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번아웃

40대 중반 여자 직장인으로 살아남기 ep 18

by 이름없는선인장

누구를 원망하거나

코로나를 원망하거나

그러고 싶지 않다.


하지만

올 한 해는

위기 대처 능력에 대한

미래를 준비하지 못한

난 시험에 든 걸까.

아니면 난

시도도 해 보기 전에 그냥 겁을 먹은 건가.


위태위태하게 6개월이 넘어가고 7개월 차.

세 번째 팀장님은 나를 곤욕스럽게 한다.

정말 말이 통하지 않는다.

그냥 해야 하는 스타일이다.

직무를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설명을 드려도 설득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위에서 지시가 떨어지면

본인은 모르겠으니

너희가 알아서 그냥 하라는 구조다.


연차를 냈던 어제 전화를 하셨다.


코로나에 현장이 당장 놀고 있을 수 없으니 이젠 온라인 마케팅밖에 길이 없다며 당장 현장 교육을 하라 신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온라인 광고나 홍보할 수 있는 총알을 주시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리드를 창출해 내야 한다는 윗선에 기대가 있지 않냐. 2주 안에 무슨 성과를 내냐고 여쭤보니) 단기간 성과가 안 나도 된다(?) 그러니 교육만 하라신다.


(교안도 없다. 3-40분짜리 교육 PPT 몇 장이 필요할까? 이 번 주 내내 이것만 준비해도 벅찬데... 네 전문 분야니 쉽지? 아니면 말로 때워라.. 당장 내일 교육할 수 있겠냐고 하시니... 대책이 없다) 그리고 모든 전문가가 교육을 잘하진 않는다. 난 직무 교육 강사도 아니다. 하지만 여긴 그냥 다 해야 한다. 그닥 나서는 걸 원하지 않고, 임기웅변도 별루인 나에겐 참 스트레스다.


그냥 위에서 하라고 지시하니 뭐라도 만들어서

‘보여주기 식’ 업무를 해야 하니...본인도 이번 기회에 배우겠다며...


난 정체성을 잃고 있다.


분석/전략 없는 마케팅 솔루션이 매뉴얼처럼 나오지 않는다. 마케팅은 적어도 난 그렇게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조직은 마케팅으로 크지 않았다. 마케팅/홍보를 하지 않는다. 경쟁사들이 광고를 하니 이제야 꿈틀 하지만 내부에 전문가가 없다. 브랜드 관련 부서가 감시만 한다.


그냥 화가 난다.


예산도 삭감하고, 돈 쓴다 뭐라 하고, 온라인 파트나 전담자도 다 PM과 병행 업무로 시켜놓고 코로나 2.5 단계니 이제와서 온라인 마케팅으로밖에 해결할 수 없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 조직은 축소하고, 예산도 없지만, 전문가 1명과 대리 한 명에 사업의 사활을 거나?? 아님 책임을 묻겠지...


그럼에도 당장 1월 중순까지 신제품 론칭 전략을 짜야하고 (실질적으로 2주) 그 외에 하던 웹사이트 리뉴얼, 제품 PM, 분기, 월별 전략, 매출 모니터링 분석.. 일이 숨에 차오른다.


나는 ‘차장’이라는 이유로 이름 모를 업무 완벽성과 컨트롤을 해야 하며, 업무가 배가 돼도 연봉이 높으니 해야 한다고 한다. 야근, 주말 근무 모두 다 땡큐에 전시 상황이니 어쩔 수 없다고 해 달라고 하신다.


이틀 만에 30분짜리 온리인 교육 자료를 만들어 달라고 하는 막무가내 팀장과 윗선 덕에 오늘도 9시 반 넘어 퇴근했다. 다 만들지도, 왜 만들어야 하는지, 뭐가 필요한지 (딱히 필요한 게 없지만 재택 하며 놀게 할 수 없는 현장이라며) 그냥 교육을 해야 하고 그렇기에 더 집중할 수 없는... 나는 그냥 전문가도 아닌 두 번찌 번 아웃이 되고 있는 기분이다. 내 탓이 아닌데 내 탓이 되고 만다.


여기서 요하는 나의 전문성은 차장급에 맞게 아무 일이나 다 쳐내는 구원투수 같은 사람이면, 난 정말 필요가 없다.


나의 위태로운 하루하루가 지나간다.


숨이 막힌다.

혈압이 오른다.


난 EXIT를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1월을 바라본다. 그래야 한다.

순탄하지는 않다.


어디서 어떻게

페이스를 찾고

일할 수 있을까.

이 고비를 넘기면

난 성장하는 건지.


직장이 아닌 직업인이 되기 위한..

나의 월요일 같았던 화요일.

이번 주가 너무 힘들다. (+ 연말까지 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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