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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트로보 Jul 01. 2019

아나빠나를 마치고 위빳사나 수련에 돌입하다

호흡의 기술과 나의 오답

사흘에 걸친 아나빠나 수련이 끝나면 본격적인 위빳사나 수련으로 넘어가게 된다. 사흘동안 오로지 호흡에만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면서 내가 추측했던 위빳사나 명상수련의 ‘이론’이란 이런 거였다.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의 호흡을 몸에 각인시킴으로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 내가 그렇게 추측하게 된 이유는 ‘호흡’이라는 행위가 지닌 독특한 성격 때문이다. 


인체에서 생명을 유지하는데 절대적으로 중요한 기관은 불수의근으로 이루어져 있다. 심장을 비롯한 내장기관들은 우리가 의식하지 않아도 저절로 움직인다. 반면에 죽고 사는 문제에서 비켜나 있는 근육들, 그러니까 수의근은 걷거나 뛰거나 뭔가를 집거나 특정한 표정을 짓는 등 원하는 행동을 하기 위한 의도 하에 의식적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호흡’에 필요한 근육들은 불수의근적 성격을 가지면서도 수의근처럼 의식적으로 콘트롤할 수 있다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심장이 뛰는 것처럼 호흡 역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규칙적으로 작동해줘야 하지만 심장박동은 조절할 수 없는 반면 호흡은 의도적으로 멎을 수도 있고 빠르거나 느리게 숨을 쉴 수도 있지 않나. 


사람이 흥분하거나 화가 나면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땀이 나고 근육이 긴장하고 호흡이 빨라지는 등의 생리적 변화가 찾아온다. 이는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신체적 반응이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조절하기 어렵다. 의식하게 되면 당황해서 더 땀이 나거나 얼굴이 붉어지는 등 변화가 가속화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호흡은 그 와중에 의식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긴장을 풀거나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하는 대표적인 행동이 심호흡 아닌가. 


따라서 사흘간 호흡에만 집중하면서 내가 추측한 위빳사나 명상 수련법의 골자는 가장 자연스러운 호흡을 반복적으로 훈련해서 의식적으로 몸에 각인함으로써 우리가 평정심을 잃게 될 상황에 처했을 때도 최대한 동요하지 않거나, 혹시 흥분해서 호흡이 거칠어졌더라도 빠르게 평정을 되찾을 수 있게 하는 것 아닐까? 하는 거였다. 위빳사나 명상의 목적은 인간사의 모든 번뇌로부터 벗어나 해탈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평정을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DAY4부터 본격적으로 돌입한 위빳사나 명상수련은 내 예상범위 밖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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