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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지만 부모님께 맛있는 것은 사드리고 싶습니다.

 본 글은 고민이 있는 직장인을 위한 글입니다. 필자가 회사를 다니며 직접 겪거나 주위에서 바라본 실제 사례들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또는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 봤을 법한 사례들을 떠올리며 작성하였습니다. 비슷한 고민을 했거나 하고 있는 직장인 분들에게 많은 공감과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Q. 20대 중반입니다. 취업 준비생이며 하루 종일 집에 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밥을 먹는 것도 세수하는 것도 일어나는 것조차 힘이 들 정도로 무기력합니다. 취미라도 즐겁게 해 보자 하며 용기 내보아도 그것조차 완벽히 잘하지 못하면 안 될 것 같은 의무감에 시작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냥 이대로 죽고 싶은 생각밖에 없습니다. 어차피 죽는 거 일찍 죽는 게 나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나중에 부모님들 돌아가실 때 그 심리적 아픔을 겪어야 하는 것을 생각하면 먼저 세상을 떠나고 싶습니다. 자립하는 것이 무섭습니다. 혼자가 너무 무섭습니다. 후에 혼자 남겨진 미래가 무섭습니다. 머리로는 죽고 싶다고 생각하는데 빨리 취업해서 한 번이라도 부모님께 맛있는 것을 사드리고 싶은 생각도 듭니다. 효도하고 싶다면서 제가 먼저 세상을 떠나려 하는 것이 어쩌면 모순 같기도 하네요.       

    





죽음을 생각한다는 건 삶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상당히 힘든 시기를 보내고 계신 것 같습니다.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네요. 하루빨리 취업해서 부모님께 맛있는 것을 사드리고 싶은 마음과 극도의 무기력감으로 인해 좋지 않은 선택까지 생각을 하고 계신 것 같아요. 물론 그 마음이 스스로 생각하시기에 모순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그 두 가지 마음 모두 이해가 됩니다. 저 역시 그런 적이 있거든요. 저는 고등학교 때 이와 비슷한 감정을 경험했습니다. 당시 공부를 열심히 해서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한편 결국 언젠가는 우리 모두 죽을 것인데 이렇게 열심히 살아서 뭐하나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언젠가는 결국 죽는다는 생각을 하니 어느 순간 모든 것이 허무하게 느껴졌습니다. 나는 죽어서 이 세상에 없더라도 해는 다시 뜰 것이고 달은 다시 질 것이며 바람은 또다시 불고 새싹은 자라 날 것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당시 아무리 열심히 달려 봐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그런 순간들을 꿈속에서 자주 경험했어요. 아마 당시에 제가 느꼈던 감정들이 꿈속에 그대로 나타난 것이 아니었나 싶어요. 어떻게 해도 불안을 쉽게 떨쳐 낼 수는 없더군요. 그러다 결국은 그 불안을 인정하고 그 불안과 함께 살아가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불안을 인정하니 불안감이 좀 줄어들었습니다. 그 후로는 불안을 없앨 수 있는 방법보다 불안과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더군요. 삶에 있어 불안감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감정임을 깨달았습니다.  


덴마크 철학자 쇠렌 키에르케고르(Soren Kierkegaard)는 


우리 삶은 본질적으로 불확실하며 매 순간 선택과 관련해 실존적 불안이 존재한다


고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불안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며, 인간을 존재하게 하는 기본 조건인 셈이지요. 그는 특히 불안은 진실한 삶을 살게 하는 바탕이라고 강조합니다. 사람은 불안을 느끼면서 더 나은 상황과 마음가짐을 탐색하게 되고, 그러한 탐색을 위해 자신과 세상을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기 때문이라 합니다. 


그러므로 그에 따르면 불안은 진실한 삶을 살기 위한 과정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스스로 더욱 성장할 수 있고 바라는 삶에 가까이 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20대의 중반을 보내고 있는 당신이 느끼는 불안감 역시 누구나 경험하는 지극히 자연스럽고 고귀한 감정임을 이해하면 좋겠습니다.    


  

하루빨리 취업해서 부모님께 맛있는 것을 사드리고 싶다고 말씀하신 부분에서 저는 뭉클했습니다. 부모님에 대한 사랑, 감사, 죄송함 이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만약 당신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부모님은 마음은 어떨까요? 당신께서 부모님이 안 계신 상황을 견뎌내기 힘들어하는 것만큼 부모님 역시 당신이 없는 이 세상을 견뎌내기 힘들어하시지 않을까요?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고 부모님을 사랑한다면 자신이 먼저 이 세상에 없는 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죽음을 맞이할 것인지에 대해 깊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가장 명쾌한 답을 줄 거라 믿습니다. 죽음에 대해 생각을 해본 다는 것은 그만큼 삶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다는 의미일 테니까요.  그러므로 삶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얘기는 그만큼 삶에 대한 의지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죽음에 대해서까지 생각하고 있는 당신은 그만큼 삶에 대한 의지 역시 강할 것이라 저는 확신합니다. 


누구에게나 힘든 시기는 있습니다. 힘들지 않은 시기만 보내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무런 고통도 겪지 않기 위해 평생을 안전한 성안에 갇혀있는 공주와 같습니다. 평생을 안전한 성에 갇혀 지내는 공주는 신체적인 고통은 피할 수 있을지언정 고통을 극복함으로써 얻게 되는 쾌감과 성장을 이루어 낼 수 없습니다. 


고통 없이 모든 것을 완벽히 해낼 수는  없습니다. 어떤 일을 완벽히 끝내지 못할까 두려워 쉽게 일을 시작하지 못한다고 하셨죠? 일단은 시작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 당장의 일은 끝마치지 못하는 고통을 느낀다 하더라도 인생의 큰 관점에서 보면 하나하나 큰일을 해내고 있는 것일 수 있습니다. 일은 마치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마치지 못한 일이라도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지 못한 경험이라도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일을 마치지 못한 지금의 경험은 다른 일을 마치는데 중요한 경험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일을 마치지 못할 것을 두려워해 시작조차 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경험도 가질 수 없습니다. 


일을 마치지 못할 것을 두려워하지 마시고 아무런 경험도 가지지 못할 것을 두려워하시기 바랍니다.    


힘든 시기는 말 그대로 나를 너무 힘이 들게 합니다. 하지만 지금 이 시기는 분명 당신을 더욱 강하고 성장시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나의 씨앗이 수많은 비바람과 온갖 추위를 견뎌내야 하나의 어엿한 나무로 자라나듯 우리 역시 고되고 힘들고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시기를 잘 견뎌내야 어엿한 성인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나는 다른 어떤 시기보다도 나 자신의 생애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간에 깊이 의지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자주 자문해왔다 (중략) 나의 오랜 병약함에 관해 말하자면, 나는 건강보다도 병약함에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덕을 입었다 (중략) 나의 철학조차도 이 병약함에 빚지고 있는 것이다.       

                                            

                                                                                                                                      - 니체 (Nietzsche) -           


니체 역시 자신의 철학을 완성하는데 건강함이 아닌 자신의 병약함에 감사를 느끼고 있습니다. 만약 그가 아프고 고통이 없었다면 그는 많은 생각과 경험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당신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의 괴롭고 절망스러운 순간이 지금은 당신을 절망스럽게 하지만 결국은 당신을 더욱 빛나고 성장하게 만들 것입니다. 그렇게 믿어야 합니다. 오늘의 힘겨움을 바라보며 ‘그땐 그랬지’하며 회상할 수 있는 날이 곧 올 것이란 사실을 절대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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