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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광섭 Dec 19. 2018

집 구하기

휴학하고 돈 모아서 세계일주 #4

집 구하기

   까막까치도 집이 있습니다. 이제 직장도 구했겠다 제가 살 곳을 구할 차례였어요. 집은 당연히 원룸이었어요. 마침 원룸은 우리 학교 근처에 많았고요. 직장도 학교에서 64번 버스를 타고 20분이면 갈 수 있었습니다.

그럼 일단 집은 우리 학교 근처에서 구하는 것으로!




예산 선정

   다행히 부모님께서 월세 보증금 정도는 지원해 주시겠다고 했어요. 500만 원 정도 선까지는 가능하다 하셨습니다. 월세는 제가 버는 돈에서 내면 되니까, 이제 대략적인 계산이 되었어요. 학원을 통해 내가 버는 돈은 180만 원. 여기서 과외를 하나 구한다 하면 220만 원. 한 달에 적어도 120만 원씩은 저축해야 하니까, 남는 돈은 100만 원이에요. 저는 그니까 남은 100만 원을 가지고 한 달을 생활하면 돼요. 월세도 내고, 차비도 내고. 휴대폰 요금도 내고, 생활비도 따로 쓰고요.

따져 본 결과,

월세는 최대 40만 원까지 알아보면 될 것 같았어요.


그럼 예산은 정리가 얼추 되었네요.


'보증금은 500만 원, 월세는 최대한 싸면 쌀 수록 좋지만 최대 40만 원을 넘지 않을 것'



사전 조사


   이제 집을 구할 차례였어요. 여태껏 혼자 힘으로 살 집을 구해본 적은 없었어요. 자취는 고등학교 때부터 했지만, 그땐 부모님이 괜찮은 방을 직접 찾아 주셨거든요. 지금은 그런 게 없어요. 망망대해 한가운데 툭 던져진 새끼 펭귄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괜찮아요. 내가 헤엄치고 있는 이 망망대해는 정보의 바다가 아닙니까. 예산이 정해진 후 곧장 피시방으로 가서 "원룸 구하는 법"이라고 검색했어요.

체크리스트를 따로 만들고, 직접 발로 뛰기 시작했습니다. 학교 내에 있는 부동산은 전부 들려본 것 같아요. 나중에 정리해보면서 세봤더니, 30개도 넘는 방을 가봤더라고요.



“학생, 여기가 정말 좋아. 문도 남쪽으로 나있고, 곰팡이도 전혀 없어. 여기 집주인이 정말 친절해서 이것저것 잘 챙겨주고. 지금 계약하면 내가 얘기 잘해놓을게. 어때 좋지?”
“아! ㅎㅎㅎ 정말 좋네요. (거기 침대 뒤에 곰팡이 가리는 거 방금 다 봤는데) 곰팡이도 전혀 없고요! 여기로 하면 진짜 좋을 것 같다. 근데 이게 제가 혼자 결정할 사항이 아니라서요. 부모님이랑 연락해보고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은 일단 가볼게요! 감사합니다!"

라는 대화를 몇 번을 한지.


들어가는 방마다 사진을 찍고, 조건과 개인적인 평을 담아서 문서를 하나 만들었어요. 그날 밤 집에 가서 문서를 꼼꼼히 살펴보며, 제일 괜찮은 집을 골랐어요.


   다음날 다시 부동산에 찾아갔습니다. 계약을 하겠다고. 마침 집주인이 근처에 있다고 했어요. 계약서를 꼼꼼히 살피고 또 살피고. 혹시 몰라서, 곰팡이가 나오면 집주인이 처리해달라는 각주까지 달아서. 볼펜을 잡고 서명을 했습니다. 제 이름으로요. 부모님께서 그 자리에서 보증금을 보내주셨고, 제가 군생활 동안 모았던 통장에서 첫 월세를 이체했습니다. 비록 월세지만, 드디어 제 방이 생겼죠.




내방이니까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제 방에 들어갔을 때의 첫 느낌이 아직도 기억나요. 한겨울에 보일러도 때지 않은 채로 한 달 동안 방치해두었던 방이어서 그런지, 발이 시렸습니다. 차가운 얼음을 맨발로 걷는 기분이었어요. 저는 그래도 따뜻한 거실에서 이불 덮고 잤는데, 이 친구는 홀로 벌거벗은 채로 한 달을 우뚝 서있었나 보네요.

우선 얼음장 같은 방바닥을 데워야 하니까 보일러를 켰습니다. 걸레와 행주, 빗자루를 친구에게 빌려와서 쓸고 닦기 시작했어요. 차갑긴 무진장 차가웠는데, 내 방이라 생각하니 그럭저럭 참을만했습니다.

청소가 끝날 즈음, 방도 꽤 따뜻해졌습니다. 이제 옷 좀 입혀줘야죠.




나도 집이 있다

   제 적금을 탈탈 털어 원룸 가구들을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마음 같아선 이케아, 무인양품에서 사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비싸더라고요. 그냥 쿠팡에서 싸고 후기 좋은 가구들만 골라서 주문했습니다. 제 취향을 적극 반영했어요. 회색빛이 나는 암막커튼, 회색 침구. 회색 선반. 하얀색 테이블. 하얀색 의자. 그리고 포인트로 빨간색 장스탠드까지. 누나네 집에서 빛도 보지 못하고 박혀있던 제 옷가지들을 다 꺼냈어요.


마지막 속옷까지 차곡차곡 개어서 장롱에 집어넣었어요.

비로소 제가 살 집이 정리가 된 것 같았습니다.



   이제 저는 여기서 10달 동안 잠 도자고 밥도 먹으면서, 세계일주를 준비해나갈 거예요.


잘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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