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아름다운 미술관들은 참 많다.
그리고 이곳보다 더 화려하고, 더 웅장하며, 더 유명한 그림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미술관과 전시장들이 전 세계에, 특히 유럽에는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너무나 많다.
처음 이곳에 방문했을 때는 생각보다 작아 보이는 건물을 보며 실망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프랑스의 루브르나 오르셰 미술관, 바티칸 미술관,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우피치 미술관 등 세계적인 규모의 미술관들을 보다가 이곳에 오면 사실 규모도 작고 잘 아는 명화도 많지 않아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나도 이곳을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말하는지 처음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미술관 안으로 들어서서 천천히 미술관 내부의 전시들을 둘러보면서 난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오히려 처음 갔을 때는 급하게 둘러보느라 느끼지 못했던 미술관의 아름다운 모습을 가면 갈수록 더 새롭게 느낄 수 있었다.
이 미술관의 이름은 덴마크 셀란섬 북쪽에 위치하고 있는 '루이지애나(LOUISIANA)' 현대 미술관이다.
루이지애나 미술관은 덴마크 사람들의 정서를 잘 반영하고 있는 미술관이기도 하다.
그들처럼 여유롭고 자연을 사랑하며, 전통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으니 말이다.
Louisiana Museum of Modern Art 입구의 모습 2019년에 BTS의 멤버인 RM이 다녀가서 더 화제가 된 곳이기도 하고, 한국의 '리움 미술관'이 이곳에서 영감을 받아 지어진 것이라는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소문도 있었다.
그만큼 아는 사람은 다 아는, 한 번쯤 가볼 만한 미술관이라는 의미도 된다.
1966년에 건설된 미술관 건물은 지금까지 그 당시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어 건축물 자체가 주는 고풍스러운 느낌도 좋지만 미술관 주변의 경관도 빼어나다.
덴마크와 스웨덴 사이에 있는 바다, 외레순드 해협이 잘 내려다 보이는 곳에 위치한 루이지애나 미술관은 그림을 보러 온다기보다 오히려 자연을 보러 오는 곳이기도 하다.
어느 나라나 미술관을 가면 빽빽하게 걸려있는 그림들을 보고, 설명도 들으면서 바쁘게 다녀야 하기 때문에 다리도 아프고 몸도 지쳐서 나중에는 자신과 힘든 싸움을 해야만 하는 고된 여정을 소화해야 해서 선뜻 들어서기가 겁이 날 때도 있다.
아무리 유명한 명화라고 해도 그림을 보면서 힐링은커녕 장시간 그림을 보고, 한꺼번에 많은 지식들을 소화하느라 몸도 힘들고 머릿속도 너무 복잡해서 빨리 호텔로 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던 적도 많았었다.
하지만, 이곳은 좀 다르다.
루이지애나는 유모차를 끌고 아기들과 같이 오는 엄마들도 많고, 노부부들이 소풍삼아 찾아오기도 한다.
중간중간 건물 밖으로 나올 수가 있기 때문에 걷는 게 힘들면 미술관 앞 뜰에서 바다를 보면서 쉬기도 하고, 수다를 떨기도 하면서 간식도 먹는다.
밖에도 전시물들이 자연스럽게 설치되어있어서 놀면서 조각 작품들을 보기도 하고, 아이들은 풀밭에서 마음껏 뛰어놀기도 한다. 그러니 이곳의 아이들에게 미술관은 지겨운 곳이 아니라 즐거운 곳이다.
미술관 주변에는 나무도 많고, 연못도 있어서 미술관 안에서 보는 바깥 풍경 또한 예술 그 자체이다. 루이지애나 미술관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을 한 곳만 고르라고 한다면 난 주저 없이 커다란 창문이 있어 창문 밖으로 사계절 자연의 모습을 마치 명화처럼 감상할 수 있는 이 아름다운 전시실을 고를 것이다. 자연보다 더 위대한 그림이 있을까?
전시실 내부의 모습 (여름) 전시실 내부의 모습 (가을) 미술관에서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면서 보았던 수많은 그림들과 그렇게 알게 된 지식은 금방 잊힌다.
참 신기하게도 강요받은 감동은 유효기간이 너무나도 짧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중요한 건 설명으로 알 수 있는 지식이나 인터넷을 찾아보면 쉽게 알 수 있는 정보가 아니라, 내가 느끼는 나의 감정이다.
감동은 강요할 수 없다. 느낌도 마찬가지다. 내가 그곳에서 어떤 것을 느꼈든 그 느낌이 내 것이 되는 것이다.
그림을 설명하는 가이드의 실력이나 나의 사전 지식과도 무관하다.
루이지애나는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강요하지 않는 미술관이다.
작품에서 받은 감동의 여운을 즐길 수 있도록 시간을 주고, 작가의 작품과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고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작품들과 만날 수 있도록 공간이 설계되어 있기도 하다.
다리가 아프도록 전시장 뺑뺑이를 돌아야 하는 여느 미술관과는 좀 다른 인간적이고 마음의 여유를 주는 미술관이어서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관람객에게 감동을 강요할 수 없는 것처럼 디자이너도 소비자에게 구매를 강요하는 디자인으로는 감동을 줄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디자인도 인간적이고 자신만의 느낌을 살린 여유 있는 디자인이 좋아지는 건 아마도 나이탓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루이지애나 미술관에서 경험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있다.
미술관 안의 기념품샵에서도 북유럽의 좋은 디자인 작품을 많이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은 그림과 사진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스웨덴의 유명한 사진작가 'Dawid'의 작품을 패키지디자인으로 활용한 예술적인 감성의 향수 제품을 처음 만났다.
SG79 | STHLM은 스웨덴의 향수 브랜드인데 스톡홀름의 아름다운 모습과 향기를 제품에 담고 있으며, Dawid의 사진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된 향수 브랜드이다.
남성적이고 강한 느낌을 주는 흑백 사진 작품을 메인으로 디자인된 패키지는 일반적인 향수들의 이미지와는 차별화된 스웨덴의 예술적인 감성이 듬뿍 담긴 디자인이었다.
*이 곳에 실린 모든 사진들은 제가 직접 촬영한 사진들입니다. 사용 시 출처를 밝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