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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서점기 2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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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씨 Oct 27. 2022

변덕쟁이니까

하고 싶은 대로_서점

#05


좋아하는 일은 꾸준히 하는 편이지만, 하나를 완성해 놓으면 또 다른 무언가를 첨부하거나 변경해서 조금이라도 다른 형태로 변형을 주는 것을 즐긴다. 기분에 따라 종전에 유지하던 것을 바꿔보고 싶어 하는 경향이 크다. 그래서인가, 그때그때 눈에 들어오는 도서들을 이리저리 조합해 보고 진열을 바꿔보는 업무가 재미있다. 서점에서 계속 일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서점에서의 도서 진열은 언뜻 보기엔 고정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대분류를 기준으로 파트를 나누고 소분류를 기준으로 나눠진 서가는 서점의 일반적인 형태 중 하나로, 그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책들은 고정적으로 보이지만 생각보다 더, 늘, 움직이고 있다. 판매가 되면 입고가 되고, 팔리지 않아 한참을 머무르던 책들은 다른 자리로 옮겨지거나 반품된다. 서가 구성을 바꾸기 위해 아래 위칸으로 옮기기도 하고 아예 다른 서가로 통합을 하거나 분리를 하는 경우도 있다.


평대의 경우는 서가보다 더 움직임이 많다. 신간과 베스트 도서, 기획도서, 광고 도서들이 놓이는 이곳은 서가보다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책들이 놓인다. 신간이 많이 들어오는 때는 채 한 달도 되기 전에 서가로, 다른 평대로, 이리저리 이동되어지기도 한다. 베스트 도서도 마찬가지이다. 1-2개월 동안 갑자기 베스트 10순위 전부가 바뀌지 않으므로 그 안에서 엎치락 뒤치락, 여기저기로 움직이는 것은 흔한 일이다.


기본적으로 자연스럽게 움직여지는 도서들의 이동을 따라가 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내가 스스로 기획 진열을 해보는 것은 더 재미있고 보람 있는 일이다. 서점의 형태와 담당자의 관심도에 따라 원활한 작업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 하고 싶은 진열은 꼭 한 번은 해봐야 하는 성질머리 덕에 노트에 끄적여 놓은 관련 메모만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진열이 완성되고 손님들의 반응이나 추이를 지켜볼 때는 귀가 두배는 커진 듯 팔랑거리고 눈은 보는 듯 안보는 듯 시침 뚝 뗀 표정으로 작업대의 컴퓨터 화면만 응시한다. 재미있어하거나 책을 한참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 느껴지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처음 기획 진열을 해 보던 경제/자기계발 담당자 시절, 4년전쯤인듯 하다.


점장으로 일할 당시, 도서 분류 상관없이 통합해서 진열할 수 있어서 좋았다.


소설/비소설 파트 담당인 현재


도서를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일단은 매출이 우선이라도 나의 경우에는 자기만족의 성향이 강한 편이다. 반응을 보면서 진열 시기를 조율하지만 진열해 놓은 것을 반응이 저조하다고 금방 변경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계속 생각한다. 다음에는 이런 것을 하면 재미있겠다, 저런 것을 하면 재미있겠다, 등등. 변덕쟁이 성향이 이럴 때는 제법 도움이 되는 듯하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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