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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 그건 돈이 아니라 연대였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 (18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 1차 TV 토론)
"노란봉투법은 사실 헌법에도 안 맞고 이거는 민법에도 안 맞고 이 법에 안 맞는 그런 계약 자체로 성립이 되지 않는 부분인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 이렇게 계속 무리하게 밀어붙이시면 사실 우리나라에서 기업을 할 수 있겠느냐 이거죠."


'노란봉투법'이라고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3 개정안에 대해 지난해 국회입법조사처는 헌법과 민법 체계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407161504001)


2014년, 한진중공업 노동자였던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과 관련된 파업에 참여했던 노동자들에게 회사는 수십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했어.
그 소식을 들은 한 시민이 '이건 너무하다.'며 4만7천원의 돈을 봉투에 넣어 보냈고,
그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지.

당신이 감당해야 할 벌금 중 일부를 나눠 갖겠습니다.


그 노란봉투는 이후 수많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기부로 이어졌고,
‘노동권을 지키다 빚더미에 오른 이들을 돕자’는 사회적 움직임이 된 거야.
그런데 말이야—이거 이상하지 않아?
노동자가 권리를 지키려다 수억 원의 손해배상을 물어야 한다면,
우리가 배운 헌법 속 노동 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은
과연 실제로 보장받고 있는 걸까?


그래서 노란봉투법은 뭔데?

정식 이름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3조 개정안' 이야.
노란봉투법이라는 별명은, 그 시민 연대에서 온 상징적인 이름이야.

법의 핵심 내용은 딱 두 가지야:

노동자의 범위를 넓히자.
지금은 정규직 중심의 좁은 범위에서만 ‘노동자’로 인정받기 때문에
하청,특수고용 노동자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주는 집단인 노조에 가입하고 싶어도,
하청·특수고용 노동자는 아예 문 앞에서 막혀왔지.
이 법은 이런 사람들에게도 '당신도 노동자'라고 말해주는 거야.


쟁의행위(파업 등)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자.
정당한 쟁의행위였다면, 회사가 '장사에 손해 끼쳤다'며 개인에게 수억 원씩 청구하는 걸 막는 조항이야.
단, 불법 파업은 여전히 손해배상 대상이야. 불법파업까지 감싸주자는 법이 아니야.


파업은 전부 불법아니야?
-그건 오해야

우리가 언론에서 자주 보는 '불법파업'이라는 말이어서, 파업이 곧 불법인 것처럼 느껴지지.
사실은 정확히 말하면 ‘절차를 지키지 않거나, 법이 허용하지 않은 상황에서 하는 파업’이야.
즉, 모든 파업이 불법인 게 아니라, 조건을 지키지 않으면 불법이 되는 거야.


정당한(합법) 파업이 되려면?

노조가 있어야 해.
개인이 혼자 “나 파업할래!” 하면 그건 파업이 아니야.

단체교섭이 먼저 있어야 해.
파업은 말이 안 통할 때의 마지막 수단이야. 회사와 협상 없이 바로 파업하면 안 돼.

쟁의조정 신청을 해야 해.
노동위원회에 “우리 지금 교섭이 결렬됐어요”라고 신고하고 조정을 요청해야 해.

찬반투표를 거쳐야 해.
조합원 다수가 동의해야만 파업할 수 있어.


쟁의행위 목적이 ‘근로조건’이어야 해.

임금, 근무시간, 해고 등 노동 조건이 아니면 안 돼.
(예: 정치적 요구로 하는 파업은 불법으로 간주돼.)


이 조건들을 지키면 파업은 헌법에 보장된 ‘단체행동권’으로서 정당한 권리야.

하지만 이걸 다 지켜도 회사는 “우린 손해봤어”라며 손해배상 소송을 걸 수 있어.
이걸 막자는 게 바로 노란봉투법이야.


그럼, 노조 그거 빨갱이 아니야?

이 말의 뿌리는 1980년대 이전 군사독재 시절이야.
당시 권력자들에게 노조는 ‘질서를 어지럽히는 존재’였고,
'국가의 발전을 방해한다'는 프레임으로 공격했지.

그래서 노조 = 반정부 = 공산주의자라는 프레임이 덧씌워졌어.
심지어 임금 좀 올려달라 해도 “북한 따라 하냐”는 말이 나왔던 시대였어.

