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감사일기
어제 오늘은 감사한 일이 많은 시간이었다.
나에게 이렇게 감사한 일이 있다는 것에
다시 한 번 감사함을 느껴보기로 한다.
드디어 내 반지를 찾았다.
엄마 예순 선물사러 갔다가 나도 모르게 질러버린 금반지
(1돈짜리 얇은 반지이긴 하지만 그래도 순금반지다)
생각보다 비싸서 살까말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사기를 참 잘했다 싶다.
반짝반짝 예쁘다. 반지는 예쁜데 내 손은
오동통해서 그닥 예쁘지 않다는 함정이 있지만
생각보다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이 반지를 사면서 나, 연애세포가 다 죽었구나 라는 걸 느꼈다.
예전에는 남자가 사주는 반지가 가지고 싶었다.
다른 친구들이 비싸고 좋은 반지를 남자친구한테 선물
받았다고 하면 아닌 척 하면서도 샘이 났었다.
그래서 남자친구가 생기고 반지를 맞춘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많이도 애썼다.
반지 하나, 꽃 한송이 얻어보겠다고 참 많이도
애쓰고 마음 쓴 내가 보였다. 왜 그렇게 까지 했을까 싶다.
반지도 꽃도 내 돈 내고 사면 되었던 것을 ...
그렇게 힘들게 애쓰느니 내 돈으로(비록 할부지만)
내가 사고 내가 책임지는 지금이 훨씬 좋다.
다시는 그런 생활 하기 싫다.
요점은 반지를 살 수 있는 상황과 마음 그리고 돈이 있어서
감사하다는 점이다.
비록 남자에게 받은 반지는 아니지만
나 스스로에게 반지를 해 줄 수 있는 내가 기특하다.
앉아서 출근했다.
버스의 밀림같은 사람들을 제치고
자리를 차지하는데 성공했다.
나는 버스나 지하철에서 앉아서 가는 것에
되게되게 민감한 사람이다.
서서가면 아주 기분이 나쁘다.
내 자리를 빼앗긴 것 같다랄까 .....
그냥 그런 기분이 든다.
그렇기에 아침 일찍 길게 돌아가는 버스를
단순히 앉아서 가기 위해서 탄다.
그런데 그 버스가 만원석이면 나는 화가난다.
내 노력이 헛되이 무너졌기에 너무 우울하다.
하지만 기회는 있는 법!
일어나는 사람들의 틈바구니를
잽싸게 메우며 자리에 엉덩이를 가져가 댄다.
철푸덕 소리와 함께 내 몸이 앉아 있는게 느껴지면
그렇게 감사하고 행복할 수가 없다.
나는 아마도 전생에 서서만 있던 나무였던 모양이다.
그러니까 앉아있는 걸 그렇게 좋아하지...
이럴때 마다 찌질한 나를 느끼지만 ...
뭐.. 이게 내 진짜 모습이니까 이것도 나쁘지 않다.
오늘 아침에 엄마와 아침인사를 했다.
서로 포옹을 하면서 내 뱃살에 있는 에너지를
어머니에게 나누어주었다. 엄마도 나도 화이팅 하자는 일종의
의식 같은 것이다. 나는 오늘도 같이 할 수 있는 엄마가 있어서 참 좋다.
손을 흔들며 "안녕히 다녀오겠습니다"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집과 사람이 있어서
행복하게 출근길의 시작을 할 수 있었다.
"안녕히 다녀오겠습니다"
우리가 잘 쓰는 표현이지만 참 따뜻한 글자이다.
애쓰고 돌아오면 나를 맞이해 줄 누군가와 함께
포근한 이부자리가 있다는 말이니까.
이렇게 한낮에 쓰는 감사일기도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다.
밤에 쓰는 일기는 뭔가 너무 오글오글오글하다.
오징어가 쪼그라드는 느낌이랄까....
이상 오늘의 일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