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자리비우기 눈치보여요.

※ 본 글은 고민이 있는 직장인을 위한 글입니다. 필자가 회사를 다니며 직접 겪거나 주위에서 바라본 사례들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또는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 봤을법한 사례들을 떠올리며 작성하였습니다. 비슷한 고민을 했거나 하고 있는 분들에게 공감과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Q. 안녕하세요. 최 과장님, 저는 직장생활 8년차 직장인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수식어가 더 달라붙어요. 바로 ‘워킹맘 직장인’입니다. 워킹맘이라서 그런지 회사에서 자리를 비울 때가 꽤 많이 있습니다.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을 때 , 아이 유치원 발표회때, 아이를 데리고 급하게 병원에 가야할 때 내가 아플 때 등등 수많은 경우가 있죠.


회사일을 하면서 힘들 때가 참 많네요. 제게 주어진 대표적 타이틀은 단지 ‘이 대리’와 ‘OO이 엄마’ 두개뿐인데요. 그 때문에 하는 일들은 정말 다양하네요. 앞서말씀드린 이유들로 인해 저는 회사에서 종종 자리를 비웁니다. 연차, 반차들을 주로 사용하죠.


다행이도 최근에는 사회와 회사에서 워라밸(워크 앤 발란스,Work & Balance)를 강조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러한 분위기 덕분에 예전보다는 덜 불편하게 자리를 비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치를 봐야하는 불편한 마음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애들이 아직 어려서 앞으로도 4,5년은 계속 이런 생활을 해야 할 것 같은데 말이죠. 좀 더 편한 분위기의 회사로 이직이라도 해야 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육아휴직을 내고 애들과 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해야 하는 것일까요?






A. 안녕하세요. 최 과장의 직장인 심리상담입니다.


참 많이 힘드시겠습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만큼 힘든 일이 또 있을까요? 언제부터 대한민국에서 엄마들이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시작했을까요? 일이면 일, 육아면 육아 한 가지만 하면 정말 소원이 없을 것 같네요. 그렇습니다. 회사에서 개인사(個人史)를 이유로 반차, 연차 등을 내다보면 눈치를 안볼래야 안볼 수 없지요.


특히 일이 몰리는 시기면 더욱 눈치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결국 대한민국의 많은 엄마들 뿐만 아니라 아빠들도 육아휴직을 내는 것이지요. 육아휴직후에는 복직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그대로 훌쩍 회사를 떠나는 분들도 계시구요. 고민님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정답은 없습니다. 고민님께서 정답이라고 믿는 선택을 하셔야 합니다. 고민님께서 최선이라고 믿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다만 고민님이 자리를 비울 때 불편한 마음을 덜 가지도록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리를 비워야 하는 상황에서 고민님의 생각가짐을 바꿔보는 것이지요. 고민님은 자리를 비워야 하는 상황에서 상사와 동료들의 눈치를 보게 됩니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겠지요.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죠.

‘내가 자리를 비우니 옆의 김 대리는 속으로 못마땅해 할 거야. 어쩌지. 저번에 내가 자리 비웠을 때도 급한 일을 나대신 처리해 주었었는데. 이것 참 되게 미안하네. 어떻하지’


당신은 동료에 대한 미안함을 조금이라도 덜어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이렇게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도 어쩌겠어. 별수 없지 뭐. 김 대리가 결혼은 안 해서 아직 애는 없지만 그래도 잘 이해해줄 거야.’


만약 당신이 일도 육아도 잘 해내고자 마음먹었다면 애써 이런식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개인사를 위해 자리를 비우는 순간 스스로 대담해져야 합니다.


말하는 사람도 대담해야 듣는 사람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당신의 팀장님 입장에서 생각해 볼까요.


연차를 낸다고 당신은 팀장님께 말씀드리는 순간입니다. 그런데 이미 당신의 얼굴에 죄송함과 주저함이 묻어 있습니다. 그런 모습이 팀장님께도 썩 달갑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죄송해하고 주저함을 보이는 모습 자체가 무엇인가 당당하지 못한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때 당신과 팀장님은 ‘아쉽게 부탁을 하는 사람’과 ‘생색내며 부탁을 들어주는 사람’의 관계가 됩니다. 쉽게 말하면 갑과 을의 관계이지요. 부탁을 들어줄지 말지를 결정하는 팀장님은 ‘갑’, 부탁을 하는 당신은 '을'이 됩니다. 아쉬운 사람은 당신이 됩니다. 팀장님도 그 순간 그러한 입장의 차이를 느낍니다. 팀장님도 그 순간 갑의 위치에서 당신을 바라보게 됩니다. 이러한 우월감은 당신이 만들어 준 셈입니다.


그런데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연차를 쓰는게 잘못된 건가요? 연차를 쓰는게 그렇게 눈치를 보며 부탁을 해야할 일일까요?


