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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주 Feb 06. 2021

03. 내일이 온다는 것

글/그림_희주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오늘은 집중이 안 되네. 뭘 써야 할지 뭘 그려야 할지 생각도 안 난다. 오늘은 그냥 쉬고 내일 해야겠다.’

너무 쉽게 하는 말.

‘내일 하자. 내일 가자. 내일 만나자. 내일부터. 내일. 내일. 내일…’

    어릴 때 TV에서 봤던 Annie라는 어린이 뮤지컬 영화를 보면 아주 유명한 주제곡이 나온다. 아마 영화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일지라도 분명 이 노래만큼은 들어봤을 것이다.


The sun’ll come out tomorrow
So you gotta hang on till tomorrow
Come what may
Tomorrow, tomorrow, I love ya, tomorrow
You’re always a day away

    분명 더 나은 내일이 올테니 오늘 하루만 잘 버텨보자는 이 내일에 대한 찬가 <Tomorrow>는 힘든 시간을 겪는,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어주는 착한 노래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내일이라는 단어를 너무나 쉽게 쓰고 있다. 너무 흔한 것으로 치부해버린 채 마구 낭비하고 마는 ‘내일’이라는 단어.

    오늘 미처 그리지 못한 그림을 내일 그릴 것이고,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라는 약속을 지켜내며, 매일 한 챕터씩 읽겠다고 다짐했던 영어 원서는 벌써 며칠째 내일로 미뤘고, 하루치 남은 약은 내일 먹겠다고 스스로에게 선언했다. 해가 지고 나면 다시 뜨는 것이 세상의 이치건만, 그것이 모두에게 해당되리라는 법이 없다는 사실을 잊은 채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다고 미루기의 대명사인 내가 갑자기 모든 일을 스케줄에 맞게 정답 같은 삶을 살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아니다. 나는 미루는 것이 천성인 채로 태어났고,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다만 내 요점은 내일이 오지 않는 그런 삶도 있다는 것이다. 내일의 태양을 내가 볼 수 있으리라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오늘을 살아야 할 것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쟁취할 것인가? 누구와 함께 할 것인가? 오늘의 삶이 과연 만족할만한 것이었는가? 미뤄놓고 하지 못한 일들이, 또는 말들이 너무 많지는 않은가?

    생각해 보면 부지런한 아빠도 분명 내일로 미뤄 놓은 일들이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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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instagram.com/the_subtle_band




https://www.youtube.com/watch?v=6PtdpI-D6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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