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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를 했는데 제가 했던 실수가 마음에 걸려요.

※ 어느 익명게시판에 올라온 어느 직장인분의 실제 고민이고, 제가 실제로 달아드린 답글입니다.



Q. 이미 퇴사했지만 근무 당시 실수를 하고 나온 것 같아요. ‘내 실수로 안 좋은 연락이 오면 어쩌지’ 하는 불안함과 초조함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당시 확인을 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실수했다면 바로 금전적 문제와 직결되는 만큼 근무할 때도 스트레스가 심했어요. 뿐만 아니라 최종관리자도 꼼꼼한 성격이라 결국 저의 실수를 발견할 것 같습니다.  저한테 집중하며 살아야 할 거 같은데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A. 말씀하신 것처럼 많이 불안하시고 초조하실 것 같습니다. 사연자님께 도움이 될만한 말씀을 드려보겠습니다.       


사연자님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라도 그런 상황이라면 매우 불안하고 초조할 것 같습니다. ‘내가 실수를 하고 회사를 나온 것 같은데 어쩌지? 사람들이 그 실수를 알아챌까? 그 실수를 알아채고 내게 연락을 해오면 어쩌지? 돈을 물어내라고 하면 어쩌지? 내가 그걸 감당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며 매 순간이 불안하고 답답하고 걱정되실 것 같아요. 그 회사에서 연락이 오나 안 오나 노심초사하고, 전화가 오거나 문자만 와도 그 회사에서 연락이 오는 거 아닌가 심장이 쿵쾅쿵쾅 거릴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충분히 이해합니다. 

     

예기불안(Anticipatory anxiety)이란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미래에 일어날 수도 있는 사건이나 상황에 대해 과도한 걱정과 불안을 느끼는 증상을 말합니다. 물론 누구나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해 걱정할 수 있죠. 문제는 그 걱정의 수준이 과도할 때입니다. 사연자님도 과도한 수준으로 걱정하고 계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유전적 요인, 개인의 성격, 스트레스, 평소의 부정적 사고방식, 트라우마 경험 등이 그 원인인 될 수 있겠죠. 


사연자님은 왜 불안해 할까요? 일어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넓기 때문입니다. 사연자님이 실제로 실수를 한 건지 안 한 건지, 실수를 했다면 회사에서 실제로 발각이 되었는지 안되었는지, 발각이 되었다면 금전적 문제로 까지 이어진 것인지 아닌 것인지, 금전적 문제로 이어졌다면 나에게까지 연락이 올 것인지 안 올 것인지 그 범위가 너무 넓기 때문에 그만큼 불안할 수밖에 없죠. 쉽게 말씀드리면, 불확실한 범위가 너무 크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 사연자님이 그만큼 더 많이 불안감을 느끼는 것입니다.  

    

불안감을 낮추는데 도움이 드리고자 이런 방법을 추천해 드립니다. 사연자님이 먼저 연락을 해보시는 것이죠. 회사에 먼저 연락을 해서 솔직히 말하는 거예요.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고 계시나요? 다름이 아니라 제가 걱정이 돼서 그러는데요. 저 제가 근무할 때 이러이러한 일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이러이러한 실수를 한 것 같아요. 회사에 피해를 주었을까 봐 걱정입니다. 혹시 문제가 되었나요?” 물어보는 것이죠.      


만약 실제로 문제가 되었다면? 그에 대한 설명을 듣고 그때 사연자님이 회사에 해주실 수 있는 도움을 주시면 돼요.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금전적 문제라고 해도 그 금전적 보상을 사연자님께 하라고 하지는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회사이기 때문이죠. 만일 사연자님이 개인의 목적으로 횡령, 유용, 배임 등을 한 것이라면 당연히 법적 책임을 져야 하겠죠. 근데 그런 것은 아니잖아요? 그런 것이 아니라면 업무상 실수를 한 것이기에 회사에서 웬만한 것은 처리해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회사지요.     

 

만약 문제가 되지 않았다면? “아 그럼 다행이네요. 혹시 나중에라도 문제가 되거나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으면 연락 주세요”하고 정중히 말씀드리면 됩니다. 이런 경우에는 상대방에게도 회사에게도 “아 이 친구는 책임감 있는 사람이구나. 퇴사를 했는데도 문제해결에 적극적이구나”하는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설령 나중에 문제가 되더라도 웬만한 문제는 회사에 남아 있는 이들이 알아서 해결할 가능성이 크고요.    

  

이렇게 함으로써 일어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일어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줄이는 만큼 걱정과 불안도 줄일 수 있고요. 물론 이렇게 먼저 연락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불안감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시면 좋겠습니다. ‘연락 오면 어쩌지? 나보고 해결하라고 하면 어쩌지?’ 하며 매일같이 반복되는 초조함을 덜어낼 수 있죠. 


불안감을 아예 없앨 수는 없지만 한 시름은 놓을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이 방법을 추천드립니다. 그렇지 않으면 한동안 매일매일 계속해서 불안감에 지내야 할 가능성이 큽니다.      


막상 연락드려보면 별 것 아니라는 것도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생각했던 것만큼, 걱정했던 것만큼 큰 일은 아닐 것이니 용기를 내셨으면 좋겠습니다. 파이팅. 




이전 05화 회사에서 저를 남들과 자꾸 비교하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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