연차는 회사원의 당당한 권리입니다. 일할때는 열심히 일하고 연차를 쓸땐 눈치 안보고 팍팍 쓰시기 바랍니다. 처음에는 좀 어색할 수 있어도 하다보면 괜찮아 집니다. 당신이 할 일 안하고 연차, 휴가 낸다고 하면 아무래도 당신 스스로가 더 위축되겠지요. 하지만 자리를 비우는 동안에 일에 펑크가 나지 않도록 업무를 최대한 정리해 놓습니다.





당신이 없어도 회사는 잘 돌아간다는 사실을 보여주세요. 그러면 되는 것입니다. 당신이 깔끔하게 정리해 놓고 자리를 비워도 문제없는 상황이 점점 더 늘어 납니다. 그럴수록 당신의 팀장님과 팀원들은 당신을 더욱 더 신뢰합니다. 만약 당신이 부재시 다른 팀원이 당신의 업무를 대신 해주어야 하는 상황이 부득이 생긴다면? 그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지요. 그건 정말 말 그대로 부득이한 경우입니다. 그런것까지 어떻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깔끔하게 업무를 마무리 해놓는 습관을 길러 봅시다.

그러므로 당당하게 말해 보는 습관을 길러봅시다.


‘팀장님 저 다음 주 월요일 연차 좀 내겠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좀 다녀와야 할 것 같아서요. 말씀하신 보고서는 금일 오전에 메일로 보내드렸습니다’


이정도 말이면 충분합니다. 여기다가 추가적인 말은 덧붙이지 않아도 됩니다. ‘팀이 바쁜 와중에 자꾸 자리를 비우게 되어 죄송합니다’, ‘자리를 비운만큼 업무는 더욱더 보완하겠습니다. 이런 식의 덧붙임은 사족(蛇足)입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자리비움은 직장인은 매우 중요한 권리입니다. 저 역시 8살 아들과 4살 딸아이가 있습니다. 아이들일로 연차 낼 때가 종종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눈치가 좀 많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눈치를 안보려 합니다. 저도 가끔은 자리를 비워야 제 가족을 돌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가끔은 자리를 비워야 나 자신을 돌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제 가족과 제 자신을 돌볼 수 있기에 직장일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개인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업무에 집중할 수는 없습니다.


어디 이뿐인가요?


자리를 비워야 활력도 되찾을 수 있습니다. 활력을 가져야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개인사를 위해 자리를 비울 때 오로지 당신을 위한 것이라 생각할 필요도 없습니다. 당신을 위한 ‘자리비움’이 곧 회사를 위한 ‘자리비움’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자리 비움도 있어야 당신의 존재감이 드러납니다. 하고 있는 일에 티가 나는 것이지요. 365일 밤낮으로 당신이 자리에 앉아있다고 생각해보세요.


하던 일을 계속 할 때 사람들이 당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더 잘 알까요? 하던 일을 잠시 멈추었을 때 더 잘 알까요?


엔진 오일이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평소에는 잘 모릅니다. 그런데 엔진오일이 다 닳아 없어지면 압니다. 엔진 오일이 그동안 어떤 일을 해왔는지 엔진오일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요.


당신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신이 없을 때 당신의 존재감은 더욱 빛날 수 있습니다. 당신이 필요한 순간 당신도 없어봐야 당신에 대한 소중함을 더 느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입니다. 직장인들은 자리를 비우면 마치 큰일이라도 벌어질 것 같은 불안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막연하지만 이런 불안감은 대부분 가지고 있지요. 하지만 그럴 필요 전혀 없습니다. 당신이 자리를 비우면 일이 터지고 회사가 안돌아갈 것 같은 기분은 기우(杞憂)에 불과합니다. 당신이 없어도 회사는 생각보다 잘 돌아갑니다. 당신에겐 좀 미안한 얘기지만 오히려 더 잘 돌아갈수도 있습니다.


당신이 능력이 없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회사는 시스템적으로 움직이는 조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회사(會社)인 것이지요. 그러니 자리비움에 대해서 너무 미안해 하지 말고 주저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말하는 당신도 당당하게 말해야 듣는 이도 당당한 당신의 모습에 다른 생각을 갖지 않습니다. 그냥 ‘일이 있어서 자리를 비우는 구나‘라고 생각하고 맙니다.


요컨대 평소 업무에 있어서 공백이 없도록 잘 챙기고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어야 합니다.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자리를 비운다면 말하는 당신도 듣는 상사도 마음이 불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사에게 믿음을 주었나요? 그럼 자리 비움을 얘기할 때는 더 당당해 집시다. 당신은 당당하게 말할 권리가 있습니다.


자리 비움의 횟수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말하는 순간의 당당함과 자신감이 중요합니다.

당당하고 간결하게 이야기하는 연습과 노력을 합시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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