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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 여자 Mar 27. 2022

타로 카드로 소설 쓰기

<마담 타로> 창작기 


내가 타로 카드를 이용해 소설도 써보지 않고 타로 카드를 활용해 글을 써보라고 하면 신뢰가 있을까?

그럴싸하게 말할 수는 있겠지만 당당하게 주장하지는 못 할 거야. 

타로 마스터에게 수업을 들으면서 "와- 타로 카드로 소설도 쓸 수 있대요!"라고 말했더니, 

"그럼요, 한 번 써보세요!"라고 말씀하시더라고. 

써보고 싶죠... 하지만 어떻게 쓰죠?

정말 난감하더라고. 어떻게 써야 할지 머릿속이 하얘졌어. 

아직 이야기가 내게 오지 않은 거지. 

그런 소재가 있어. 

아이디어와 발상은 좋은데, 몸통이 오지 않은 이야기. 

정말 징글징글하게 마음속에 품고 있다가 몇 년 후에 풀리는 경우도 있어. 


아무튼. 

간혹 스토리텔링이 가미된 타로 카드 설명서가 있어. 

타로 카드를 배우기에는 좋은 방식이지만, 소설이라고 말하기에는 재미가 없었거든. 

나는 타로 카드 설명서가 아니라 정말 소설을 쓰고 싶었어. 

그러던 어느 날 마로 마스터가 "단란주점 아가씨들에게 타로 카드를 봐주는 출장 타로 마스터가 있더라고요."라고 이야기하시더라고. 

저거다!

나는 그 순간 욕심이 났어. 정말 쓰고 싶더라고.

강력한 집필 의욕을 보였지만 그뿐. 그러고 3년이 훌쩍 흘렀어. 

그 소재는 놓지 않았는데 이야기가 정말 안 풀리더라. 

밀키트처럼 이야기 키트도 팔았으면 좋겠다니까. 

우선 유흥가에서 영업하는 그 타로 마스터를 만나고 싶었지만 그분 사정상 만날 수 없었어. 

그냥 시간만 흘렀지. 

그러던 어느 날, '마담 타로'라는 제목이 떠올랐어. 

오호, 제목이 나쁘지 않아! 내가 제목은 좀 잘 짓는 편이야. 

작품마다 경우가 모두 다른데 제목이 먼저 떠오르거나, 주인공의 대사, 스토리의 결말 혹은 강렬한 장면이 떠올라. <마담 타로>는 제목부터 떠올랐어. 


살인 사건을 타로 카드로 풀어가는 프로파일러 마담 타로.


이 로그라인을 세우고 단편 추리소설 <마담 타로>를 완성했어. 

그리고 교보스토리 크리에이터에 응모해 선발됐고, 

창의인재 동반사업 사업화에 선정돼 장편소설로 개발한 후 출간했어.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

간단한 소개 영상을 보여줄게.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 IP 사업화 상담회 2차에 참가했을 때 사용했던 영상이 있거든. 



주인공 조서란은 타로 카드를 이용해 살인의 단서를 찾을 수 있는 힌트나 현장에서 일어난 사건을 재구성해. 

뭐, 냉정히 말하자면 이것도 겨우 썼다니까. 

추리 소설은 정말 어려워. 


이 작품은 '조서란'이란 주인공이 중요해. 제목도 <마담 타로>인 것처럼 조서란의 이야기거든. 

그런데 처음에는 막막한 거야. 

내가 조서란을 만나봤겠어?

이름도 원추리였다가. 

그래, '추리'소설이라 원추리로 적었다가 진짜 뜬금없이 '조서란'이란 이름이 자꾸 떠오르더라고. 

음...주인공이 원래 이름을 찾아가는 단계랄까?

가끔 선배 작가들이 그런 말을 했거든?

"주인공이 하는 말을 나는 받아 적기만 했어."

말도 안 돼. 다 작가의 머릿속에서 나온 거 아니야? 

어린 시절에는 툴툴거렸는데(선배들 뻥쟁이!), 가끔 그럴 때가 있더라고. (너도 뻥쟁이가 됐구만!)


결국 답답한 마음에 타로 카드를 들고 찬찬히 살펴봤어. 

타로 카드에는 정말 수많은 인물이 있거든? 

"누가 조서란이니? 좀 나와줄래?"

그러다 여사제 카드에 손길이 멈췄어. 

조서란은 여사제더라. 


자, 이 카드 속 인물을 잘 봐. 

