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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과 Apr 08. 2019

시작도 못한 노벨상 수상자들의 토론

준비되셨나요?  아니오.

2006년 하버드 샌더스 극장에서 열린 이그 노벨상 시상식,


1993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에 빛나는 리치 로버트 vs 2005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에 빛나는 스위퍼 로이 글라우버의 침 튀기는 토론이 예정돼 있었습니다.


이 역사적인 토론의 사회자는 하버드 출신이며, 잡지 '불가능한 연구 연보'의 편집장이자 이그노벨상의 창시자 마크 에이브러햄이었습니다.




마크 에이브러햄 :

이 토론의 주제는, 네 vs 아니오입니다. 토론자들, 준비되셨나요?



리치 로버트 : 네 그렇습니다.(근엄)


로이 글라우버 : 아니오



마크 에이브러햄 : 준비되셨나요? 준비가.. 되지 않으셨나요?


리치 로버트 : (근엄) 네

로이 글라우버 : 아니오

리치 로버트 :네


마크 에이브러햄 : 준비되셨나요?


로이 글라우버 : 아니오 (단호)

마크 에이브러햄 : 준비가 안되셨나요?


리치 로버트 : 네 (단호)

로이 글라우버 : 아니오 (해맑0____0)


마크 에이브러햄 : 감사합니다. 준비하시고


리치 로버트 : 네, 네!(짜증)

로이 글라우버 : 아뇨, 아뇨 (절레절레, 생각해봐도 안 되겠다)


마크 에이브러햄 : 아니라고요? 저기,

리치 로버트 : 네!

로이 글라우버 : 음… No(해맑0____0)

리치 로버트 : 네!!!!!!! 네!(버럭)


마크 에이브러햄 : 감사합니다, 아마도

부들부들!!




..... 지금 장난하는 건가요? 음.. 네! 그리고 아니오 :)


시상식에서 이런 사건이 일어났던 이그노벨상은 노벨상의 패러디입니다. 매년 하버드 대학교의 샌더스 극장에서 공식적으로는 매년 10개 부문 한번 웃고, 그다음 생각하게 만드는 연구에 상을 수상합니다.


수상작으로는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고양이 액체설을 증명함

https://brunch.co.kr/@esonatural/1

-시럽 안에서 수영하면 물보다 빨라지는지 실험함

https://brunch.co.kr/@esonatural/5

-손가락 뚝뚝 꺾기와 관절염이 무관함을 60년간 왼손만 뚝뚝 꺾어 증명함

https://brunch.co.kr/@esonatural/7


분명히 우습고 어처구니없어 보이는 주제입니다. 그러나 앞으로도 그럴까요? 이그노벨상은 시간이 지나면 어떤 게 진짜 합리적인 연구인지 우리가 진짜 예측할 수 있냐는 철학적인 질문을 같이 던지고 있습니다.


2017년 이그노벨상 시상식의 쇄도하는 종이비행기

이 토론은 이그노벨상은 시상식을 빛내주는 여러 이벤트 중 하나입니다. 다른 것들로는 관객들이 종이비행기를 접어 무대로 날리는 '쇄도하는 종이비행기(Paper Airplane deluge)' 같은 것들이 있지요. 2001년에는 한 쌍의 과학자가 단 60초 동안 결혼식을 해치우기도 했습니다.


노벨상 수상자 씩이나 데려다 놓고 네, 아니오로 싸우고 있는 모습이 우습지만, 누가 알겠어요. 이 토론이 나중에 세상의 역사를 바꾸게 될지.


로이 글라우버의 특별한 스펙


토론에 참여했던 로이 글라우버는 20년 이상 이그노벨상 시상식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맡았습니다. 바로 청소부입니다. 아래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삿갓을 쓰고 빗자루를 들고 종이비행기를 쓸어냅니다. 묵묵히 빗자루를 휘젓는 그는, 수상소감을 하는 사람이 있든 말든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진정한 프로였습니다.



시상식을 묵묵히 빛내주던 로이 글라우버는, 안타깝게도 2005년 이그노벨상 시상식에서 청소부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진짜 노벨상을 받으러 스톡홀름에 가야 했기 때문입니다.





참고 자료

https://youtu.be/H1q2Wxz3OiY?t=2245

https://www.improbable.com/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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