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속 어느 암자에서
가을이란 본시 응달이
깊어질수록 벌겋다.
물 한방울 없이 말린
뙈약볕 아래
수도승은 서둘러 걷는다.
부처 앞, 수 많은 중생들처럼
자신만의 세상 애통한 사연을
개미처럼 짊어지고 응달로 간다.
모든 수도승들은 자신만이 진짜 부처인양
자신만의 세상 속 모든 시련에 합장한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라는 문구 앞에서
간절히 절을 한다.
선한 바람만이
빨갛게 익은 땅, 엎드린 중생들에게
불경을 속삭인다.
그 바람결 따라 약상보살님 얼굴에
미소가 퍼지는 어느 암자
산 깊은 작은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