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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도 채권을...뭐라구요??

시험 말고 생활에 필요한 정도만 이해하는 경제기사.

서율경제 기사 중
흥국생명 사태의 흐름.

흥국생명은 2017년 11월 9일 5억 달러(외화로 빌려왔기 때문에, 외화로 갚아야 해요)를 싱가포르에서 빌렸어요. 그리고 이 돈을 빌리면서 흥국생명이 2022년에 11월 9일에 '갚아버릴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붙였죠. 흥국생명이 '돈을 갚을지'혹은 '연장을 할지'를 선택할 수 있는 거죠. 법적으로는 말입니다.

흥국생명은 22년 11월에 갚아도 되고,
연장을 해도 되는 채권을 싱가포르에서 발행


하지만, 이런 채권의 옵션은 표면적인 약속일뿐이에요.

'빌린 돈을 회사가 준비된 돈으로 인정'받기 위한 수단으로써 '법적인 지위'를 만드는 것뿐, 실질적으로는 2022년 11월 19일에 돈을 갚아야 하는 국제적인 약속이죠.

  

법적으로 '갚는 권리'가 흥국생명에게 있지만,
실제로는 5년 후에 갚아야 하는 채권


그런데, 이 실질적인 약속을 무시한다고 흥국생명이 선언을 했어요. 법적으로 이자를 더 준다면, 법적으로는 문제없다는 소리를 하면서 '돈을 갚을 권리(콜옵션)'를 행사하지 않겠다고 했죠.

법으로 문제가 없다면서 투자자(싱가포르 거래소)와의 국제적 관례를 무시하고, 채권의 약속을 무시한 것이죠.


흥국생명이 한 짓의 의미.

개인 간에도 친구에게 돈을 빌려줬는데 갚기로 한 날에 법적으로 따지면서 갚기를 미룬다면, 그 돈을 다시 돌려받았다고 해도 그 친구랑 돈거래는 안 할 거예요. 심지어 그 친구가 해외에 산다면.. 더욱 돈을 안 빌려줄 것 같아요.


흥국생명은 5일 만에 다시 발표를 번복합니다. 하지만, 국제 채권시장에서 관례를 지키지 않은 사례로 기억되는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강원도가 증권사(BNF 등)에게 한 것처럼, 법적으로 문제없다면서 국제적인 관례를 무시하는 일이 한 달만에 두 번이나 발생했어요. 대한민국의 채권은 관례가 지켜지지 않은 불안정한 투자처로 낙인 될 위험에 당면했어요.

그래서, 이런 '신종자본 채권'은 우리나라의 모든 은행과 보험회사가 다 쓰고 있어요. 그런데, 항상 빌려서 운영해온 이 돈을 내년에 안정적으로 차환이 될지 불확실해졌어요.

차환 : 대출을 대출로 갚는 것
영구채로 빌린 돈을 갚기 위해 새로운 영구채를 발행하는 방법입니다. 일반적으로 금융회사가 자기 자본 비율이나 지급여력비율을 맞추기 위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입니다.


흥국생명의 욕심도 문제지만, 이 선택을 금융당국이 미리 알고 있었는데, 묵인했다는 것이 더 이해할 수가 없어요.

(관련기사 : https://n.news.naver.com/article/003/0011524201?sid=101 )



영구채(30년 이상 돈을 빌려주는 채권) 이야기


보험회사나 은행이 최소로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 총자산 대비 돈의 양(은행 : 자기 자본비율 BIS, 보험 : 지급여력비율 RBS) 이 있어요.

그런데, 이 돈을 현찰로만 가지고 있으려면 안정적 운영이 곤란하니까(핑계) 외부에서 오랜 기간으로 빌려온 돈은 회사가 준비된 돈으로 인정해 주기로 합니다.

그래서, 은행과 보험사는 ‘30년 후에 갚겠다.’는 약속으로 해외에서 돈을 빌려옵니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내일도 모르는데, 30년을 빌려줄 리가 없죠. 그래서, 투자자에게는 조건이 필요합니다.


30년을 빌려주지만 5년 후에 갚아라(풋옵션)


그런데, 이런 조건이 붙으면 ‘영구채’로 인정받을 수 없어요. 그래서 법적으로 영구채가 필요한 세계의 은행과 보험사들은 문구를 살짝 바꾸고, 옵션실행을 관례로하는 사실상 5년 만기 채권을 만들어 냅니다.


빌리는 사람이 5년 후에 갚을 수도 있다.(콜옵션)


돈을 빌려주는 사람에게 5년 후에 돈을 받을 수 있는 근거를 만들고, 빌린 회사가 반드시 옵션을 행사한다면, ‘영구채’이면서 5년만기 채권으로 구색을 갖춘 것이죠.

그래서, 세계 금융시장은 ‘콜옵션이 붙은 영구채’는 영원히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옵션기간까지만 빌려주는 것으로 통용됩니다.


물론 관례를 무시하고, 돈을 안 갚은 '양아치'들이 있을 수 있어서

"만약에 상환을 미루면, 이자를 더 줘.(step-up)"

라고 채권에 써 놨어요.

하지만, 돈을 안 갚는 것을 법적인 정당한 선택으로 이해하는 해외투자자는 없습니다.



강원도에서 시작한 채권시장 신뢰 붕괴가 국내 많은 사업들의 자금 조달을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 수습되지 않은 상처에 소금을 뿌린 흥국생명…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사전에 알았지만, 대처가 없었던 금융당국…

일본의 버블 붕괴가 일본 내 은행과 사업들이 사업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면서 본격적으로 가속화되었던 것을 상기해보면…


이 모든 결정이 서민과 국민을 위한 결정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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