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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는 비었고, 계산대엔 국민이 섰다.

국민 세금으로 손실을 지불하는 — 홈플러스 이야기

망한 마트에
돈을 내야하는 사람은 따로 있어.


홈플러스는 우리가 아는 대형마트야.

한때는 이마트, 롯데마트와 나란히 ‘마트 삼총사’로 불렸지만, 요즘은 많이 비었지.

2025년, 홈플러스가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갔어.

쉽게 말하면, 회사가 너무 힘들어져서 ‘이대로 가다간 망하겠다’ 싶을 때 법원에 도움을 청하는 거야.

법원은 '그래,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줄게' 하면서 채무 갚는 순서나 회사 운영을 조정해 주지.

그런데 여기서 이상한 일이 있었어.

아직 회생계획이 승인도 되기 전에, 홈플러스를 팔아버리기로 한 거야.
계산해 보니까, 이 회사를 살리는 데 드는 돈보다 그냥 접고 정리해서 파는 게 더 돈이 되더라는 거야.

마트는 문을 닫았는데, 남은 부동산은 돈이 되는 거지.
살려봤자 더 망가질 것 같으니, 일단 팔고 보자는 결정이 나온 거야.


기존 주인은 떠나고, 새 주인은 돈 들고 오고

이번 매각은 좀 특이해.
기존 주인인 MBK라는 투자회사는 지분을 ‘0원’으로 없애기로 했어. 말 그대로 손을 털고 나간다는 뜻이야.
그리고 새로 들어올 인수자는, 돈을 새로 넣고 회사를 이어받게 돼.

예를 들면 이런 거야.
너랑 친구가 같이 빵집을 운영했는데, 친구가 자기 지분 다 포기하고 떠났어.
이제 너는 다른 친구한테 새 돈 받고, 그 친구랑 가게를 새로 시작하는 거지.

표면적으로는 MBK가 큰손해 본 것 같지만, 진짜 그럴까?


MBK는 정말 손해였을까?

MBK는 홈플러스를 2015년에 샀어. 그때 7조 넘게 들였는데, 5조는 빌린 돈, 2조 남짓만 자기 돈이었어.
그다음부터 뭘 했냐면, 점포를 팔고, 물류센터를 팔고, 그걸로 대출 갚고, 남는 돈은 배당으로 받아갔어.
쉽게 말하면, 집을 사서 거기 물건 다 팔고 월세 놓고… 남는 건 챙기고, 비워진 집은 나중에 넘긴 거지.

MBK는 그 과정에서 1조2000억 넘게 배당금 받았고, 부동산 판 돈도 4조 넘게 돼.
지금 지분은 없애버리지만, 이미 벌어간 돈은 꽤 되지.

즉, 지금은 빈손으로 나가지만, 손에 쥔 건 이미 꽤 있다는 거야.


문제는 남은 사람들

여기서 진짜 중요한 건, 이 과정에서 손해를 본 사람들이야.

가장 대표적인 게 국민연금.
우리가 월급에서 자동으로 떼이는 그 돈 말이야.
2015년에 국민연금도 MBK랑 같이 홈플러스에 돈을 넣었는데, 그중 일부는 ‘우선주’ 같은 투자였어.
이게 문제야. 우선주는 회사가 잘될 땐 이자도 받고 좋은데, 망할 땐 뒤늦게 줄 서야 돼.

보통주로 넣은 295억은 이번에 그냥 다 사라졌고,
우선주로 넣은 5800억 넘는 돈 중 회수 못 할 가능성이 큰 금액이 5000억 이상이야.
최악의 경우, 1조 가까운 돈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계산이 나와.

이게 뭐냐면…

MBK는 가게 하다 돈 벌고 나갔는데,
재료 대준 사람들(납품업체)과
가게 살림에 투자한 사람들(국민연금)은 돈 떼인 거야.

고려아연도 계산대에 설 건가요?


고려아연이 뭐 하는 데야???


이름만 들으면 시골에 있는 오래된 공장 같지?
그런데 이 회사, 은근히 대단해.
우리가 매일 쓰는 전자기기, 전기차, 건물 자재…
그 안에 꼭 들어가는 금속을 만드는 데가 바로 고려아연이야.

아연, 은, 니켈 같은 ‘비철금속’이 주력인데,
특히 니켈은 전기차 배터리에 꼭 필요한 재료라서
정부에서도 “이건 우리나라 기술주권이 걸린 거야”라고 인정했을 정도야.

그래서 이 회사는 그냥 ‘사기업’이라고 하기엔 좀 달라.
우리나라 산업이 제대로 굴러가려면 꼭 필요한, 일종의 기반시설 같은 존재야.


그런 회사에 누가 관심을 가졌냐면… MBK야

MBK가 지금은 고려아연 경영권을 잡으려고
최대주주랑 손잡고 지분을 막 사들이고 있어.
이사회도 바꾸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공개매수도 진행했어.

문제는, 사람들이 걱정된다는 거야.
“혹시 홈플러스처럼 되는 거 아니야?”


고려아연이 그렇게 되면 홈플러스보다 훨씬 심각할 수 있어.

왜냐면 고려아연은 물건 파는 데가 아니라,
대한민국 산업의 뿌리에 해당하는 자재를 만드는 회사니까.

만약 MBK가 이 회사를 단기 수익 관점으로만 본다면,

기술 개발보다는 당장 돈 되는 쪽만 보고

해외에 중요한 기술이 빠져나갈 수도 있고

지역 경제도 한꺼번에 흔들릴 수 있어.


이건 단순히 “하나의 기업이 잘 되냐 망하냐” 문제가 아니야.
국가 전체 시스템의 균형이 흔들릴 수도 있는 일이야.


사람들이 MBK를 못 믿어서가 아니야.
문제는

'빚으로 회사 사고, 회사 자산은 팔아 이익 뽑고, 어려워지면 법정관리 넣고 손 떼기'

이 구조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서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야.

지금은 고려아연이라는 더 중요한 회사를 두고 같은 패턴이 시작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도는 거야.


MBK가 이익을 먹고

손해만 우리가 계산하면 안되잖아.


기업은 원래 주인이 있고, 사고팔 수도 있지.
하지만 모든 회사가 똑같은 건 아니야.
어떤 기업은, 공동체 전체가 신경 써야 할 책임이 있어.

고려아연은 지금 그 자리에 있어.
기술 하나만 유출돼도,
그걸 잃는 건 기업이 아니라 나라거든.

ChatGPT Image 2025년 6월 23일 오후 01_56_47.png

그래서 사람들은 묻고 있는 거야.

'빚으로 회사 사고, 회사 자산은 팔아 이익 뽑고, 어려워지면 법정관리 넣고 손 떼기'

막을 수 없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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