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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뱀 한 마리 더 키우실래요

by 하루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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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수님, 도마뱀 한 마리 더 키우실 생각 없어요?



사촌 시동생의 전화였다. 승민(사촌 시동생 아들)이가 키우던 도마뱀을 입양할 생각이 없느냐는 뜻이었다. 명절이나 집안 행사 때마다 자주 만나는 편이니 승민이가 레오파드 게코를 키운다는 것은 안다. 나도 도마뱀을 키우니 승민이와 40년이 훌쩍 넘는 나이 차에도 우린 만나면 곧잘 이야기를 나눴다. 승민이가 도마뱀을 키운지는 4년이 되었다. 4년을 키웠으니 파충류 숍이나 모르는 이에게 선뜻 보내기는 불안했던 거다. 혹시 얼마 안 돼 파양이라도 당하면 어쩔까 걱정스러워 나한테 물어봐달라고 부탁을 한 모양이다. 그놈 참.


시동생 말에 의하면 게임에 빠졌다고 하는데. 권태기가 찾아왔나. 4년이면 권태기가 찾아올 만도 하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여도 4년이면 권태롭지. 사랑의 유효기간은 900일이라 하지 않던가. 그렇다고 무조건 900일만 사랑하고 끝나지는 않는다. 열정적인 사랑만 사랑이라 하지 않는다. 그 너머, 용광로처럼 펄펄 끓는 사랑은 아니어도 온돌처럼 뜨듯한 사랑도 있다.


반려 도마뱀 여름이를 키운지 2년 6개월쯤 되었다. 태어난 지 7일 만인, 21년 7월 26일 우리 집에 왔다. 그동안 여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는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꽤 있었다. 소설 10권 분량은 아니어도 꽤 많은 이야기, 역사가 쌓였다. 함께한 시간이 더께처럼 쌓인 덕분이다. 햇수로는 3년이니 여름이와 나도 권태기가 찾아올까. 아직은 그저 사랑스럽고 귀엽기만 하다. 현재가 아닌 내일을 장담하기는 그렇지만, 시간이 흘러 세월이 겹겹으로 쌓여도 변하지는 않겠지. 여름이 하나로 충분하다.



승민이한테 전했다, 입양을 했으니 책임을 져야 한다고.

승민이도 자신의 반려 도마뱀을 잘 키우리라 생각한다.


- 승민아, 다음에 만나면 반려인으로서 전처럼 게코 이야기하자!




* 승민이는 그 이후 자기의 게코를 정성껏 돌봤고, 나한테 말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고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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