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가장 어려운 두 마리 토끼 잡기
세상이 변했습니다. 육아는 전적으로 엄마의 일이었던 과거는 언급 조차 허용되지 않습니다. 엄마 혼자의 아이가 아닌 엄마 아빠의 아이이니 당연한 변화입니다. 독박 육아가 무턱대고 불합리하다고 욕하기보단, ‘엄마의 육아’가 당연시된 그 시대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이해하는 편이 한결 나을 겁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고, 바뀐 시대에 맞게 육아의 주체도 바뀌었습니다. 아니, 바뀌어야 했습니다. 육아 방법 등 많은 게 바뀌었고, 특히 경험 없던 아빠들도 육아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 세상이 된 겁니다.
준비되셨나요?!
남편이 될 준비만 하던 남자들에게 아빠가 될 준비는 먼 나라의 이야기였습니다. 준비는커녕 간접 경험조차 전무했던 아빠들이었으니 말이죠. 마찬가지로 여자분들도 엄마가 될 준비가 안 됐었겠죠. 왜 육아는 우리 여자들의 몫이냐는 소리 한 번 내지 못하고, 오롯이 감당할 수밖에 없던 시대적인 분위기에 마음고생만 하셨을 테고요. 이제 막 육아 세계에 입문하고 보니, 우리의 어머니들이 육체적 그리고 정신적으로 얼마나 힘드셨을지 감히 상상도 안 됩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요즘 남자들이 육아는 당연히 엄마가 도맡아야 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단지, 본인들의 아버지가 육아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거나 기억이 없어서 정말 모르는 겁니다. 간접 경험도 없고 키워본 적은 더더욱 없으니 그저 ‘남일’ 같은 거죠. 하지만, 그렇게 아무런 대비가 없던 남자들도 아이가 태어나면 즉각 깨닫게 됩니다.
이건 내 일이구나!
라고 말이죠.
뭐부터 도와주지?
시작부터 엇박입니다. 주체가 되어야 하는데 도와주려고 합니다. 어찌 보면 이는 남자 입장에서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겁니다. 결혼 전엔 남자 친구로서 여자 친구를 돕고 지지했고, 결혼 후에는 남편으로서 돕고 지지했던 그들이니 말이죠. 한결같이 도와주던 그들은 아이가 태어난 뒤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지 고민했던 것뿐입니다.
얘가 내 애야? 우리 애지?
압니다. 그래서 도와주려고 했던 겁니다. 아내 입장에선 남편이 좀 더 '내 일'처럼 육아를 받아들이길 바라겠지만 그게 어디 한 번에 쉽게 되겠습니까. <#1 아빤 엄마와 달라요> 편에서도 언급했듯이, 부성애의 근본적인 한계도 한몫합니다. 또, 뭐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도통 감이 오지 않으니, 주체가 되긴커녕 도와주는 것조차 만만치 않습니다. 그 와중에 타박까지 들으면 본능적으로 반발심이 발동하는 게 또 남자이고 말입니다. 변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속도'입니다. 육아라는 게 당장 발 등에 떨어진 불처럼 급박한 건 이해합니다만, 발이 뜨거운 줄도 모르는 아빠들은 연속적으로 터지는 당혹스러운 상황에 '얼음!'이 되고 맙니다.
남편 vs. 아빠
남자들에게 아빠의 역할이 추가되는 시기가 대부분 사회생활 중 가장 바쁜 시기입니다. 자상한 남편이 되기에도 벅찰 정도로 바쁜데, 아이까지 생기니 정신 못 차리게 바쁜겁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바쁜 시기에 막중한 역할 하나가 추가됐다고 소홀히 해도 되는 역할은 없습니다. 아이를 생각해서도 그렇고,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생각하면 더욱이 그렇습니다. 육아에서 거리를 두면 딱 그 거리만큼 아이의 정서발달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한 영향은 우리 모두가 고스란히 나눠서 받게 될 겁니다. 둘 다 잘 해내야 마땅하겠지만, 어째 한 역할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느낌입니다. 남편이라고 하기엔 아내에게 자꾸 서운함을 느끼게 만드는 것 같고, 아빠라고 하기엔 아이에게 턱없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그 와중에 회사는, 육아하는 아빠를 이해하기에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도 있지만, 버티기도 힘듭니다.
행복한 고민 하네.
다 그런 거야.
시간 지나고 나면 다 추억이야.
나 땐 더했어.
위로 근처에도 못 가는 저런 이야기는 접어 두었으면 합니다. 따끔한 충고와 조언보다는 무조건적인 '공감'과 '이해'가 필요합니다.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그리고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으로서의 모든 역할을 다 충실히 해내야 하는 게 '현대판 아빠'들입니다. 더욱이 겪어본 적 없는 신세계를 경험하는 그들이기에 진심 어린 응원이 필요한 겁니다. 또한, 아빠들도 지치지 말았으면 합니다. 뿌린 만큼 거둔다는 말이 있지만, 뿌린 노력 이상의 감동적인 순간들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아내의 남편, 아이의 아빠. 두 마리 토끼 다 잡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