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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우맘 Oct 07. 2024

달리다가 걸으니 꽃이 보이네

아~! 드디어! 1시간 30분 안에 10km를 걷뛰 했다. 지난주까지는 이 시간을 훌쩍 뛰어넘는 기록 때문에 집에 돌아가는 길이 영 말이 아니었는데 마음만은 한 바퀴는 더 걸을 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 나는 10km를 1시간 30분 안에 들어오기만 하면 대만족이다. 달리기를 오랫동안 해온 사람들은 다들 1시간 안에 완주하지만 거기까지 바라는 건 도둑심보다. 무사히 부상 없이 목표로 한 시간 안에 들어오기만 한다면 남은 2024년을 엔진을 달고 더 열심히 살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을 위해 주말마다 금강신관 공원에서 연습을 하는데 매번 달리면서 스마트워치 기록 확인하고 더 정확성을 위해 핸드폰 삼성헬스도 보면서 기록을 비교한다. 그런데 항상 스마트워치의 킬로 수가 삼성보다는 덜 나왔다. 삼성헬스에서는 이미 10km를 넘었다고 팡파르까지 터트려주며 축하의 진동이 오는데 샤오미 워치는 아직도 8km에 머물러 있으니 어떤 기기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오늘은 워치의 운동모드를 끄고 그냥 활동상태로 둔 채로 집 앞에서 출발하여 1시간 30분 안에 10km를 골인하는 거로 목표를 세우고 출발했다.

1시간 26분 10킬로 달성!     

샤오미 워치와 삼성 헬스가 측정한 기록

일단 워치와 핸드폰 둘 모두에게 기록을 인정받으니 금강 운동장의 자욱한 안개가 걷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덥고 습한 날씨에서 한 점의 바람이 시원했고, 평소에는 무서워서 피하는 비둘기 옆에서도 당당하게 걸었다.

그리고 그동안 스치듯 모르게 지나간 꽃이 눈에 들어왔다.

안개와 꽃- 안개꽃?

해바라기의 30배 축소판 같았는데 이름 모를 들꽃이었다. 걸음을 멈추고 요리조리 사진을 찍었다. 그러다 저 멀리 미르섬을 바라보니 공원을 단장하는 직원들과 봉사자분들이 주말인데도 나와서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았다.

여기 금강신관공원은 매년 백제문화제가 열리는 곳이다. 이번 해는 9월 28일부터 열리는데 준비가 이미 시작된 것이다. 축제 기간 동안 공원은 꽃 천국이 된다. 작년에도 국화꽃이 어찌나 이쁘게 수놓아져 있는지 꽃을 좋아하는 나는 몇 번이고 구경하러 저녁마다 산책을 나왔다.


아름다운 꽃 그림 뒤에는 주말에도 새벽부터 나와 묵묵히 일하시는 저분들의 땀방울이 스며있음을 우리는 알까?     


나도 달리기 할 때는 보이지 않던 이름 모를 꽃들이 천천히 걷고서야 눈에 들어왔다.


매일 요가에 달리기에 빨빨거리며 움직이다가 어제서부터 발목에 통증이 더 심하게 찾아왔고 집에 와서 양말을 벗어보니 나 좀 살려달라고 화가 나서 퉁퉁 부어오른 발목이 보였다.


직장 다니고 운동한다는 이유로 반찬도 대충 하고서도 끝까지 다 먹어주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는데 커피를 마시며 가족들의 식사하는 모습을 찬찬히 보니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인생을 앞만 보고 달린다면 무심코 놓치게 되는 소중한 것들이 많다. 


가족이라고 무조건 받아주기만을 바라지 않고 그들의 입장에서 한 번쯤은 생각해 줘야겠다.

걸을 수 있다고, 달릴 수 있다고 버틸 만하다고 내 몸을 함부로 다루지 말고 몸에서 보내는 신호에 관심을 가져야겠다.

길가에 핀 들꽃도 한 번쯤은 어루만지고, 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은 이른 아침부터 흘린 부지런함과 노력의 땀방울이 맺어낸 결과라는 것을 알아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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