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퇴사기 #10
정년은 아니지만 적은 나이는 아니다. 서점의 일이 좋아 이리저리 입퇴사를 반복하며 다녔지만 더 이상 서점에서 일을 하지 못하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오래 머무른 뒤의 정년 퇴직일 수도 있고, 앞선 경우들처럼 어떤 사유가 생겨 나온 후 입사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수도 있다.
가끔 검색해 보는 서점의 취업 구인들은 오프라인 서점의 위축과 더불어 감소 추세로 보인다. 대형서점에서의 인원감축이나 지역서점의 폐업 소식도 낯설지 않다. 독립서점이 많이 생겼지만 문을 닫는 곳도 만만치 않다. 종이책을 읽는 인구가 줄어가며 오프라인 매장의 축소는 당연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 상황에서 다른 경험을 쌓기 위해 이리저리 옮겨 다닌 경력은 재취업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서점에서의 일반적인 업무들은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이 아닌 이상 예상 가능한 형태이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미련은 없다. 기획이나 큐레이션은 직접 하면 재미있고 남이 한 것도 재미있는 팔불출 스타일이라, 서점의 환경상 잘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고 해도 타격감이 크게 오지 않더라는 것을 D서점에 근무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 다행이었다. 상실감으로 매몰되는 것은 정말 좋지 않은 일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 시기가 다가옴을 느끼는 시간의 흐름에 강박을 느끼지는 않는다. 서점과 책을 대하는 다른 방법들이 많은 세상이기에 직접 일을 할 수 없다는 것뿐 지속적으로 관심과 사랑을 유지하기에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어쩌면 지금부터 자가 최면을 걸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느 순간 갑자기 닥쳐올 수 있는 상황에 머릿속에 깔아 놓는 충격 완화 스펀지 같은 것이랄까.
직접 경영에 대한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동업이나 대리 경영에 대한 제의를 받은 적이 있었기 때문에 숙고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내 서점을 운영하며 한 곳에 머무르기에는 다른 곳에 흥미진진한 서점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실무를 놓게 된다면 분명 조금은, 허전하긴 할 것이다. 매일 접하던 수많은 책의 감각이 사라지는 경험은 그 일을 사랑했던 사람이 아니라면 느낄 수 없는 부분이다. 그렇기에 나는 다른 것이 아닌 약간의 허전함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그 허전함이 점점 커져 내 마음에 큰 동공을 만들기 전에.
시간 날 때마다 서점 여행을 해도 가보지 못한 곳이 많다. 빠르지 않게, 느리게, 가능한 많은 서점을 둘러보기를, 그들이 하고 있는 일을 응원하면서 다닐 수 있기를 항상 바라고 희망해 왔다.
나의 서점 퇴사가 세상에 있는 다른 서점으로의 여행과 통하는 관문으로 이어지기를, 오늘도 꿈을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