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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우맘 May 09. 2024

갑자기 면허증도 없이 여행을? 그것도 코로나 시국에?

원래 여행은 갑자기 떠나는 것이다

공주의 어느 중학교 교무실. 쉬는 시간에 같은 학년 선생님들과 이야기 중이다. 각자의 신혼여행지와 방학 동안 가는 해외여행, 골프 여행, 주말이면 가족여행 등.

나는 듣기만 했다. 혹여나 나에게 질문을 할까, 머릿속에서는 어떤 거짓말을 해야 티가 안 날까, 바쁘게 뇌를 굴렸다. 휴, 다행히 나에겐 어디로 신혼여행 갔다 왔냐는 질문이 없었다.

해외에 안 나가게 생겼나 보다. 질문을 못 받고 또 기분이 나빠졌다. 그리고 슬퍼졌다. 

이제까지 뭐 하고 산 거지? 내가 가본 여행지는? 국내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만하다. 겨우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데리고 갔다 온 남편이 죽일 듯 미워졌다.

돈 벌어서 아등바등 저축만 하고 오백 원, 천원 더 싼 마트에서 물건을 사는 걸 기뻐했던 내가 한심했다. 

당장 떠나야 했다. 이 화남과 밀려드는 후회를 똘똘 뭉쳐 연료를 만든다면 우주라도 뚫고 나갈 정도로 부글부글했다. 

여행을 가서 자랑은 아니더라도 입이라도 뻥긋할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야만 했다. 어디로 갈 것인가를 정해야 하는데…. 아뿔싸! 때는 2021년 1월. 코로나가 우리나라에 퍼지기 시작한 지 1년 즈음 되는 시기였다. 그때도 해외도 국내 여행도 완전 자유롭지는 않았다. 돈도 없고! 차라리 잘되었다. <세계 테마 기행>이란 프로그램으로 해외는 많이 다녀왔으니 국내 여행지를 탐색했다. 해외부터 가려고 했는데 오히려 좋아! 라며 스스로 위안 삼고 국내부터 돌고 해외를 가자고 나 혼자 굳은 결심을 했다. 

주변 가족들은 아니 다른 때도 잠잠하던 애가 왜 갑자기 이 흉흉한 시기에 여행을 가냐며 극구 말렸다. 아니 그럼 멀쩡했을 다른 때는 여행 갔었나요? 데리고 어디 한번 구경시켜줬나요? 

반항심이 똘똘 뭉쳐 옆 동네 대전이라도 가야 했다.      

뚜벅이가 갈 수 있는 곳, 남들이 많이 간 곳, 사진 찍을 뷰가 끝내주는 곳, 교통편이 편리할 것, 바다는 반드시 있어야 하고, 호텔에서 아침에 일어났을 때 새벽 바다가 보이고 그걸 바라보며 커피 한잔 그윽하게 할 수 있는 그런 곳은 바로…. 여수였다. 

드디어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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