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레고랜드요??

빚 독촉이 없는데도 파산을 한 레고랜드.

레고랜드가 채권을 발행하고 강원도가 보증을 서준 사연.

2011년 강원도는 특별한 관광사업을 만들기 위해서, 세계적인 장난감 브랜드인 '레고(멀린)'와 함께 거대한 레고랜드를 만들기로 했어요. 그래서, 2013년 레고와 강원도 그리고 기타 몇몇 투자회사가 도원결의를 해서 GJC라는 회사를 만들고 레고랜드 건설을 위한 전반적인 업무를 하게 했어요.

그런데 레고랜드를 공사 중에 유물이 나오고, 코로나도 터지면서 공사가 늦어지고 빚이 늘었죠. 더욱이 2018년에 도로나 수도 등의 기반 시설을 맡기로 한 강원도는 계획보다 지출이 더 필요하게 됐어요.
하지만 GJC가 직접 빌리는 것은 어려워요. 그래서 자금관리의  특수목적회사(Special purpose company)인 '아이원제일차'라는 회사를 만들고 '아이원제일차'가 돈을 구해서 'GJC'에게 빌려주는 방식을 택했어요. 이것을 ABCP(자산유동화 증권)이라고 해요. 아이원제일차가 빌린 돈의 만기는 3개월이고, 3개월마다 만기를 연장하는 방식으로 대출을 유지하죠. 건설업이 공사에 추가되는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 주로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투자와 달리 원금이 중요한 채권이라서 갑자기 만들어진 '아이원제일차'을 믿고 돈을 빌려줄 사람은 없어요. 그래서, 사실상 돈이 필요한 강원도가 '아이원제일차'의 지급보증을 해줍니다. 빌려준 돈을 먹튀 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지방자치단체의 보증을 믿고, 투자자들은 '아이원제일차'가 발행한 채권을 샀죠. 그렇게 모은 2050억으로 2020년에 GJC는 추가 정비 사업을 계속했어요. 그리고, 3개월마다 빚을 갚은 것을 연장하면서 이자를 지급해 왔죠.


그런데, 명목상 회사인 '아이원제일차'가 본캐인 'GJC'에게 9월 29일 만기에 너희 회사는 망할 것 같으니 돈을 갚으라는 EOD(기한이익상실)을 통보했어요. 하지만, 'GJC'는 돈이 없으니, 지급보증을 한 강원도'아이원제일차'에게 돈을 빌려준 증권사로 2040억을 줘야 하는 상황이 된 거죠.

이런 상황에도 증권사는 사실상 정부와 같은 지방자치단체인 강원도여서 돈을 못 받을 걱정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강원도는 '너희가 돈을 빌려준 'GJC'부터 팔아서 2040억을 갚는 기업회생으로 하자.'라고 했습니다. 사실상 지급보증을 파기한 것이죠.


조물주가 본캐를 만들어서 건설을 하고, 부캐를 만들어서 증권사에 돈을 빌렸습니다.
서류상으로는 본캐가 부캐에게 돈을 빌리고, 부캐가 증권사에게 돈을 구해 온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돈을 빌려준 증권사는 독촉을 하지 않았는데,
부캐가 본캐에게 '너 망해가니까 돈 갚아.'라고 했어요.

본캐는 약속대로 자기를 만든 조물주에게 갚아달라했고,
조물주는 증권사에게 본캐를 찢어 가지라고 했어요.

증권사는 먼저 원하지 않았지만, 이제 본캐를 찢어 가져야돼요.

부캐가 공격하고, 조물주가 외면해서 갑자기 본캐가 죽어버렸어요.
조물주는 본캐가 피가 빠지고 있어서 부캐에게 죽이라고 했대요.

그런데, 본캐가 피가 없어서 부캐를 만든 것이였는데, 피가 빠지고 있어서 죽이라고 했다니.. 
심지더 이제 곧 본캐 쿨타임도 끝나는데..


그렇게 10월 'GJC'는 부도가 났어요.

그런데.. 여전히 명목상 회사인 '아이원제일차'가 돈을 빌려준 '증권사'의 요청이 없었는데도 왜 먼저 '강원중도개발공사'에게 돈을 갚으라고 했는지는 저는 잘 모르겠어요...


레고랜드 사건의 여파

건설업종의 ABCP(자산유동화 증권)은 일반적인 자금조달 방식이고, 그 중간체인 명목상 회사(SPC : Special purpose company)에게 지급보증도 일반적인 방식이에요.

이런 지급보증을 사실상 국가에서 가장 신용도가 높은 정부와 같은 지위의 '지방자치단체'가 약속을 했는데, 지급을 거부하고 회사를 부도처리를 한 사례가 되었어요. 외국 투자자들에게는 대한민국의 채권의 보증은 정부가 약속해도 신용할 수 없는 사례가 되었죠.


이제, 다른 건설개발 분야의 ABCP채권의 신뢰도는 유지될 수 있는지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정부도 보증이행을 포기하는데 다른 보증을 신뢰하기가 어려운 것이 일반적이니까요.


관련된 현상인지는 몰라도 우리나라 최고등급인 AAA를 받는 회사들이 10월에 돈을 빌리기 위해서 채권을 팔려고 했는데, 가장 높은 등급의 채권에도 투자자들이 외면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부산교통공산, 한국전력공사,국가철도공단,한국도로공사,인천교통공사 등 정부의 신용도를 이어받는 채권들이 이번에 돈을 빌리는데 실패했어요.


두 번째 문제는 국가 자금의 50조 투입이에요. 대부분 건설은 완성되기 전까지 빚으로 진행되고, 완공 후에 수익을 보는 구조라 채권을 팔지 못해서 추가 비용을 구하지 못하면 건설업들의 연쇄부도가 날 수가 있으니, 어쩔 수 없는 대책이긴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중앙은행이 돈의 양을 줄이려고 금리를 올리던 시기에 금리 인상의 효과를 상쇄시키는 대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죠. 이러면 레고랜드 상황이 나아진 후에 금리를 더 올려야 할 수도 있어요.


한 편 채권의 평가 하락과 50조의 투입의 여파가 외환위기와 같은 위험을 만들 수준은 아니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사건이 절대 일반적이고, 가벼운 사건도 아니죠.

과도한 우려가 오히려 대외적으로 안 좋은 영향을 불러 올 수도 있다고 하니, 정부를 믿고 모쪼록 더 큰 국고 손실 없이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전 04화 추경호와 한덕수에게 론스타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