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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건니생각이고 Feb 06. 2019

알고 보면 나도 SKY캐슬

사랑으로 합리화하는 자녀 교육

 장안의 화제였던 'SKY캐슬'이 마지막 회까지 23.8%의 기록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막을 내렸습니다. 등장인물마다 방법의 차이만 있었을 뿐, 교육에 대한 '열정'만큼은 우열을 가릴 수 없이 모두 세계 최정상급이었습니다. 초반에는 우주엄마(이태란)과 예서엄마(염정아) 중 누구의 자녀 교육 방법이 옳은지를 두고 논쟁이 뜨거웠습니다. 하지만 이 논쟁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되려 회를 거듭할수록 'SKY캐슬'은 드라마 속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시청자들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었고, 시청자들의 감정이입은 시청률 수직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최상류 층인 그들도 '교육'에 대한 '고민'만큼은 우리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사랑해"


 극 중 '한서진(곽미향)'이 딸 예서를 위로하며 내뱉은 말입니다. 안타깝습니다. 그녀의 선택으로 인해 그녀 자신, 가족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겪은 일들은 너무 참혹했지만, 그 모든 일들이 엄마의 ‘사랑’에서 시작됐다니 말이죠.

 하지만 한 번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서울대 의대 합격'으로 대표되는 '성공'은 누구를 위한 성공일까요. 예서가 서울대 의대를 합격하면 예서와 예서 엄마 한서진 중 누가 더 기쁠까요? 당사자인 예서도 물론 기쁘겠지만, 예서의 합격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더 기뻐할 사람은 한서진이지 않을까요? 이름까지 바꿔가며 자신의 과거를 숨기고 자식을 위해 모든 걸 바친 그녀입니다. 자식을 위한 희생이라 생각하겠지만, 사랑으로 합리화된 자기만족 혹은 대리만족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투자에 대한 모든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투자 관련 상품을 가입할 때 '동의'해야만 하는 항목 중 하나입니다. 반강제적인 동의이긴 하나, 어찌 됐든 내가 선택한 투자이기에 만족스럽지 못해도 그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야만 합니다. 선택에 따른 책임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말입니다. 서울대 의대에 합격했지만, 합격 이후 바로 무너지는 영재네 가족은 어땠나요. 서울대 의대라는 목표를 설정하는데 정작 영재 본인의 의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그의 부모가 정한 목표를 '이뤄주는' 것이 영재의 유일한 목표였습니다. 부모로부터 ‘해방’되는 순간만을 바라보고 견뎌냈던 영재는 서울대 의대 합격 직후 무너졌고, 그의 부모는 함께 무너졌습니다. 그 누가 영재를 탓할 수 있을까요.

 김주영 코디의 역할은 영재의 서울대 의대 합격까지입니다. 냉정하게 역할만 놓고 보면 그렇다는 겁니다. 증권사도 수익률만 보장한다고 할 뿐, 수익률을 통한 삶의 질 향상 등은 언급도 않습니다. 복권 당첨으로 일확천금을 벌었지만, 오히려 삶이 엉망이 된 사람들이 복권 판매자를 탓할 수 있을까요?

 

누구를 위한 교육일까요


 요즘 어린이집을 보내지 않는 부모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아파트로의 주거환경 변화, 핵가족화, 맞벌이 등으로 인한 자연스러우면서도 어쩔 수 없는 현상입니다. 안타까운 건 한국 교육의 치열함이 어린이집까지 스며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건강하게만 자라 달라던 그 어린아이들에게까지 말이죠. 유치원은 또 어떤가요? 영어 유치원의 수가 일반 유치원의 수보다 많은 동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조기 교육'으로 포장된 수많은 학원들은 또 어떤가요.

너도나도 시키니까?
내 자녀가 뒤쳐질까 하는 불안감에?
부모의 대리만족?

 'SKY캐슬'에서 보여줬듯이 위에 나열된 항목들은 자녀 교육의 이유가 되면 안 됩니다. 진정으로 자녀를 위한 교육은 아닐 테니까요. 어른들도 소화하기 힘든 하루 일정을 버텨내는 아이들의 하루 일과를 들을 때면 너무 안타깝고 답답합니다. 부모의 바람처럼 언젠간 부모에게 감사한 날이 올 수도 있겠지만, '지금' 소모되고 있는 아이들의 좋은 날은 어떻게 보상해 줄 수 있을까요.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살기는 더욱 각박해져 갑니다. 자식들이 좀 더 경쟁력을 갖춰서 덜 힘들었으면 하는 바람은 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모두 마찬가지일 겁니다. 하지만 애착도 과해지면 집착이 됩니다. 자식을 위했던 교육이라면 자식의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하겠습니다.

 혜나의 죽음, 예서와 우주의 자퇴, 감옥살이 신세인 김주영 코디, 강준상 교수의 사퇴가 우리 사회에 날린 일침은 이 흥행이 지나도 오랫동안 잊지 말고 가슴 깊이 새겨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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