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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가 왜 문을 닫았어?

사기를 친 것도 아닌데, 은행이 망해?

미국의 실리콘벨리에는 IT기업들이 많이 이용하는 SVB란 은행이 있었어요.

SVB는 세상의 모든 은행이 그렇듯이 대출에 사용되지 않는 현찰들을 안전한 곳에 빌려주고 이자를 받았죠.

SVB가 선택한 가장 안전한 곳은 '미국정부에 이자가 많은 장기로 빌려주는 것(장기국채)'이었어요. 


SVB는 고객의 예금 대부분을 장기국채로 가지고 있었어요.
이것은 일반적인 일입니다.


그런데, 미국 정부가 물가 상승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렸더니 실리콘벨리의 기업들은 현찰을 찾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많은 기업들이 SVB에 현금인출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돈을 미국 정부에 빌려준 SVB에는 현찰이 없고, 만기 전에 빌려준 돈을 돌려받을 수도 없으니, 미국에 돈을 빌려준 증서인 장기채권을 팔아야 했죠.

그런데, 금리가 올라서 채권의 가격이 낮아졌어요.
금리가 오른 것과 채권 가격이 떨어진 관계를 간단한 게 보면

금리가 1% 인  10,000 짜리 채권의 가격은 9,990원이지만,
금리가 5% 로 오르면, 그 채권의 가격은 9,950원이 됩니다.
금리가 올라서 10,000원당 40원 손해를 보는 것이죠.
(실질 계산은 잔존기간과 이표채 현금흐름등을 포함합니다.)

개인의 채권투자는 가격이 떨어져도 만기까지 보유해서 가격손실을 회피할 수 있어요.
하지만, 채권을 팔아야만 하는 기업은 가격의 손실을 피할 수 없어요.
기업들은 금리가 올라서 현찰이 필요했고,
SVB는 손해를 보고 채권을 팔아야 해요.


이 손해를 메꾸기 위해서 투자금 약 3조원(22억5000만달러)이 필요했고, SVB는 새로운 주식을 발행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발표했어요.


이 소식을 들은 SVB의 예금을 한 기업들은 SVB의 손실이 너무 크서 자신들의 예금을 찾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들었죠. 때문에 기업들은 서둘러 예금을 인출을 하려 했고, 갑자기 몰린 인출 금액은 은행을 자산을 팔아도 해결할 수 없는 양이어서, 정부는 SVB의 문을 닫기로 결정했어요. 


은행이 망해서 예금을 못 찾는 것이 아니라,
맡긴 돈을 돌려달라는 사람이 많아서 은행이 망했어요.
뭔가 이상하죠?


은행이 준비된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인출하는 상태를 '뱅크런'이라고 해요.

은행이 대출해 주는 돈은 우리가 은행에 맡긴 돈보다 많아요.
이것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 '지급준비율'이란 규칙입니다. 
지급준비율은 실제 가진 돈의 양보다 더 많은 돈을 쓸 수 있게 해주는 규칙이고 법입니다.
(참고 : https://brunch.co.kr/@nftmby/85 )

그리고, '지급준비율'을 넘어선 고객의 인출요구는 은행을 파산하게 만들 수 있어요.

미국의 지급준비율도 팬데믹 이전에는 10% 정도였는데, 지금은 지급준비율을 폐지하면서 이론상 1달러만 예금이 있으면 무한대로 대출을 해 줄 수 있는 이상한 구조가 되었어요.
단, 이러면 1달러의 인출 요구가 생기면 은행이 파산을 하는 것이죠. 

현재 우리나라의 지급준비율은 2%입니다.
어느 은행이든 고객의 2%가 현찰을 찾으면 파산한다는 의미입니다.
은행은 내가 맡긴 예금보다 더 많은 돈을 대출해주고 있다.
그래서, 내가 맡긴 돈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많은 예금자들이 돈을 찾아가면 은행은 파산한다.


이 사건으로 불안감이 번져서 다른 은행의 고객들도 '지급준비된 돈'을 넘어서 인출요구가 발생하면, 은행의 파산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정부는 예금된 돈을 언제든지 찾을 수 있도록 정부가 보장하겠다고 나서면서 뱅크런이 번지는 것을 막았습니다. 하지만, 미국정부가 보장한다고 해도 일정 수준의 인출요구가 일어나면 은행이 파산하는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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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갖고 있지 않은 돈으로 대출사업을 하면 불법이지만, 은행은 그래도 된다고 법으로 만들었어요.
이 이상한 불공정을 의식하지 않아도 100여년을 문제없이 은행을 이용하면서 살아왔죠. 그러고 보면 자본주의는 공정이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법을 다룰 수 있는 권력이 있거나 법의 불공정을 잘 이용한다면 수익을 누릴 수 있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부자가 되는 방법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방관하는 일에 수익을 보는 자가 있을 것이고, 강제징용의 피해자들에게 가해국가의 사과 없이 피해자에게 돈을 줘서 해결함으로써 수익을 보는 자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오염수에서 자란 해산물을 수입하는 것에 대한 불안을 마케팅으로 해결하려는 일이나 일본의 오염수에서 키운 멍게를 수입하는 일로 수익을 보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자기의 욕심과 타인의 인권이 공정하지 않은 것을 이용하여 수익을 추구할 때, 인간은 '수오지심'을 느낀다고 맹자가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그 순간 인간의 감정을 버리면 짐승의 마음으로 부자가 되는 일에도 관대합니다. 나라를 판 놈들의 자손들이 피해자들은 폄하하고 무시하면서 권세를 누리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의 자본주의는 짐승이 부자가 되는 경우가 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인간이 짐승보다 살기 좋은 세상이 되기 위해서는 법이 좀 더 공정하게 짐승을 단죄해야 하는데.. 요즘이 그런 세상인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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