할 부분이니 그동안만큼은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가져보라 하기도 했다.


3주가 지나고, 다시 올리브와 면담을 하였다. 올리브는 이전과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올리브는 배운 내용이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은 일은 없었다고 했으며 오히려 수업을 즐기게 되었다고 하였다. 

이후 올리브의 꾸준한 학습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영어공부에 있어서 효율적인 공부에 필요한 유용한 피드백을 필자 자신도 경험할 수 있었다. 이후 올리브는 오감 영어를 학습에 꾸준히 적용하여 어학원의 마지막 단계까지 꾸준히 공부할 수 있었으며 결과적으로 원하는 진학을 이루었다.


영어공부 엉덩이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오감으로 하는 것이다. 꾸준함에 있어 모든 순간의 학습이 거창할 필요는 없다. 부담 가질 필요도 없다. 최소한의 공부, 단어 하나를 스스로 기억하려 해 보고 크게 한번 읽어보고 배운 내용에 대해 스스로 정리하며 궁금해했다면 그걸로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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