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1919 to 2022
베를린 장벽이 예고도 없이 무너져 내리고 소련은 갑자기 소리도 없이 해체되었다. 세상의 절반이던 혁명의 이념은 그렇게 맥없이 막을 내리고 있었다. 지수와 종기는 결혼 후 서초동에 전셋집을 얻었다. 종기는 연수원 성적도 좋았지만 작은 아버지의 덕으로 검사의 시작을 서울에서 할 수 있었다.
“지수야. 오늘도 늦을 것 같아. 먼저 자. 일이 끝이 없네”
종기는 검사가 되고 거의 매일 야근을 했다. 사건을 처리하는 시간보다도 사건이 쌓이는 속도가 높았다. 그런 종기를 보고 다른 검사들은 종기에게 일머리가 없다며 핀잔을 주기도 했지만 종기는 그렇게 일하고 싶지 않았다.
“오늘 저녁 도시락 가져다줄까?”
지수가 저녁 도시락을 가져다준다고 하니 종기는 좋아 죽었다. 종기의 검사실에 들어온 지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많은 기록을 매일 보는 거야?”
“평소엔 이것보다도 많아. 오늘은 그래도 좀 덜한 거야. 낮에는 조사도 해야 하고 보고도 해야 하고 해서 결국 밤에 기록을 보게 되더라고”
“그래도 그렇지 이거 뭐 매일 밤 너무하잖아. 그럼 검사들 마누라는 다 과부야?”
지수의 투정에 종기가 입에 밥을 담고 크게 웃었다.
“지수야! 나 먹고 싶은 거 생겼어”
“뭔데?”
“너!”
“헐~”
지수가 빈 도시락을 들고 검사실을 나가며 문에 비스듬히 기대고 서서 다리를 꼬았다.
“나 오늘 새벽 2시까지는 지금 입은 옷에서 한 개만 입고 있을 거야. 그 뒤론 다시 원상 복귀하니까 알아서 하세요. 검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