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때도 없이 울컥하는 아빠
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 감정이 ‘슬픔’이 아니란 건 확실합니다. 오늘도 곤히 자고 있는 딸아이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울컥했습니다. 주책도 이런 주책이 없습니다. 너무 준비 없이 순식간에 올라오는 감정이라 손 쓸 새가 없습니다. ‘울컥’이 지나가고 나면, 이 아이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역경도 다 견디고 이겨내리라는 격한 ‘다짐’이 뒤를 잇습니다. 엄마보다 조금 늦었지만, 저도 그렇게 아빠가 되고 있나 봅니다.
아내가 준 설렘
아이가 준 행복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설렘’과 감히 비교 가능한 감정을 또 느끼게 될 줄 몰랐습니다. 보고 싶어 어쩔 줄 모르던, 밤새 통화하느라 한 숨도 못 잤지만 피곤함은 전혀 느낄 수 없었던 그 시절이 떠오릅니다. 지금이 그렇습니다. 행복해서 어쩔 줄 모르겠습니다. 조잘거리고, 우당탕탕 뛰어다니고, 제 얼굴에 뭐가 그리 신기한 게 많은지 매일 살펴보는 딸아이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합니다. 행복한지 지겹도록 물어보는 아빠에게 ‘아빠랑 엄마랑 있으면 너무 행복하지~’라고 매번 대답해주는 딸내미가 그렇게 이쁘고 사랑스럽습니다.
신부 입장!
이 ‘울컥’은 ‘신부 입장!’ 타이밍에도 여지없이 튀어나옵니다. 딸아이를 바라보며 느끼던 감정과는 묘하게 다릅니다. 이런 감정을 느끼며 딸내미를 키웠을 또 한 명의 ‘아빠’를 보면 저도 모르게 울컥하는 겁니다. 남의 결혼식에 참석해서 왜 우냐고, 농담이지만 아내를 타박했던 제가 이제 같이 울고 있습니다. 주책입니다. 주책이어도 뭐 어쩌겠습니까. 괜한 오해 사지 않도록, 남들에게 이 눈물 들키지 말아야겠지요.
(딸)
난 더 커가고 있는 걸까
엄마의 손길이 그리워
더 크고 싶지 않은데-
멈출 순 없는 걸까
(엄마)
나의 예쁜 딸 우리 하루
어느새 이렇게 자랐구나
아프지 말고 건강하렴
이 세상 가장 소중한 선물
출처 : 엄마의 뽀뽀(어른 동생 OST) - 송인경, 이설
얼마 전, 딸아이와 함께 ‘어른 동생’이라는 뮤지컬을 보고 왔습니다. 아이와 처음으로 함께 보는 뮤지컬이라 즐길 준비만 했던 저희 부부는 뜻하지 않은 ‘감동 공격’에 몇 차례 무너졌습니다. 극 중,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엄마와 하루하루 커가는 자기가 야속한 딸의 대화가 남일 같지 않았습니다. 지나버린 시간을 아쉬워하는 부모 입장만 생각했었는데, 아이 역시 시간을 붙잡고 싶었던 겁니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부모와 지금의 시간을 붙잡고 싶은 아이. 딸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쉽게 설명할 순 없지만, 뭉클한 순간을 살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옆에서 쌔근쌔근 잠자는 딸내미의 숨소리가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습니다. 아빠가 해줄 수 있는 게 뭐 별 거 있겠습니까. 그저 든든한 지원군으로서 어떤 상황에서든 늘 딸내미의 편이 되어 주어야겠습니다. 계속 지금 같을 수 없다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지금의 이 울컥하는 행복을 최대한 오래 느끼고 싶은 아빠의 마음 역시 어쩔 수 없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