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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서점기 2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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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씨 Oct 30. 2022

현재 진행형

하고 싶은 대로_서점

#06


서점 일로 전직한지는 10년이 채 안된다. 올해로 9년 차인데, 느낌만은 평생 함께 한 것 같다. 책이 좋았고, 더불어, 직원 할인을 기대하며 들어왔으나 할인을 받는 만큼 나의 체력으로 때우는 느낌을 버릴 수가 없었다. 몸이 힘든 것은 익숙해지면 그만이라지만 신입시절 5-6개월마다 터지는 현타는 자괴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손님들의 한 가지 질문에도 대답해야 하는 경우의 수가 여럿이고, 주문과 반품의 주기나 결정, 수많은 출판사와 거래처에 익숙해져야 하고,  끊임없이 밀려들어오는 책들과의 밀당은 서점에 갓 진입한 신입들에게는 높은 장벽이나 다름이 없는 일들이다. 세월이 가면서 각종 멘트가 머릿속과 입에 붙어야 고객 응대부터 일처리까지 원활하다. 오죽하면 첫 서점의 사장님은 손님이 질문을 던졌을 때, 어느 방향으로 찌르고 들어와도 다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을 정도이니, 처음에는 그 뜻이 무엇인지 몰랐으나 지금은 알고, 알며, 아는 일이 된 지 오래이다.


내가 경험한 서점의 세계는 전체 서점의 일부에 불과하다. 서점의 형태와 크기, 종류, 입지에 따라 배워갈 수 있는 것도 경험할 수 있는 것도 천차만별일 것이다. 기본적인 업무는 비슷하다 하더라도 서점에 대한 세계관이 달라질 수도 있는 문제이다. 고객 응대형의 중, 대형급 오프라인 서점에서 주로 쌓인 경험은 서점인 중 전투형에 가깝지 않나 하는 웃픈 생각도 가끔 해본다. 정신없이 바쁘고, 손님이 질문하는 짧은 찰나에도 어떤 방식으로 응대할 것인지 판단과 동시에 대답을 해야 하고, 온갖 책들에 대하여 '내 아이들'같은 느낌에 그들을 함부로 대하는 진상에 욱하고, 주문과 반품, 정리를 반복하는 기계적 삶에 책을 사랑하던 마음이 잠식당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고찰과 딴생각들, 그 와중에 신간을 보며 읽고 싶다 & 사고 싶다를 외치는 책 덕후로서의 몸부림까지. 오프라인 서점의 전투형 서점인은 오늘도 여러 가지를 하느라 바쁘다.


때때로 모든 것이 평화로운 천국 같은 서점에서 일하는 것을 꿈꾼다. 10초도 안되어 내가 서점을 만들고 운영해도 그런 천국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연이어 들기는 해도 말이다. 하지만 책 향기에 취하고,

 취향이 맞는 손님과의 대화에 즐거워하며, 숀 비텔의 '서점 일기'나 '귀한 서점에 누추하신 분이'같은 도서를 보며 힐링하는 삶이 싫지는 않다. 그렇기에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당분간은 내 인생에서 서점은 '현재 진행형'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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