근데 지금은?

지금은 우리가 헌법으로 보장된 권리를 말하는 중이야.
노조는 헌법 제33조에 나와 있는 정당한 권리야.
이걸 지키자고 말하는 게 어떻게 빨갱이야?


노조는 ‘빨갱이’가 아니라, ‘밸런스 조정 장치’야

회사 vs 개인 : 이 구도는 너무 불균형해.

회사는 자본과 정보와 변호사와 조직이 있고,

개인은 오늘 내 월세 걱정해야 하는 처지잖아.


노조는 이 힘의 차이를 조금이라도 평평하게 만드는 도구야.
축구할 때 키 190cm 골키퍼 앞에 150cm 공격수 혼자 서 있으면,
경기 이전에 이미 진 거잖아.
노조는 그런 ‘힘없는 개인이 합법적으로 힘을 갖는 방식’이고, '게임의 룰을 공정하게 만들자'는 장치야.


그럼 진짜로 “문제 있는 노조”는 없냐고?

있지.
어떤 노조는 권력을 남용하고, 부패하거나, 기득권화된 경우도 있어.
하지만 그건 개별 행위자의 문제지, 노조라는 제도 자체를 부정할 이유는 아니야.

정치인 중에도 부패한 사람 있다고 해서 민주주의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말하진 않잖아?



이게 헌법에 안 맞아?

아니. 아직까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이라는 판단은 나온 적 없어.
오히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렇게 말했어.

노동자 범위 확대는 헌법상 노동권 확대와 부합한다.
손해배상 제한은 민법 체계와 충돌 가능성 적다.



간단히 말하면, “문제 없어 보인다”는 게 공식적 입장이야.


왜 누군가는 이 법을 그렇게 싫어할까? - 고용주측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들이지.


부드럽게 말하면,

기업 입장에서 보면, 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있어도 손해배상을 못 하게 되면 억울하다고 느낄 수 있어.
하지만, 노동자는 파업이 유일한 무기고, 기업은 자본과 권력으로 대응할 수 있지.

노동자가 파업을 하면, 언론은 “불편”을 말하지만
그 불편 속에 숨겨진 건 '삶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라는 점을 말하지 않아서,

노조는 기업발전을 저해하는 빨갱이라는 프레임이 더 강하게 남아있지.


그런데, 너도 나도 우리의 대부분은 노동자야.

우리의 삶을 갈아 넣어서 기업발전을 하면 우리와 그 발전의 성과를 노동자인 우리와 나눠야 하는데,

기업의 발전은 운영자의 공로이고, 우리의 보상 요구는 '국가의 발전을 방해한다'는 프레임으로 공격되는거야.

ChatGPT Image 2025년 5월 19일 오후 07_08_05.png


노란봉투법은 어떤 불법의 보호막이 아니라,
이미 법으로 보장된 권리를 현실에서 지켜주는 최소한의 장치야.

법은 종이에 쓰인 약속이 아니라, 사람들이 그 약속을 믿고 쓸 수 있을 때 비로소 살아 있어.


'법대로 해'가 정말 멋진 말이 되려면,
그 법이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닿을 수 있어야 해.



노조에 가입도 못하는 직종이 있다.

현재 2030 세대가 많이 속해 있는 업종 중 일부는 법적으로 ‘노조 설립’이나 ‘가입’이 매우 어렵거나 아예 막혀 있어.

. 플랫폼 노동자 (배달, 택시, 대리운전 등) : 법적으로 ‘근로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로 간주됨
. 프리랜서 디자이너, 개발자, 작가 등 : 고용계약이 없고, 사용자가 명확하지 않아 노조 불가
. 인턴, 단기 계약직, 아르바이트 : 잦은 해고·계약 종료로 노조 활동 여건 부족
. 학습지 교사, 방송작가, 간병인 등 특수고용직 : 개별 계약자 신분이라 사용자와의 관계가 법적으로 애매함

이 사람들도 사실상 노동자처럼 일하지만,
법에서는 노동자가 아니야.
그래서 노조를 만들 수도, 가입할 수도 없는 경우가 많아.

노란봉투법은 바로 이런 경계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인정해주자는 법이야.
그래서 법 제2조에서 ‘노동자의 정의’를 확장하자고 제안한 거고,
헌법에서도 이걸 노동 3권의 실질적 보장이라고 인정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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