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특급 과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우맘 Jun 22. 2024

마라톤은 처음이지만, Challenge you!


<마라톤은 부상, 사망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라고 2024 공주백제마라톤 참가 신청 홈페이지 쓰여있다. 벌써 죽긴 싫은데? 그래도 신청했다. 2024 공주백제마라톤은 9월 22일 일요일, 오늘은 6월 22일 토요일. 거의 석 달, 90일 남았다. 갑자기 떨린다.

마라톤은 처음이라…….     

토요일이니까 어김없이 러닝머신 위에 내 몸을 올렸다. 평소처럼 7.1의 속도로 60분을 타준다. 앞에 달린 tv에는 나의 러닝메이트- 벌거벗은 한국사가 나오고 있었다. 오늘은 인현왕후와 장희빈의 이야기였다. 아오 열받는다. 장희빈보다 숙종이 더 밉다. 화가 나서 더 세게 걸었다.

  

나는 10km를 신청했다. 러닝머신 위에서 7.1의 속도로 1시간을 면 대략 7km를 걷게 된다. 뛰지는 않고 경보로 러닝머신 위에서 힘차게 움직인다. 동아일보 마라톤 10킬로의 제한시간은 1시간 30분이다. 1시간 동안 7킬로를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면 10킬로를 1시간 30분 안에 완주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주변 사람들은 뛸 것이고 나는 러닝머신 위에서 뛰는 건 잘 안 해봤다. 마지막에 기운이 남아돌 때 10의 속도로 2~3분 동안 해봤는데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남은 3개월 동안 뛰는 연습을 해야 할 것 같다.     

또 변수가 뭐가 있을까. 그리고 남은 3개월 동안 준비해야 할 것들을 정리해 보자. 달리기 특급 셀프과외 스타트!


1. 속도: 경보가 아닌 달려서 완주해야 할 것 같은데 몇의 속도가 괜찮을지 한번 비교 실해 봤다. 10은 3분 정도 뛰고 폐에서 피비린내가 났다. 고등학교 때 오래 달리기 이후 오랜만에 맡아보는 냄새다. 너무 힘들었다. 9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7의 속도는 경보하는 정도라 7단계에서 뛰는 건 장난 같았다. 버튼을 8로 해놓고 뛰니 딱 적당했다. 내 다리와 심장이 8의 속도를 기억할 수 있도록 내일부터는 8이다!     


2. 러닝메이트: 러닝머신을  때 벌거벗은 한국사나 벌거벗은 세계사를 보면서 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뛰었는데 마라톤을 할 때는 tv를 매달고 뛸 수 없으니 mp3에 음악을 잔뜩 저장해 놔야겠다. 클래식 음악 중에서는 라데츠키 행진곡이, 좋아하는 뮤지컬 넘버들은 안중근, 맘마미아 노래들이 괜찮겠다. 팝송은 2002, marry you, lemon tree…. 적고 보니 정말 올드하다. 좀 빠르고 나를 열받게 하고 흥분, 자극할 수 있는 음악을 찾아봐야겠다.     


3. 식단 : 처음으로 아침을 먹을 결심! 을 해본다. 보통은 안 먹고 새벽 6시에 공복 달리기를 하는데 그날은 좀 특별하니 먹긴 먹어야 할 것 같다. 그날 아침 가장 당기는 음식을 뱃속에 넣고 갈 것이다. 마라톤이 끝난 후엔- 만약 완주를 한다면 뭘 먹을까?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다. 요즘 먹고 싶은 것은 마틸다에 나온 초콜릿 무스 케이크이다. 밥숟갈로 와구와구 퍼먹어야지!     


4. 마음가짐: 내 옆에서 뛰는 사람들한테 자극받지 않고 달려야 한다. 한 번은 어떤 건장한 사람이 내가 추측하기론 10의 속도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너무 깜짝 놀라서 질 수 없는 마음에 속도 up 버튼을 따라 눌렀지만 이내 곧 다시 down! down! 속도는 못 따라가겠으니 저 남자보다 오래 타리라 마음먹었는데 이마저도 도대체 내려올 생각을 안 하길래 분하다 하면서 내려왔다. 달리는 모습을 뒤에서 봤는데 119 숫자가 옷 뒤에 박혀있었다. 소방관?! 항복, 좋아, 인정. 멋져요. 더 뛰세요. 맘껏 뛰세요. 멋져 보였다. 마라톤 할 때 8의 속도를 찾아서, 특히 소방관스러운 남자 옆에서 뛸 것을 다짐한다.      


5.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남은 3개월 동안의 준비 운동! 우선 요가는 평일에 지금처럼 매일 나가고 나의 한계를 약간 넘어선 최선을 다해 근육을 단련하고 또 키울 것이다. 지금의 몸이 뛰기에 딱 좋다. 

우수한 몸상태-잘 유지하길!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은 탄탄한 상태를 잘 유지하기 위해서 균형 잡힌 운동과 식단을 짜야겠다. 특히 내일부터는  8의 속도로 바꿔 1시간 30분 동안 러닝머신 위에서 달려줄 것이다. 처음부터 1시간 30분은 좀 무리일 테니 내일 한번 해보고 컨디션을 조절해야겠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건 실전이다. 날이 좀 선선할 때 새벽이나 저녁에 금강 둘레 코스에서 달려야겠다.


갑자기 마라톤! 생각만 해도 심장이 두근두근! 이렇게 초안을 작성해 보니 떨리고 과연 잘할 수 있을까 죽진 않을까 걱정이 아주 조금 된다. 사실은 무척 기대되고 빨리 그날이 왔으면 좋겠다.


신청하길 참 잘했다. 잘할 수 있을 것이다.

도전하는 건 멋진 일이니까. 9월 22일에 잘 뛰고 9월 23일에 성공의 후기를 꼭 쓸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한겨울 12월 31일에 태어난 피부 공주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