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순간이 나를 망가트리는 게 아니라, 살리는 것만 같습니다.
밤이 찾아옵니다. 고양이가 침대 끄트머리에서 곤히 잠들었습니다. 스탠드 조명에 나의 그림자가 멀건 벽지에 떠오릅니다. 나는 눈물이 많아 어제도 오늘도 울었습니다. 드라마를 보다가 두 눈이 땡땡 붓도록 펑펑 울고, 고양이와 장난을 치다가 발톱에 찔려 피가 나자 또 엉엉 울어버렸습니다. 누가 보기라도 했으면 창피해서 어딘가 숨어버렸을 겁니다.
단순히 슬퍼서, 아파서 운 건 아닙니다. 연약한 감정이 찰랑찰랑 턱 밑까지 차있다가 어쩌다 작고 뾰족한 것에 찔리면 봇물 터지듯 흘러넘치고 마는 겁니다. 이런 현상은 가끔 찾아와 나를 성숙하지 못한 사람으로 만들곤 합니다.
그런데요. 나는 이런 순간이 나를 망가트리는 게 아니라, 살리는 것만 같습니다. 멀쩡할 때는 많이 눌러 담으며 살잖아요. 책임감, 자존심, 체면, 불안감 같은 감정들을 의연한 척하며 견디잖아요. 그게 아무렇지 않을 수 없는 건 데도 마치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굴어야 합니다. 그런 상태가 영원히 견고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속에 차오른 눈물이나 아픔 같은 것들을 다른 걸 핑계 삼아 흘려보내 줘야 하는 겁니다. 작디작은 사람 몸 안에 모든 걸 다 꾸역꾸역 눌러 담고 살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눈물이 고일 때 '나 왜 이래?' 하며 유난스럽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아, 나의 감정 수레바퀴가 어딘가에 걸려 고장 나지 않고 무사히 잘 돌아가 주고 있구나. 이렇게 여기기로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밤에 눈물을 흘리게 되더라도 덜컥 겁먹지 말았으면 합니다. 약한 면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약하다는 건 강해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강해지지 않아도 괜찮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오늘 밤만큼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봤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푹 잠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