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가 산전 검사 결과 확인을 위해 병원에 다녀왔다. 우리 둘 다 문제가 있다고 했다. 와이프는 결과지를 보여주며 의사에게 들은 내용을 설명해 줬다. 그런데 그중 반 정도밖에 못 알아들었다. 일단 와이프도 세부 내용도 잘 모르면서 의사에게 들은 내용만 전달해 주니 내가 질문만 하면 짜증부터 냈다.
그나마 나의 결과는 어느 정도 이해했다. 나이가 많고 술, 담배 다 해서 정자 상태가 안 좋다는 얘기인 것은 같았다.
'정자의 상태를 확인하는 주요 항목은 뭐냐?
항목별 세부 Spec 대비 측정치가 얼마라는 말이냐?'
설명을 듣고 와이프한테 몇 가지 질문을 했다. 와이프는 회사 업무하냐면서 '그냥 술, 담배나 끊으라니까'라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때 나는 내 산전 검사 결과를 그냥 마누라 잔소리처럼 대수롭지 않게 흘러버렸다.
다음은 와이프의 검사 결과를 들었다.
'난..소..'
'A..M..H'
'F..S..H'
'배..란..'
'난..포..'
이상한 영어를 섞어가며 학교 생물 시간에 얼핏 배웠던 단어들을 말하는데,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들었다. 하지만 와이프 표정에서 상황이 상당히 심각하다는 것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당장 시험관 시술을 시작해야 한다고 의사가 말했다고 했다.
'시험관...' 예전 국민학교 시절 자연 과목에서 비커, 실린더와 더불어 배웠던 실험 기구 이름이 와이프 입에서 나왔다.
'무지몽매' 바로 이 네 글자가 바로 당시의 나였다. 내가 난임의 원인에 관해 공부하여 알게 된 것은 시험관 시술을 연달아 서 너 번 실패한 이후부터였다.
나의 문제점은 정자 형성 미흡이었다.
정자의 정상 여부를 나타내는 주요 지표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ml당 정자 수. 즉, 정자의 농도로서 정액 1ml당 몇 마리의 정자가 있는지를 나타낸다.
둘째. 정자의 운동성. 말 그대로 전체 정자 중에 움직이는 정자의 비율을 말한다.
셋째. 정상 정자 비율. 정상 모양을 가진 정자의 비율을 말한다.
나는 이 중 한 가지 항목이 좋지않았다.
ml당 정자 수는 기준치 1,500만 개 이상 대비 측정치 2,500만 개로 그나마 양호했다.
정자의 운동성은 기준치 40% 이상 대비 측정치 43%로 겨우 Spec 이상이었다.
정상 정자 비율은 기준치 4.0% 이상 대비 측정치 3.9%로 Spec 미달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기준치란(2021년 WHO 기준) 하위 5% 수준, 즉 Spec 하한치를 말한다. 평균치가(50%) 아니다.
[정액 검사 정상 범위 : 세계보건기구 WHO]
다음은 와이프의 난임의 원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와이프는 '난소 기능 저하' 라고했다.
먼저 난소의 역할 및 난소기능저하에 대해 찾아봤다.
[난소의 역할 : 네이버]
난소는 자궁 좌우에 한 개씩 있는 여성의 생식기관으로서 남성의 고환과는 발생학적으로 동일한 기관이다. 주요 역할로는 난소는 난자를 만들어 분비하고 에스트로겐 등 성 호르몬을 생성하는 역할을 한다. 만일 난소 기능이 저하될 경우 난자가 제대로 배출되지 못해 임신에 어려움을 겪는다.
[난소기능 저하 기준 : 보건복지부]
첫째. 초기 난포기 질식 초음파상 양측 난소에 난포수(동난포)가 6개 이하인 경우
둘째. 항뮬러관호르몬(anti-mullerian hormone, AMH)수치가 1.0ng/ml 이하인 경우
셋째. 난포자극호르몬(follicle-sitmulating hormone, FSH)수치가 12mlU/ml 이상인 경우
와이프는 첫째와 둘째 사항이 Spec 미만이었다. 특히 AMH 수치 0.01은 같은 연령대 대비 심각하게 낮다고 했다. 와이프 나이가 마흔둘인데 수치로만 보면 50대 이상의 폐경 수치라고 했다. 시간이 없다고 의사는 말했다.
이에 우리는 2017년 5월 결혼한 지 2년이 조금 안 되는 시점에 첫 번째 시험관 시술을 감행했다.
시험관 시술, 인공수정 등 열일곱 번의 체외수정 시술이 있었던 6년 난임 기간의 그 장대한 문을 열어젖히고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여성 나이별 AMH 수치 : 네이버]
[AMH :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AMH란 anti-mullerian hormone의 약자로서 뮬러관을 퇴화시키는 호르몬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뮬러관이란 태아에서 장차 여성의 생식 기관으로 발달하게 될 관을 말한다. 이때 태아 남성에게서 뮬러관을 퇴화시키는 호르몬이 바로 AMH이다. 반면 여성의 경우 AMH는 태령 36주 정도부터 난소에서 분비되어 출생 시에는 적은 농도로 존재하고, 사춘기까지는 낮은 농도로 유지되지만 사춘기를 지나 난소가 성장함에 따라서 그 농도가 높아진다. 가임기 초반에 가장 높은 농도로 분비되며 폐경 이후에는 혈액에서 검출이 힘들 정도로 낮은 농도를 유지한다. 이에 여러 연구 들에서 AMH의 혈중 농도는 여성에서 난소 예비력을 반영하며 이는 잔여 난자의 성숙 잠재력, 즉 임신이 가능한 기간을 평가하는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혔다. 항뮬러관 호르몬 검사는 특히 시험관 시술과 같은 난임 시술을 시행하기 전에 난임 시술에 대한 반응을 예측하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혈중 항뮤러호르몬의 농도가 낮은 경우는 과배란 치료 시 배란되는 난자의 개수가 적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