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동하는 씨앗
제목 : 메타세과이아
인류보다 오래 전 죽은
나무 한 그루 속
절벽처럼 웅크린 작은 씨앗
마음깊이 빛을 상상해 봐도
우주만큼 겹겹이 쌓이는 어둠
낮이면 냉기조차 도망가는 밤
암흑. 아무도 누구도 없는 형벌
똑 딱 똑 딱 똑 딱 똑 딱
시간마저 흘러 말라버린 날
뽀드득 뽀드득 씨앗이 요동쳤다
있는 힘껏 흙을 밀어낸다
뽀드득 뽀드득 들썩이는 땅 속
어둠 아래에 꽉 찬 씨앗
별자리 같은 틈으로 햇살이 든다.
뽀드득 뽀드득 쑥 쑥 쑥 쑥
쭉 기지개 켠다
암흑 위에 포실포실 단단한 마음
꾹꾹 눌러두고 오늘도 노오피
기지개 켠다.
저는 메타세과이아 나무를 좋아해요.
푸른 초록이 싱싱해서 보고 있으면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죠.
엄마와 동생 할머니가 함께 여행을 자주 했어요.
그 때 메타세과이아를 많이 보게 되었는데요.
요즘 우리나라에는 메타세과이아길이 여러 군데 많이 생겨서
봄 여름에 푸른향을 즐기러 많이 다녔죠.
제 기억에 이 나무는 항상 생글생글했어요.
상처 하나 없이 잘 자란 사람처럼 언제나 맑고 투명한 느낌이었죠.
그런데 이 나무가 '살아있는 화석'인거 알고 계시나요?
처음 이 말을 듣고 화석인대 살아있다는 건가? 궁금해서 찾아봤어요.
그래서 보니까 이 나무, 사실은 화석으로 발견되었을 정도로
오래 되었다고해요. 우리나라에도 나무의 화석이 발견되었다고 하네요.
살아있는 화석나무…… 정말 상처 하나 없는 느낌이었는데
그 긴 시간을 지나서 지금까지 살아 왔다면 얼마나 외로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문득 나무의 씨앗에 대해서 생각해봤어요.
큰 나무를 품은 작은 씨앗 하나가 화석에서 바들바들 떠는 이미지가 생각났어요.
한 그루 나무가 성장하기까지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나무가 싱그러운 것은 씨앗의 시간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씨앗이 땅에 튼튼하게 뿌리를 둬서
나무 더 높이 올라갈 힘이 생긴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죠.
이 시는 오랜시간 누구도 보지 않았던 메타세콰이아의 작은 씨앗에 대한 이야기에요.
암흑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어둠 속에 있는 누군가 이 시를 읽는다면
작은 씨앗처럼 암흑의 밤을 잘 지나가기를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