여사제는 여성으로서는 최고의 위치에 있는 인물로, 영성을 담당하고 있어. 직관력이 뛰어나. 

카드 위에는 로마 숫자 2가 표기된 거 보여? 

숫자 2는 수비학에서 균형이나 이중성을 의미해. 

흑과 백, 삶과 죽음, 안과 밖, 내면과 외면 등의 대립을 뜻하기도 해. 

여사제는 결정을 내릴 때 이성이 아닌 직감을 중시하니까 경찰이었던 주인공이 자신의 직감을 믿고, 동생을 찾기 위해 타로 마스터가 되어 유흥가 아가씨들을 만나는 거야. 










그럼 파트너인 형사 유한은 어떤 인물일까?


전 남편이자, 형사인 유한은 황제 카드였어. 

황제는 최고의 권력을 갖은 사람이지만, 

이 카드 속 황제는 어떤 모습이야? 

왕좌에 앉아 있지만 불안한 표정이잖아. 

그게 딱 마음에 들었어. 

주변은 어때? 

황량하지? 

황제를 돕는 신하들도 보이지 않아. 

유한은 경찰 내에서 골칫덩어리거든.

너무 정직하고, 너무 정의로워서.

위에서 피곤해하겠지?  









이렇게 캐릭터를 설정하니까 좋더라고. 

간혹 작품 회의를 하거나, 일하기 싫을 때 친구들과 타로 카드를 뽑아봤지만. 

이렇게 작품에 적극적으로 활용해 본 적은 처음이었어. 

그런데 작품의 이미지가 있다는 건 큰 힘이 됐어. 

소설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여사제 카드에게 묻는 거야.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건데?"

물론 술술 쓰인 건 아니지만, 외롭지 않게 작품 마무리를 할 수 있었어. 

그리고 목차는 메이저 타로 카드의 순서대로 설정했어. 



나중에 말할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타로카드는 '바보가 여행을 떠나 자신의 세계'를 만나는 혹은 만들어가는 모험담이야. 

우리의 인생과 닮았어. 

그래서 이 소설도 바보의 여정을 따르고 있어. 

부족한 소설을 예로 들어 쑥스럽지만, 다음 편은 더 잘 쓸 수 있지 않겠어?

아직은 희망사항이지만 마담 타로를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 추리 소설을 쓰고 싶거든. 


이 작품을 쓰면서 가장 어려웠던 난관도 ‘타로 카드’였다. 기획단계에서 ‘타로 카드를 최소한만 넣어라’라는 어느 에디터의 제안도 있었다. 아예 빼라는 사람도 있었다. 마담 타로에서 타로를 빼라니? 

그리고 타로 카드 활용법이 신점이냐, 사이코메트리냐, 오컬트냐, 주인공이 신내림을 받았냐까지 별의별 질문을 받았었다. 결국 네 작품은 말이 안 되니 출판 불가라는 말들이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이 소설은 타로 카드 빼고는 말이 안 되는 소설이었다! 이런 우여곡절이 있었으니 쓰는 내내 ‘내 길이 맞나?’의심하면서 출간하게 되었다. 

결국 내 선택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우선 의심하지 말고 써야했다. 작가가 흔들리니 소설의 흐름도 불안하게 흘러갔다. 이게 말이 되나? 이렇게 써도 되나? 그런 생각조차 하지 말고 밀고 나갔어야 했다. 

하지만 타로 카드를 포기 하지 않은 것은 옳은 선택이었다. 이 소설을 미국 할리우드 제작사들에게 피칭할 기회가 있었다. 부제로 ‘타로 카드를 든 프로파일러’라고 설명하니 흥미로운 캐릭터라며 단번에 기억해줬다. 신빨-, 신들린- 등의 편견이 없어서 오히려 편했다. 

미국에 갔을 때, 산타모니카 해변의 타로 마스터에게 물은 적이 있다. 

“내가 타로 카드로 계속 소설을 써도 될까? 2권, 3권 시리즈 계약을 해야 할지 결정해야 하거든.”

“당연하지. 너랑 잘 맞는 소재야.”

태평양의 석양을 보며 테라스에서 타로 카드를 보던 그 날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 힘으로 2, 3권을 쓸 수 있을 테니. 


자, 정말 타로 카드로 소설도 쓸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내가 말하는 타로 카드로 글쓰기는 법칙이 아니라 예시일 뿐이니 가볍게 일고, 가볍게 활용하길 바란다. 


그러니 네가 쓰는 글에 타로 카드가 도움 되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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