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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건니생각이고 Jun 14. 2019

딸에게 보내는 편지

그 첫 번째.

딸아.


우선 아빠에게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행복을 선물해줘서 정말 고맙다. 그냥 어른만 되면 다 깨닫는 줄 알았던 철부지 아빠였는데, 비로소 널 만나고 또 키우다 보니 진짜 중요한 삶의 가치가 뭔지 깨닫는 중이란다.


마음의 준비 없던 아빠는 너의 존재를 확인하던 순간부터 꽤나 오랫동안 어리둥절했었단다. 마음이 동하지 않는 이유를 부성애의 한계라고 생각하고 맘 좀 편히 먹으려 해도 알 수 없는 죄책감에 맘은 편치 않더구나. 그저 노력이었지만 우선 최선을 다해보자는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봤던 거란다.


노력 덕분이었을까. 어느 순간부터 아빠를 끔찍하게 생각하는 너를 보며 묘한 행복감에 사로잡히더구나. 그리고 깨달았단다. 살면서 정말 중요한 가치를 너무 놓치고 살았던 아빠였다는 사실을 말이야.


이제 조금만 지나면 새로운 관계들로 엄마 아빠와 보내는 시간은 점차 줄어들겠지? 서운한 맘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아빤 네가 그 관계들로 인해 너무 상처 받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중요한 건 관계가 아닌 그 관계 안의 너인 걸 잊지 말고 말이야.


살다 보면 상상할 수도 없는 많은 일들을 겪게 될 거야. 결국 이겨내야 하는 건 네 몫이라고 모두가 몰아 부쳐 힘이 들면 아빠에게 얘기하렴. 무조건 네 편이 되어줄 것이고, 필요하면 아빠가 대신 나서 줄게.


서툰 아빠지만 나름 너를 위해서 무엇이 최선일지 늘 고민하고 있단다. 아빠도 아빠가 처음인 터라 의도치 않게 실수도 하고 상처도 줄 수 있을 거야. 다 널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 하나만 기억해주면 좋겠구나.


그리고 엄마한테 잘하거라.


아빠가 선택한 엄마이지만, 너를 키우는 걸 보니 아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이 더 확실해졌단다. 네가 보물인 만큼 아빠에게 엄마는 보물중의 보물이다.


지난 시간 잘 자라줘서 고맙고,

너무 사랑한다.


2019.6.14

딸바보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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