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송의 성별 여행기
'진정한 나에 대해 말하고 싶은데 어떻게 전달할지 모르겠어....'
'슬슬 주변인들이 눈치챌 것 같은데 어떻게 선제적으로 대처하지?'
'누구에게 말하고 누구에겐 숨길까?'
트랜스젠더라면 누구나 이런 고민을 한 번쯤 해보셨을 거예요. 저 역시 수십 번의 커밍아웃을 하며 정립한 몇 가지 원칙이 있었고, 그것을 여러분께 공유해보려고 해요.
커밍아웃은 기본적으로 매우 신중해야 해요. 잘못된 상대에게 커밍아웃을 한다면 아웃팅(성소수자의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을 의지에 무관하게 발설)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따라서 나 자신의 안전을 위해 커밍아웃 대상을 정밀히 선별하는 것이 중요해요.
나 자신을 드러내도 될 만큼 그 상대가 얼마나 소중한지, 진실성이 있는 사람인지, 그리고 나를 이해해 줄 것 같은지 등 충분히 고려해 보고 시간을 두고 진행하면 좋다고 생각해요.
저는 직접 1대 1로 얼굴을 보고 대화를 나누는 것을 선호해요. 대면하는 대화는 상대방에게 진실성을 내보일 수 있고, 대화 도중 오해의 소지를 최대한 줄일 수 있죠. 또한 1대 1로 대화를 나눈다면 다른 요소의 개입 없이 서로의 생각을 온전히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여의치 않다면 메시지나 전화 등 다른 전달방식을 쓸 수도 있지만, 그 경우에는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더욱 신경 쓸 필요가 있습니다.
여유가 된다면 커밍아웃 상대와 식사 약속을 잡고 간단히 대화를 나눈 뒤 조용한 카페에서 진솔한 대화를 나누면 좋을 것 같아요.
커밍아웃 시기에는 트랜지션 진행도가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신체적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커밍아웃을 한다면, 친구들은 당황할 수가 있어요. 그렇지만 신체적 변화가 진행된 후라면 친구들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어 충격을 분산하여 받을 것 같아요.
또한 트랜지션이 완전히 끝난 다음 커밍아웃을 하면(친구가 여자애가 돼서 왔어요!) 얘기를 꺼내기도 앞서 큰 충격을 줄 수도 있겠죠. 본인과 상대방 모두에게 적절한 시가를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이 중요해요.
커밍아웃을 하는 이유는 일차적인 목적은 성별 정체성 전달이지만, 관계 유지나 상대방의 지지 등 부가적인 목표가 있기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친구들에게 커밍아웃을 하는 이유는 트랜지션 후에도 지속적인 관계를 지속하기 위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대화가 다 그렇겠지만, 커밍아웃에서도 목적이 명확해야 상대에게 바라는 점을 분명히 전달할 수 있고 대화의 방향도 잡을 수 있습니다.
'트랜스젠더'라는 말을 꺼내는 것이 쉽지 않지만, 모호하게 표현하면 상대방이 오해할 확률이 높습니다.
자신을 정체화 한 그대로, 예를 들어 제 경우 "나는 남성으로 태어났지만 나를 여성으로 정의하고, 남성을 연애대상으로 생각해"처럼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 역시 초창기 커밍아웃 때에는 전날에 잠을 못 이루고, 당일에 말을 꺼내기까지 대여섯 번이나 심호흡을 했던 기억이 있어요. 하지만 지금은 머... 눈 깜빡 안 하고 자신감 있게, 진솔하게 말을 꺼내는 편입니다.
여러분들이 커밍아웃을 하겠고 결심하었다면, 분명 그만큼 상대방을 신뢰하고 있기 때문일 거예요. 많이 떨리겠지만, 본인의 안목을 믿어보시길 바래요. 처음이 어렵지만, 점차 나에게 따뜻한 햇살이 되어주는 사람들이 생길 거예요.
커밍아웃이라는 여러분의 용기를 응원해요. ㅡ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