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고 받는 것
어린이날이 오면 더 받지 못해 심술을 부렸다. 삐쭉 나온 내 입에 입 맞추며 엄마가 말했다.
"올해 다 받아 버리면 내년에는 흥미가 없는 걸?"
7살의 내가 쓴 일기에 그렇게 쓰여있었다.
참 어렸던 난 '느낀 점' 이란 칸에 이런 말을 썼다.
'불공평해. 어린이날은 어른이 되면 끝이지만 어버이날은 평생이잖아.'
어쩌면 실제로 엄마에게 뱉어버린 말일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그해 어버이날 엄마에게 했던 말이 기억난다.
"카네이션 달아 드릴게요, 유치원에서 만들었어요."
삐뚤빼뚤한 글씨로 '엄마 아빠 사랑해요'라고 적힌 종이 카네이션을 달아 드렸다. 엄마는 진심으로 기뻐하며 고맙다고 몇 번이나 뽀뽀해주셨다.
"선물은 준비 못 했어요, 대신 설거지 제가 할게요."
참 퉁명스러운 그 말에도 뽀얀 이를 보이시며 길쭉한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으셨다.
"괜찮아 아들, 아들 존재 자체가 선물인걸?!"
순수해야 할 7살의 나보다 더 순수한 그 미소에 눈물을 흘렸던 것 같다.
'존재 자체가 선물이다' 부모이기에 가능한 말인 것 같다.
엄마가 되지 못한 한 여자에서 엄마로
아빠가 되지 못한 한 남자에서 아빠로
어설프기 그지없고 배운 적 없는 부모의 길에 들어서
완벽하게 자식으로 태어난 나를 키워오셨으니깐.
불공평한 건 끝나버리는 어린이날이 아니라 준만큼 받지 못하는 어버이날인 것 같다.
저무는 가을을 보면 엄마를 참 많이도 닮았다. 붉게 물들어 화려했지만 태어날 새싹을 위해 저물어간다.
떨어진 낙엽이 귀찮게도 발에 치이는 걸 보니 엄마의 잔소리를 닮은 것 같다. 앙상한 가지는 엄마의 인생일까. 살아온 날들이 주름져 외로움만 가득하다.
겨울이 오면 잦은 바람에도 바르르 떨 테니 나의 마음을 입혀주어야겠다.
넘치게 받았으면서 더 받길 바라는 어린 내가 아닌 전부 되갚지 못할까 마음 졸이는 스물여섯의 일기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