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아들의 생일 선물
아무도 나에게 아이를 낳으라 강요하지 않았다
실은,
내가 아이들을 낳는다고 결정했다기보다는
20여 년 전 결혼 적령기의 나이에 남자 친구가 있는 *미모의 아가씨였던 나는
(*온라인이라고 내 마음대로 떠든다)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직장 다니고-> 결혼하고 -> 애들을 낳았는데
결혼도 출산도 선택할 수 있는 요즘 젊은 친구들에게는
이 말이 좀 책임감 없어 보이기도 하겠다
요즘 친구들에게는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하던
고맙기도 그리고 미안하기도 하다
몇 해 전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던 직장 선배의 자녀 말에 따르면
9급 공무원 시험 준비도 아르바이트와 병행하며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란다
시험준비하는 동안 아르바이트와 같은 생활비 벌이 없이
온전히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는 최소 '동수저' 이상들만 도전할 수 있는 일이라 하니
일하며 공부하며 고생하는 노량진 졸업자들이 너무나 대견하고 미안한 일이다
이런 팍팍한 직업 시장을 알기에 아이에게 공부이야기를 하다가 서로 틀어지기도 하고
함께 고민하기도 하는데 뭘 먹고 살지 참 기대(걱정)가 된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지출하는 학원비에
"shut up and take my money !"하며 카드를 내밀 때와 대조적으로
내가 먹고 싶은 제철 과일을 살 때나
내가 배우고 싶은 미술학원에 등록할 때
카드 내미는 내 손은 덜덜 떨린다
이럴 때 본전 생각이 좀 난다
아이들의 미래를 나의 은퇴로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서 약간의 보상심리로
3년 전부터 내 생일날 만큼은 아이들에게 선물을 요구했다
올해 중학교에 입학 한 아들은 본인 노트북 사야 해 돈을 모아야 한다며 난색을 표명했다
물론 아이를 키우는데 어떤 보상을 바라며 한 일이 아니지만,
그리 말하니 참으로 섭섭한 마음이 들며 학원비 100만 원과 내 노후에 대한 현타가 뒤통수를 강타했다
그렇게 생일 전날 얼얼한 뒤통수를 쓰다듬으며 잠들었는데
생일 아침에 아들이 고심하며 조심스럽게 내민 "개발새발" 글씨의 시구에 할 말을 잃었다
아들을 꼭 안아주며 말했다
나 "어젯밤 생일 선물을 고민하며 썼구나? 고맙다 아들"
감동한 내가 첫째를 격하게 안아줬더니 어안이 벙벙해하며 둘째가 옆에 섰다
영어숙제 문제로 어젯밤에 언쟁하던 모습과 대비되니 그럴 만도 하다
둘의 사이좋은 모습을 번갈아 바라보는 둘째의 면전에
아들이 질투를 불러일으키려고 동생에게 물었다
아들 "너 시 썼어?
딸 "응 나 씻었어 그러니까 나도 안아줘 엄마, 나 비누로 세수해서 좋은 냄새나"
아들 "그게 아니라 너 엄마 생일 선물로 시 썼냐고"
딸 "응 엄마 생일 선물로 씻었다고! 엄마 나 뽀뽀해 줘 내가 엄마 생일 선물이야"
막내들은 참으로 당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