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유불급
아이와 의사소통이 되고부터 새로운 고민이 생겼습니다. 훈육에 있어 칭찬과 꾸중의 비율을 어떻게 가져가는 게 과연 아이에게 가장 좋을지 도무지 정답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칭찬의 비율을 월등하게 높이기로 결정했습니다. 사랑스러운 딸이라 혼내기 싫어서 그런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부모님께서 저를 그렇게 칭찬으로 키워 주셨고, 그런 부모님의 훈육을 통해 많은 장점을 느낀 저였기 때문입니다. 또, 딸아이의 자존감을 키워주고, 강력한 동기부여를 심어주기에 '칭찬'만큼 좋은 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칭찬 가득한 훈육 덕인지, 아직 4살밖에 안 된 딸내미는 기대 이상의 예쁜 행동과 말들로 늘 엄마 아빠를 미소 짓게 해 주었습니다. 아이에게 너무 고마웠고, 앞으로도 지금처럼 칭찬 위주의 훈육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아이에게 필요 이상의 기대를 하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부모의 실망도 크거니와 자칫 아이에게 도전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기에 조심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마냥 좋을 것만 같던 칭찬 중심의 훈육도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얘기를 듣고 아차 싶었습니다. 아이가 칭찬을 받기 위해 ‘의도’가 들어간 행동을 하게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또, 인정 욕구가 강하면 ‘지적’에 취약할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칭찬의 긍정적인 면만 생각하던 전 그야말로 ’멘붕’이었습니다.
아이가 인정 욕구가 아주 강해요.
인정 욕구, 즉 칭찬을 받고자 하는 욕구가 매우 강하다는 얘기를 어린이집 선생님께 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선생님이 어떤 걸 좋아하는지 너무 잘 알고, 어떻게 하면 칭찬받을 수 있는지 다 안다는 겁니다. 그 나이 아이들과는 다르게 뛰고 소리 지르는 등의 본능을 억누르는 게 보인다더군요. 눈치가 4살 아이답지 않게 너무 빠르단 말씀도 덧붙여 주셨습니다. 어른이 보기에 기특해 보일 순 있으나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 보니 조금 걱정이 됐습니다.
사실, 사회생활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인정 욕구가 강하고 눈치가 빠른 성향은 좋은 점이 더 많습니다. 서글프지만 상사에게 인정받아야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직장 생활만 떠올려봐도 눈치가 빠르다는 건 꽤나 큰 장점일 수 있으니 말입니다. 단지, 딸아이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걱정이 되는 겁니다. 눈치 빠르다는 소리를 듣는 분들은 이해하실 겁니다. 눈치가 빠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의도’를 ‘미리’ 파악해야 하는지 말입니다. 가끔은 의도가 없는 상황에 의도를 파악하느라 진을 빼기도 하고 말이죠.
제가 그런 사람입니다. 눈치가 빨라 긍정적인 평가를 받곤 하지만, 그런 성향은 저를 피곤하게 만듭니다. 때로는 잘못된 의도 파악으로 괜한 갈등을 만들기도 하고 말입니다. 성향이 그렇게 자리 잡다 보니, 저도 모르게 제 뇌를 풀가동하며 불필요한 피로를 만들어 내곤 합니다.
칭찬이 만든 '지적 거부증'
몇 번의 이직을 경험하고 아이를 키우다 보니 저 자신에 대해서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싶었습니다. 제가 유독 예민하게 반응하는 부분이 뭔지 최대한 객관적으로 스스로를 돌아봤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그 무엇보다 제가 싫어하고 예민한 부분은 다름 아닌 누군가의 '지적'이었습니다. 왜 그렇게까지 싫은지 그 이유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하게 됐고, 부모님의 칭찬 가득했던 훈육에서 근본 원인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매사에 칭찬을 받다 보니 꾸중 즉, ’지적’에는 유난히 취약하게 된 겁니다.
지적을 받고 기분이 좋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정도 차이는 분명 존재합니다. 칭찬 가득한 훈육은 지적에 예민한 성향을 만들어낼 확률이 높고, 이렇게 예민한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을 눈치 보게 만드는 등 불편한 기운을 뿜게 되는 겁니다. 그럼 고민이 됩니다. 칭찬이 자존감을 높여주고 동기부여를 심어줄 수 있기에 선택했는데, 훈육에 있어서 어떤 변화를 주어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 말입니다.
칭찬은 하지만 이전과는 다르게!
칭찬의 힘을 믿기에 칭찬을 줄이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 칭찬에 변화를 주기로 했습니다. 의도치 않게 잘한 행동에 대해서는 칭찬해주고, 칭찬을 받기 위해 의도적으로 행동한 부분에 대해서는 칭찬을 하지 않는 식인 거죠. 또, 꾸중(지적)을 함에 있어서 명확한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해 주기로 했습니다. 아이 입장에선 서운할 수 있겠죠. 칭찬 가득한 ‘최고 도장’을 찍는 낙으로 예쁜 행동을 하던 아이였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곧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리라 믿습니다. 제가 살아오면서 겪은 모든 게 결코 정답은 아니지만, 뭐든지 과하면 탈이 나기 마련입니다. 인정 욕구도 예외는 아닐 거고요.
아이를 다듬어가며 키우는 만큼 부모도 많은 고민이 뒤따르네요. 정답은 없겠습니다만, 최대한 아이가 정신적으로 편안하게 살 수 있게 도와주고 싶습니다. 육체적인 건강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정신건강도 중요하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