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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VA Oct 24. 2024

변신하게 하소서!

더 강하게, 더 크게 , 더 멋지게  


    주인공 그레고어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5시 열차를 타고 출근한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가계가 어려워지자 회사에서 가불을 받아 빚을 일부 갚기도 한다. 샘플을 들고 다니면서 하루 종일 물건을 팔러 다닙니다. 지난 5년 동안 단 한 번도 병가를 내지 않고 출근하고 죽도록 일만 한다. 가식적인 영업 멘트를 날리면서 목적에 따른 설득을 하면서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판매 실적을 올린다. 그레고어는 이런 일상에서 탈출을 꿈꿨다.

새로운 모습으로 도약하는 그런 변신!   나라면 우선은 여행을 가거나, 친구들 만나 수다를 떨거나, 운동을 하거나, 산책을 하거나 여러 가지 스트레스를 하기도 하고, 그 자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또 다른 취업 준비를 하면서 또 다른 단계로 가기를 그런 변신을 꿈꿨을 텐데 


    아주 어렸을 때, 신데렐라의 마법 할머니나 세일러 문이 들고 있는 마법 지팡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상상 했었다. 언니랑 만화를 볼 때마다 설레고 신이 났다. 저런 지팡이 하나만 있다면 하늘도 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언니는 헐크로 변신하겠다면서 헐크 흉내를 내며 깔깔거린 기억이 있다. 

    변신을 꿈꾼다는 것은 지금 나의 현재 상황에 만족하지 않다는 의미다. 그래서 지금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변신을 꿈꾼다. 할리우드 영화의 수많은 히어로 물든 보잘것없거나 존재감 없는 평범한 너드들이 알 수 없는 힘으로 히어로로 변신해 세상을 구하고 멋진 것들을 얻는다. 상상만 해도 얼마나 좋은가. 웹소설이나 웹툰에 등장하는 주인공들도 모두 다 환생, 회기, 전생, 현생을 오가며 변신한다. 지금 내가 아닌 또 다른 내가 되어 멋진 인생을 살아가는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카프카는 주인공을 히어로도 아니고, 특출 난 재능이 하나 덤으로 주워지는 인물도 아닌, 아예 끔찍한 벌레로 만들어 버렸다. 그레고어는 벌레가 되어야 비로소 일을 안 하고 쉴 수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모든 현실의 굴레와 속박에서 벗어나는 길이 오직 벌레가 되어야만 가능했던 걸까? 그는 가족 부양으로 힘들게 일하지만 집에 돌아오면 무기력한 부모님과 자기에게 음악학교 입학금을 기대하는 여동생을 보면서 자신이 얼마나 힘든지 말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가족들이 그레고어에게 고마워하는 눈빛도 보이지 않고 따듯한 말 한마디도 건네지 않는다. 그렇게 보낸 시간이 5년이다. 그런 일상에 너무 익숙해 그레고어도 자신의 역할을 당연하다 생각하지만 늘 마음 한편이 불편한다. 영화 『부당거래』에서 비리 검사역을 맡은 배우 유승범이 한 대사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알아요.” 그레고어의 가족들이 딱 이런 모습이었다. 


    작품을 계속 읽다 보면 문뜩문뜩 이런 질문이 솟구친다. '아니, 도대체 누가 누구를 벌레라고 하는 거야?'

그는 가장 역할을 하지만 권리를 주장하거나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다. 오히려 집안에서 아버지가 자신의 왕좌를 뺏겼다는 식으로 자존심을 내세우며 헛된 권위를 내세운다. 그레고어는 점점 이런 생활에 지쳐가며 자신이 누구인지 존재 의미를 잃어버리고 오직 일과 월급만을 생각하는 돈 버는 벌레가 된다. 존재의 의미를 잃어버린 영혼이 어느 날 겉모습 까지도 벌레도 변해 버린 것이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변해 버린 외모인데, 마음과 영혼은 여전히 사람이다. 그는 여전히 가족의 생계를 걱정한다. 그리고 자신이 벌레로 변해 버려 돈을 벌어오지 못해도 지금까지 자신이 한 세월이 있으니, 가족들이 자신을 돌봐 줄 거라 속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기생충처럼 그레고어에 빌붙어 살던 그들이, 그레고어가 벌레로 변하고 나자 숨겨져 있던 본성을 드러낸다. 부모는 그레고어가 생각한 만큼 돈이 없지도 않고 심지어 비상금까지 모아두고 있었으며,  늙은 아버지와 천식에 시달리는 어머니 그리고 사회적 경험이 전혀 없는 누이동생은 일을 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모두가 일을 하기 시작한다. 그레고어는 가족들이 스스로 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음에도 자기에게 모든 가정 경제의 부담을 맡겨 두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레고어가 벌레로 변했을 때 가족은 어떻게 그레고어를 대했나요? 그들은 최소한 자신들이 그레고어 덕분에 편하게 살았다면 최소한이라도 그레고어를 돌봐야 했다. 받은 것이 있으면 주는 것도 있는 것이 인지상정이며 서양에서도 Give & Take의 문화에 따라 아무리 가족이라 해도 받은 만큼 최소한 돌려주는 것이 인간관계의 기본이다. 하지만 가족은 그레고어 덕분에 일도 하지 않고 편하게 살았지만 그런 과거는 깡그리 잊고 그레고어가 벌레로 변신한 모습을 혐오하고 까닭 없는 공포감에 휩싸인다.   역할로 규정되었던 그레고어와 가족의 관계는 그레고어의 역할이 사라지면서 그레고어의 존재 자체를 무시하고 가족도 사람도 아닌 내다 버려야 할 쓸모없는 존재로 전락시켜 버린다. 


잘못 변신했다. 더 강하고 멋지게 변신했어야 했는데 벌레라니. 하지만 만약 그레고어가 로또 1등이라도 당첨되어 막강한 부를 거머쥐게 된다면, 승진을 해서 부장 임원까지 올라가게 된다면, 그의 가족은 또 어떤 모습을 보였을까? 그레고어의 운명은 어느 쪽으로도 비극으로 갈 수밖에 없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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