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부터 글을 좋아했을까? - 01
문득 스스로에게 궁금증이 생겼다.
이제는 가물가물한 어린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친구들 앞에서 떠들고 말하는 걸 좋아했다. 그래서 유치원을 졸업할 때 선생님이 주는 상장에도 ‘이야기상’이 있을 정도였다.
그렇게 친구들과 떠들고, 이야기를 지어내는 걸 좋아했기에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으면 나도 모르게 귀를 쫑긋 세웠던 것 같다.
어렸을 때는 인터넷이 없었으니, TV를 통해, TV를 볼 수 없을 때는 학교 도서관이나 집 주변에 있는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보곤 했다.
나의 흥미를 끌었던 두 개의 TV 프로그램이 있다. 하나는 TV 동화 행복한 세상, 다른 하나는 인간극장이었다. 두 프로그램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사람’이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소소한 행복이 담긴 이야기였다.
따뜻함이 담긴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며 기분이 좋아졌다. 매일 TV 프로그램을 챙겨보는 것보다 밖에서 친구들과 공 차고 놀거나 얼음땡을 좋아했던 초등학생이었기에, 보고 싶은 에피소드를 보지 못한 적도 있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다시 보기를 하려면 한 편에 500원가량의 비용을 내야 했었다. 초등학생에게 500원은 긴 컵에 담긴 떡볶이와 튀김 만두 하나를 먹을 수 있는 거금이었다.)
도서관에서 TV 동화 행복한 세상과 인간극장에서 봤던 사람이 쓴 책을 발견했다. ‘책으로는 어떤 얘기가 있을까?’ 궁금해하며 얼른 대출했다. 도서관을 나와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TV 동화 행복한 세상은 짧은 에피소드와 개성 있는 캐릭터 그림체가 인상 깊게 남아 있다.
그렇게 책을 읽으며 감명 깊었던 이야기들은 머릿속에 저장해 뒀다가 퇴근하고 오는 부모님에게 들려주거나, 다음 날 학교에 가서 친구들에게도 얘기하는 등, 그렇게 책을 읽는 이유가 사람들에게 재미있고 좋은 얘기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던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