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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건니생각이고 May 08. 2019

결혼은 할게요. 근데, 애는 안 낳을래요

아이를 낳고 싶지만, 고민 많은 그(녀)들을 위한 육아 아빠의 대변

 저출산이 사회 이슈로 급부상했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조만간 그럴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이제 현실이 되어버린 거죠. 저출산이라는 현상도 걱정되지만, 그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더욱 걱정됩니다. 저출산이라는 '남녀 공통'의 이슈를 전적으로 ‘그녀’들 탓이라 지적하는 분들도 여전히 많으니 말입니다.


 책임 소재를 따지려면 좀 더 객관적이었으면 합니다. 2세에 대한 선택과 그에 따른 책임은 부부의 몫이지, 여자 혼자 감당할 문제는 아닙니다. 신체적인 차이로 출산을 담당하는 게 저출산의 책임을 떠안을 명분이 될 수는 없습니다. 연애, 결혼, 임신 그리고 출산까지 남녀가 함께 이뤄가는 과정이고, 어느 것도 한쪽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출산으로 인한 경력 단절이 두려워요.”


 한 TV 프로그램에서 여성 출연자가 한 말입니다. 결혼에 대한 질문이었는데, 출산에 대한 두려움을 대답했습니다. 남자들의 경우, 결혼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결혼 혹은 배우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육아나 자녀 계획을 얘기하진 않습니다. 대부분 그렇습니다. 어쨌든 그 출연자의 대답으로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결혼과 육아를 따로 생각하지 못하는 것도 안타깝지만, 출산으로 경력이 끊길 사람은 본인이라고 단정한 부분이 더 안타까웠습니다. 출산했다고 일을 그만둬야 하는 건 아닙니다. 그건 전적으로 출산이라는 중대사를 맞이한 ‘부부’의 합의하에 결정하면 됩니다. 만일, 남편이 될 분이 자녀 계획 등 결혼 생활에 있어 의견이 다르면, 그 분과 진지하게 논의하고 결정하면 될 뿐입니다. 부모, 친구 등 주변 상황이 신경 쓰이겠지만, 결정에까지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되겠습니다.


“저희도 아이 낳고 싶어요.”

 

 아이를 안 낳는다고 문제라고 합니다. 뭐가 문제인가요? 예전엔 많이 낳았는데 지금은 안 그러니까요? ‘그래도’ 애는 낳아야 하는 걸까요? 나이 들어 외롭지 않기 위해서 젊은 시절은 고생하며 날려 보내도 괜찮은가요? 그렇게 키워내서 정말 후회 없이 애 낳길 잘했다는 생각만 가득하신가요? 옆집으로 이사오셔서 ‘내일’인 것처럼 도와주실 건가요?

 

 현상을 지적하기보다는 원인에 집중했으면 합니다. 단언컨대 아이를 좋아해서 아이를 낳고 싶은 비율은 과거와 비교해 줄지 않았습니다. 낳고 싶은 그들의 마음은 한결같으나, 그럴 수 없는 요소들이 많아졌다는 이야기입니다. 지금 아이를 낳지 않는 그들도 한 세대 전에 태어났으면 아이 여럿 키워냈을 겁니다. 사람의 문제가 아닙니다. 시대의 문제이고 나라의 문제입니다. 두 손 맞잡고 힘을 모아도 헤쳐나가기 쉽지 않을 판국에 맹목적인 손가락질은 서로에게 깊은 상처만 남길 뿐입니다.


훈수 금지!


 선택도 그들의 몫이고 그에 대한 책임도 마찬가지입니다. 결혼을 하든, 결혼을 해서 애를 낳든 말든 혹은 다른 경우든 타인이 관여할 권리는 없습니다. 이는 부모 자식 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를 키워낸 경험이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이 기쁘시면, 그 무엇과도 비교하지 마시고 스스로 만끽하시면 됩니다. 진정으로 저출산이 걱정되시는 거라면 저출산으로 인한 사회 문제 해결에 앞장서 주시면 됩니다. 안 그래도 고민 많은 그들에게 더 부담 주지 않았으면 합니다. 적어도 ‘출산’만은 온전히 그들이 결정할 수 있게 해 주셨으면 합니다.


무엇이 더 행복할까?


  중요한 건 ‘행복’입니다. 출산 자체를 고민하기보단 더 행복한 선택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부부간의 진중한 논의 끝에 더 행복한 삶을 위해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정했다면, 그렇게 하면 됩니다. 중요한 결정을 한만큼 행복하게 살면 될 뿐입니다. 반대로 아이를 낳기로 결정했다면, 아이와 함께 행복하고 아이도 그 행복의 기운을 듬뿍 받으며 자랄 수 있게 해 주면 됩니다. 두 경우 다 얼마든지 선택 가능하며, 모두 다 행복할 수 있는 선택입니다. 더 좋은 선택도 덜 좋은 선택도 없습니다.


 그리고 함께 고민하고 결정하셨다면, 그게 어떤 방향이든 옳은 결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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